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 - 알아두면 꽤 행복해질 현대판 자산어보
임현 지음, 김지민 감수 / 브레인스토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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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종종, 아이와 함께 아파트 산책로 안의 연못에서 물고기를 구경하곤 한다. 대형마트를 돌아볼 때도 어항 속 작은 물고기들을 일부러 찾아 보고 온다. 언젠가 키워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솔직히 최근에 내가 관심 있는 쪽은 관상용이었다. 그런데 그림 위주로 물고기 특성과 요리를 담은 이 책을 발견하게 된 후, 문득 식용에 대해서도 내가 모르는 게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보면 재미있겠구나 싶었다. 제목 그대로다. 귀여워서 또 보게 되는 물고기도감이다. 읽을수록 빠져든다.

 

처음에는 백과사전식 양장본일까 싶었는데, 오히려 지금과 같은 판형과 분량이 적합해 보인다. 휴대하거나 언제든 펼쳐보기에 좋다. 책을 읽다 보니, 정말 내가 모르는 내용이 많았구나 싶다. 가령, '명태의 세계'에서는 생태, 동태, 황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명란, 창란 등의 종류만 알고 있는 정도였고, 사실 그 정도 구분하는 것도 스스로 대견해 하며 지내왔다. 이 책에서는 명태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각 생선을 잘 고르는 법, 관련 요리들을 소개한다. 특히 코다리 강정과 명란 아보카도 비빔밥은 군침 돈다. '노가리 까다'(수다 떨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았다. 옛날 아낙네들이 '노가리' 껍질을 벗기며 이야기 나누고 있을 때 남편들이 그렇게 수다 떨면서 노가리 껍질을 제대로 벗길 수 있겠냐고 나무라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나무랄까. 자기들도 같이 도우면 되지. 안 그러면 입을 다물든지.) 

 

전체적으로 계절별 물고기를 하나씩 소개하는 가운데, 모양이 비슷하나 엄연히 다른 것들과 원래 이름도 알려준다. 민물고기 송어가 아닌 숭어와 가숭어, 임연수어와 쥐노래미, 노래미의 구분, 임연수어의 국산과 수입산 구별법, 쭈꾸미가 아니라 정확한 이름은 주꾸미, 속살이 다른 꽁치와 학공치, 참홍어와 홍어(간재미) 구분, 성장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농어, 넙치(광어)와 도다리 구별법, 도다리의 정확한 이름은 문치가자미, 병어와 덕대의 구분, 망치고등어와 고등어의 차이, 우럭의 자연산과 양식 비교, 조피볼락과 띠볼락 구분, 킹크랩과 대게의 차이 등이 나와 있다.

 

민어는 열일곱 가지 맛이 나는 보양식이라는데, 복날에 삼계탕만 떠올렸지 민어찜을 해먹어볼 생각조차 못했다. 물고기 정보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요리 그림을 보게 되니, 이런 낯선 물고기가 있었구나, 이런 생소한 음식도 있었나 싶고 만들든 사든 '어쨌든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익숙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물고기들의 여러 정보도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징어의 경우, 흥미로운 내용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징어가 오적어(烏賊魚)라 불린 이유는 <자산어보>에 나오는데, 오징어가 물 위에 죽은 척하고 떠 있다가 까마귀가 덤빌 때 재빨리 다리로 감아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기 때문이라 한다. 이러한 오징어의 민첩함을 배울 만하지 않을까. 오징어는 순식간에 몸의 색깔을 바꿔 상대를 위협하거나 몸속에 물을 머금었다가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먹물은 시각적인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상대방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화학 성분이 있다. 먹물과 관련해 '오적어 묵계'(烏賊魚 墨契. 믿지 못할 약속이나 지켜지지 않는 약속이라는 의미)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오징어 먹물이 처음에는 진하지만 시간이 지나 글씨가 사라져버리는 데서 유래했다.

 

그림 위주로 된 물고기도감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찌 보면 그림으로 표현한 생선 요리책인가 싶기도 하다. 회를 비롯해 각종 물고기 요리를 좋아하거나 직접 요리해서 먹고 싶은 사람들이 소장하면 좋을 책이다. 제목에 살짝 '맛있어서'를 양념처럼 얹은 게 센스 있다. 우리나라 사계절을 대표하는 물고기들이 이렇게 풍성한가 살펴보는 것으로도, 자칭 '물고기 덕후'인 작가가 애정을 담아 그린 물고기 그림을 한 장씩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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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인 박사의 영양 혁명
셰인 엘리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동도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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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건강서적이 출간되는 가운데, 최신간에는 매번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어떤 저자가 썼는지도 주의 깊게 살피곤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유기화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의 한 제약회사에서 제약 화학자로 20년간 일해오다가, 자신이 만든 처방약의 해로움을 목격한 후 제약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제약업계의 문제점이나 약이 가지는 독성, 위험성을 다룬 책들이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단지 문제 고발식 구성이 아니라 '영양소 논리'로 풀어나간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영양실조를 질병의 원인이자 해결의 열쇠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응급상황을 제외하고 약물 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본문 전반에 걸쳐 "영양소 논리를 활용해 주요 질병을 예방하고 활력을 증가시키는 방법"(10쪽)을 서술하고자 한다.

 

이 책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종합적 정보 제시, 통념의 재고, 영양 식단의 강조, 그리고 새로운 영양 보조제 소개라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저자가 오랫동안 제약회사에 몸담고 있었기에, 이 책은 제약업계의 속내와 기존 약들의 문제점을 낱낱이 보여준다. 화학 전공자로서 저자는 의사들이 쓴 건강서적 못지않게 몸의 작동 원리를 풀어내고, 일상 속 환경문제를 다룬 책들과 같은 관점으로 음식뿐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 속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해당 성분을 섭취하기 위한 음식들을 알려주면서 '자연요법 권위자'라는 저자 소개에 걸맞게 자연 속 약초나 열매도 소개한다. 노화, 간, 콜레스테롤, 심장, 수면, 면역, 시력, 항암, 비만과 당뇨, 갑상선 호르몬, 우울증 등,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도 포괄적이면서 첨예한 관심사다. 이런 점에서 건강에 관한 다각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노화에 대한 서술을 예로 들면, 저자는 주름과 피부암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햇빛과 활성산소에 대해 재고한다. 햇빛 노출과 활성산소 자체는 위험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고, 활성산소가 위협이 되는 경우는 항산화제의 수를 초과해 생성될 때다. 활성산소의 과다 생성 결과인 산소쇼크는 눈가 잔주름과 이마 주름살로 이어지고, 산소쇼크가 지속되면 활성산소는 콜라겐만 공격하지 않고 정상세포의 구성 성분까지 공격한다. 이런 손상 과정을 방치하면 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문제의 산소쇼크를 막는 항산화제로 '알파리포산'을 소개한다. 이것은 미토콘드리아 호흡효소를 돕는 역할로 체내에서 소량 생산되는 지방산이다. 햇빛 피하기보다 올바른 영양소 섭취가 더 중요하다면서, 저자는 '알파리포산'을 섭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음식들을 알려준 후 그것을 함유한 건강 보조제(상세한 구입 방법 포함)도 제시한다. 여기서 살짝 드는 의문이 있다. 결국 건강 보조제 홍보책인가.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가 직접 제약 화학자로 종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적 정보를 제시한 내용이 꽤 유용하다. 건강 보조제 구입 여부는 선택사항일 테고, 무엇보다 유해한 부작용이 판명된 기존 약들을 먹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계기가 될 책이 분명해 보인다. 기저질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에 의존해온 경우, 하루아침에 모든 약을 뚝 끊기는 힘들 것이다. 시간을 두고 차차 약을 멀리하되, 저자가 제시한 건강 보조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건강을 위해 습관적으로 건강 보조제를 복용해온 경우도, 스스로 먹고 있는 제품이 괜찮은지 재고해볼 기회로 삼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이 드시는 약들을 떠올리며 책을 보게 됐고, 기존의 약과 저자가 제시하는 건강 보조제를 함께 복용하셔도 무방할까 하는 의문도 가져본다. 이 책에서 "백신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가" 부분도 주목해서 봤다. 그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감염물질에 노출시키면 적절한 면역 방어력이 생성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의 면역체계가 백신에 아주 미약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백신은 기껏해야 방어력을 일시적으로 증대시킬 뿐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생물학적인 정문, 다시 말해 피부에 꽂히는 주삿바늘처럼 뒷문이 아니라 눈, 코, 입을 통해 침투하는 이질적 침입자들을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백신은 면역체계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으며 다수가 무익한 것이 되고 만다."(163쪽)

현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제공되고 있다. 의료계 종사자의 경우 나이와 상관없이 맞았고, 주변에서 백신 접종 후 몸의 증상 혹은 후유증이 어떠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저자 말대로 주삿바늘보다 개인 면역력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득이 위험성보다 크다."는 제약업계의 논리가 지금 코로나 시대만큼 잘 스며드는 때도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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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리는 소리 문예단행본 도마뱀 3
이현호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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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출판사의 '고백'에 관한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 같은 주제로 여러 저자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 폭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주제는 '나를 울리는 소리'다. 제목도 그 주제 그대로다. 개인적으로 '소리' 하면 어릴 때 많이 들었던 피아노 소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요즘에는 마음속 소리가 꽤 크게 울려퍼진다. 그 소리는 매번 나잇대가 달라진다. 내 목소리일 때도 있고 타인의 목소리가 마음을 '징' 하며, 때로는 '찡' 하며 울린다. 그래서인지 소리에 대한 주제 모음글이 남다르게 다가왔나 보다.

시인 이현호 님은 '야옹야옹'에서 병원에 다녀오는 일상을 담고 있다. 특히 "느닷없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13쪽)는 대목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키우는 고양이 오복이와 백지 사진도 나와 있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한때의 고요함, 고양이들의 소란스러움, 시끄러워서 듣기 좋은 소리 등의 표현이나 "내가 집이라면 마음은 거기에 사는 사람일 테니, 번잡한 마음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내가 아직 나이를 덜 먹었다는 증거"(23쪽)라는 반전도 마음에 다가왔다. 집이 좀 시끌벅적해야 한다는 맥락에 동의한다. 그래도 나는 내 마음속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요즘 너무 시끄러운 듯하여.

싱어송라이터 다린 님의 '저기 사람이 있다'는 글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러시아 목각인형 마트료시카에 비유한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언가가 나를 떠날 때마다 생겨난 나의 마트료시카들."(34쪽)

"우리가 그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의 마트료시카를 열어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소리를 정확히 듣기로 하는 순간 우리 안의 마트료시카는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이의 슬픔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중략) '저기에 아직 웅크려 있는 사람이 있다'고 외칠 것이기 때문이다."(35쪽)

'그 소리'란 기억 아래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음처럼 귀찮은 소리다. 다린 님은 음악을 '마주앉는 일, 서로의 소리를 듣는 일'로 정의한다. 여러 작은 인형들 안에서 자신의 진짜 표정을 물어보는 일이라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내 안의 여러 소리를 듣고 진짜 표정을 찾아내는 일쯤 될까.

소설가 박상 님의 '아, 이게 무슨 소리니'는 층간소음에 대한 글인데 작가다운 마무리가 재미있었다. 방송작가 권효현 님의 '소공녀'에서 아빠 에피소드는 웃기면서 애잔했고 지나간 사랑에 대한 짧은 글은 나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다.

당신.

당신만큼 날 울리는 소리가 있을까.

우리는 가을에 만났었다.

만약, 나의 계절에 목소리가 있다면

가을은 분명 당신의 목소리일 것이다.(59쪽)

시인 김안 님의 '소리, 반복, 일상, 망각'은 치매 판정을 받은 지 2년이 되어가는 아버지의 "으음, 으음." 소리로 시작한다. 매일을 버티려면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말, 생존의 방법은 심장을 가슴속에 넣어둬야 한다는 것. 이런 담담한 표현들이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왔다. 시인이자 작사가 구현우 님의 "빗속의 빗소리"는 비와 어울리는 기억의 소환, 빗속에 녹아 있는 눅진한 색감, 비 냄새 등 빗소리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배경도 함께 서술한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조병준 님의 '나를 울린 소리들'은 어쩌면 이런 주제를 떠올릴 때 가장 일반적인 글의 구성 방식을 보여준다. 길냥이들의 오도독 소리, 풀다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소리, 비야비시오사의 종소리, 캘커타 거리에 버려졌다가 마더 테레사 집으로 실려온 아준을 응원하는 소리, 요양병원 추석맞이 잔치에서 열창하시던 아버지 노랫소리 등을 들려준다.

'소리' 하면 떠오르는 게 또한 음악이니 보컬리스트나 기타리스트의 글도 만나볼 수 있다. 전체 열일곱 편의 글들 가운데 각자 마음을 울린 글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위의 내용들이 특히 그러했다. 사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아닐까. 가끔 깊이 빠져든 글 속에서 대사 혹은 작가의 표현이 현실음으로 재생되는 기분도 느낀다. 그리고 화답이라도 하듯이 책 속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소리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소리, 마음속 소리, 일상의 소리, 특별한 소리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나를 울리는 소리는? 나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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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뇌를 위한 재미있는 두뇌 운동 : 그림 놀이 초급편 이은아 박사의 치매 예방 활동북 1
이은아 지음, 유진선 그림 / 이덴슬리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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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아 박사의 치매를 부탁해>라는 책을 유익하게 읽었는데, 같은 저자의 활용북이 나왔다. 가장 먼저 부모님이 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와 나도 함께하면 즐겁고 유익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이어졌다. 우연히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께 꽃 중심의 컬러링북을 드렸던 이후, 엄마가 꽤 컬러링을 좋아하고 잘하시는구나 느꼈고, 또 약했던 손목 힘도 더 생긴 것 같다고 하시니 진작에 사드릴걸 하는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다. 이 책 안에도 꽃 컬러링 부분이 들어 있어서 반가웠다.

 

판형도 서체도 크게 되어 있어서 좋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계절의 열두 꽃을 컬러링할 수 있도록 구성하되, 빈칸에 답 채우기, 따라 쓰기, 숫자나 문자 순서대로 이어 그리기, 앞페이지에 나온 꽃 색깔을 기억하여 써보기, 자음과 모음, 단어 써보기, 그린 후 소감 써보기, 생각 이어가기 등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특히 '생각 이어가기'를 통해 가족사진 붙이기, 시낭송 및 암송, 두뇌 체조 등을 할 수 있고, 중간중간 치매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및 손운동법을 담고 있다. 시낭송의 예가 좀 최근 시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방법도 있다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서 여러 동시나 시를 각자 찾아서 활용해볼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어 연꽃 컬러링 파트를 펼쳐보면, 왼쪽 상단에 오늘 날짜를 적을 수 있다. 이것은 지남력(시간과 장소 등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을 기르는 연상 훈련이다. 같은 색깔을 찾아 색칠하는 과정은 뇌의 후두엽, 두정엽, 전두엽을 자극할 수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빈칸 채우기가 있다. 왼쪽 설명을 참고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색감 처리는 왼쪽 예처럼 물감 수채화 방식이다. 컬러링이 초보인 어르신들이 보신다면 일반 색연필화 예시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스친다. 나는 아직도 좀 낯선 느낌의 수채 색연필을 활용해봤다. 예시처럼 수채화로 작업하려면 좀 난감한 점이 있는데, 바로 뒷면에 컬러링할 도안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물 때문에 종이가 약간 들뜬 상태라서 좀 시간이 흐른 뒤에 뒷면을 활용하거나, 처음부터 일반 색연필을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책 뒤표지에 중급편도 소개되어 있던데, 고급편도 나올까. 쉬운 난이도부터 찾는 독자들이 분명히 있을 테니 초급, 중급이 당연한 구분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시리즈 1권부터 숫자를 붙여 지속, 발간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남았다. 초급, 중급 두 권으로 끝나면 아쉬울 듯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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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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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만으로, 무겁고 어두운 소설을 기피하는 개인 성향과 상관없이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자의 말에서 언급되는데 '체르노보'는 체르노빌 지역의 알레고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해가 2011년,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도 넘었다. 그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1986년에 일어났으니, 30년도 훨씬 넘은 그 사고 현장을 소설 무대로 끄집어내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작가는 러시아계 독일 작가로 알려져 있다.

 

울타리에서 떨어진 수탉 콘스탄틴을 능숙하게 잡는 '나'의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 소설은 80대 할머니 바바 두냐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당시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호복으로 무장한 방사능 해체 작업자들이 체르노보에 왔고 사람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사람들은 졸지에 피난민이 되었고 서둘러 집을 떠나야 했다. 그 이유는 "원전 사고가 바로 어제 일어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결국 작가는 "아무도 제때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이 소설은 당시 사고 현장과 실태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 그때는 50대였던 바바 두냐가 다시 체르노보로, 자신의 낡은 집으로 돌아온 이후 시점부터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녀는 왜, 굳이 폐허의 마을로 돌아왔을까.

 

"엄마, 방사능이 뭔지 엄마도 잘 알잖아요. 모든 게 방사능에 오염되었어요."

"난 늙었어. 나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다. 혹시 그렇다 해도 세상이 망하지는 않아."(22쪽)

 

딸 이리나가 울면서 말려도 소용없었다. 바바 두냐는 시골에 사는 것을 좋아해서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 동물은 비록 방사능에 오염되어 기형이 되었을지언정 도시의 동물처럼 머리가 병들지는 않았다. 도시의 소음과 비좁음은 고양이와 개를 미치게 한다."(21쪽) 이 표현은 고양이를 대변한 듯하지만 실상 자신의 심정 토로처럼 보인다. 마을에는 두 손으로 세면 충분할 정도의 사람들이 산다. 작가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약간 미친 모양으로 그물을 잣지만 도무지 없앨 수 없는 거미들"(27쪽)에 빗대기도 한다. 원전 사고 이후 새들이 줄어서 곤충과 거미들이 많다고 한다. 이곳에 돌아온 사람은 남과 어울려 살고 싶지 않거나 돈이 궁해서다. 온몸에 암이 퍼져 평온하게 죽고 싶어 이곳에 온 사람도 있다.

 

바바 두냐는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 땅과 그 땅의 모든 산물처럼 자신도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생물학자가 그녀에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방사능 물질이 뼈 안에 침투해서 주변으로 방사능을 방출하는 까닭에 그녀의 몸 자체가 작은 원자로와 같다는 것이다. 외부인들에게 그곳의 음식은 실험용이지 시식용이 아니다. 그녀는 그 땅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아이들이 그곳에 살지 않아 다행이라 여긴다. 어쩌면 그녀는 온몸으로 그곳을 껴안고 있는 느낌이다. 설령 자신의 생명에 해로움을 준다 해도, 자신이 살던 집이 있고 이웃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있으며 여전히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기에... 어리석고 무모해 보이고 걱정스러운 모습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녀의 삶은 편안하고 당당해 보인다.

 

바바 두냐의 눈에는 죽은 예고르뿐 아니라 여러 망자들이 보인다. 남편과는 대화를 나누고 다른 망자들에게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다. 그녀는 원전 사고 당시 간호조무사로 일했는데, 그 직업적 특성인 돌봄과 배려가 몸에 젖어든 탓인지 마을 사람들의 병세와 심리를 잘 파악하고 대처해주기도 한다. 스스로 '대장질'을 한 적은 없으나 모두의 대장 같다. 손녀딸 라우라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그런 대로 평화롭게 지내던 그녀의 일상이, 한 사내가 딸과 함께 방문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소설에서 결혼 당시를 떠올리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결혼 후 바바 두냐는 집 안뜰에서 구두를 벗고 춤을 추었다. 주변의 남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남편 예고르가 구석으로 몰고 가더니 신발을 신고 있으라고 윽박지른다.

 

"예고르에게 화가 났던 게 아니다. 당시 남자들은 대부분 다 그랬다. 내 실수는 남편을 잘못 구한 게 아니었다. 실수는 결혼을 했다는 것 그 자체였다."(53쪽)

 

그녀가 딸과 손녀를 생각할 때면 떠올리는 생각도 마음에 남았다. 라우라가 방황하는 가운데도 자기 엄마 대신 할머니에게 마음을 열어보이는 듯 보였는데, 그 이유를 조금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너는 여전히 어린아이다."라는 부분에 공감이 되기도 했다.

 

"세상에서 젊다는 것처럼 지독히 끔찍한 건 없다. (중략) 결혼 후에는 정말로 힘들어진다. 갑자기 너는 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갈수록 점점 더 휘어지는 네 등에 올라타려 한다. 그러나 너는 여전히 어린아이다. 너는 이미 언제나 아이였고 아직 한참이나 아이로 머문다. 운이 좋으면 네가 늙었을 때 반쯤 성인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어야 비로소 너는 젊은이들에게 동정심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그 전에는 왜 젊은것들은 늘 여전하냐며 시샘한다."(108-109쪽)

 

바바 두냐의 시선을 따라 흡인력 있는 문장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초반의 평화를 되찾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안도감을 가지게 된다. 이 소설을 통해 '체르노보'로 대변되는 원전 사고를 상기하며, 개발 논리로 자연과 생명을 파괴하는 현대사회의 이면들을 생각해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제품, 특히 먹거리와 화장품 등에 대한 불안, 경계 분위기가 잠시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공항에서 일하던 친구 말에 따르면 일본 여행을 오가는 사람들 수는 줄지 않았다고 했다. 외부인들에게 '체르노보'는 두려움, 기피의 장소인데, 실상 우리가 머무는 곳은 정말 안전한가.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 거대한 '체르노보'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맥락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망가뜨린 결과 스스로 안식처를 '체르노보'로 만들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폐허와 절망의 시간 혹은 공간에서 삶을 꾸려나가야 할 때, 이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동력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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