큰 소득 없는 하루였지만 왠지 흥겨운 감정이 나를 들뜨게 했다. 그날 나는 멈췄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여태껏 과거의 이야기를 했다면 앞으로는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써보고 싶어졌다.
창으로 들이치는 가을을 감상한다. 바람은 서늘한 입술처럼 슬쩍내 뺨에 입을 맞추고 푸스스 흩어져버린다. 늙은 까마귀가 쇳소리로 칵칵 가래 뱉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 도시 냄새가 밀려온다. 매연과 먼지와 마른 풀 냄새가 담배 연기처럼 매캐하다. 부르튼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며 지나간 계절을 그리워했다. - P117
"나는 예뻐지기 위해 미용 시술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진정 원했던 건 기분 전환이었나 봐요" - P119
창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았다. 습관처럼 콧등에 새로 생긴 가짜연골을 만져보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허무와 고독을 밀어낸 건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필러 1cc였다. - P123
나는 내게 커피가 전달될 때까지의 과정을 바 앞에서 함께했다. 내 주문 번호가 불렸다. 커피를 받아 든 나는 그리움의 향기를맡고 추억 한 모금을 입안에 머금었다. - P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