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리는 소리 문예단행본 도마뱀 3
이현호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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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출판사의 '고백'에 관한 책을 인상 깊게 읽었다. 같은 주제로 여러 저자들이 쓴 글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 폭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주제는 '나를 울리는 소리'다. 제목도 그 주제 그대로다. 개인적으로 '소리' 하면 어릴 때 많이 들었던 피아노 소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요즘에는 마음속 소리가 꽤 크게 울려퍼진다. 그 소리는 매번 나잇대가 달라진다. 내 목소리일 때도 있고 타인의 목소리가 마음을 '징' 하며, 때로는 '찡' 하며 울린다. 그래서인지 소리에 대한 주제 모음글이 남다르게 다가왔나 보다.

시인 이현호 님은 '야옹야옹'에서 병원에 다녀오는 일상을 담고 있다. 특히 "느닷없이,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13쪽)는 대목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키우는 고양이 오복이와 백지 사진도 나와 있어서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한때의 고요함, 고양이들의 소란스러움, 시끄러워서 듣기 좋은 소리 등의 표현이나 "내가 집이라면 마음은 거기에 사는 사람일 테니, 번잡한 마음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내가 아직 나이를 덜 먹었다는 증거"(23쪽)라는 반전도 마음에 다가왔다. 집이 좀 시끌벅적해야 한다는 맥락에 동의한다. 그래도 나는 내 마음속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요즘 너무 시끄러운 듯하여.

싱어송라이터 다린 님의 '저기 사람이 있다'는 글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러시아 목각인형 마트료시카에 비유한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언가가 나를 떠날 때마다 생겨난 나의 마트료시카들."(34쪽)

"우리가 그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우리의 마트료시카를 열어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 소리를 정확히 듣기로 하는 순간 우리 안의 마트료시카는 자신과 닮은 또 다른 이의 슬픔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고, (중략) '저기에 아직 웅크려 있는 사람이 있다'고 외칠 것이기 때문이다."(35쪽)

'그 소리'란 기억 아래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음처럼 귀찮은 소리다. 다린 님은 음악을 '마주앉는 일, 서로의 소리를 듣는 일'로 정의한다. 여러 작은 인형들 안에서 자신의 진짜 표정을 물어보는 일이라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내 안의 여러 소리를 듣고 진짜 표정을 찾아내는 일쯤 될까.

소설가 박상 님의 '아, 이게 무슨 소리니'는 층간소음에 대한 글인데 작가다운 마무리가 재미있었다. 방송작가 권효현 님의 '소공녀'에서 아빠 에피소드는 웃기면서 애잔했고 지나간 사랑에 대한 짧은 글은 나에게 작은 울림을 주었다.

당신.

당신만큼 날 울리는 소리가 있을까.

우리는 가을에 만났었다.

만약, 나의 계절에 목소리가 있다면

가을은 분명 당신의 목소리일 것이다.(59쪽)

시인 김안 님의 '소리, 반복, 일상, 망각'은 치매 판정을 받은 지 2년이 되어가는 아버지의 "으음, 으음." 소리로 시작한다. 매일을 버티려면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말, 생존의 방법은 심장을 가슴속에 넣어둬야 한다는 것. 이런 담담한 표현들이 오히려 더 슬프게 다가왔다. 시인이자 작사가 구현우 님의 "빗속의 빗소리"는 비와 어울리는 기억의 소환, 빗속에 녹아 있는 눅진한 색감, 비 냄새 등 빗소리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배경도 함께 서술한다.

시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조병준 님의 '나를 울린 소리들'은 어쩌면 이런 주제를 떠올릴 때 가장 일반적인 글의 구성 방식을 보여준다. 길냥이들의 오도독 소리, 풀다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 소리, 비야비시오사의 종소리, 캘커타 거리에 버려졌다가 마더 테레사 집으로 실려온 아준을 응원하는 소리, 요양병원 추석맞이 잔치에서 열창하시던 아버지 노랫소리 등을 들려준다.

'소리' 하면 떠오르는 게 또한 음악이니 보컬리스트나 기타리스트의 글도 만나볼 수 있다. 전체 열일곱 편의 글들 가운데 각자 마음을 울린 글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위의 내용들이 특히 그러했다. 사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아닐까. 가끔 깊이 빠져든 글 속에서 대사 혹은 작가의 표현이 현실음으로 재생되는 기분도 느낀다. 그리고 화답이라도 하듯이 책 속 문장을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소리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소리, 마음속 소리, 일상의 소리, 특별한 소리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나를 울리는 소리는? 나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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