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 -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독서 습관을 기르는 쿨 스토리 1
송태준 지음, 신지혜 그림 / 유아이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로워요. 판형과 구성, 이야기 어조, 그림까지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어요. <101가지 쿨하고 흥미진진한 동물 이야기>인데요, 이 책은 먼저 동물 분류표를 보여주며 시작하지요.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그리고 척추동물에는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가 있고 그에 따른 간략한 특징과 함께 어떤 동물이 있는지 표로 보여줍니다. 무척추동물에는 곤충, 갑각, 거미, 다지류를 포함한 절지동물, 극피동물, 연체동물, 완보동물, 자포동물, 편형동물, 환형동물이 있고 각각에 따른 간략한 특징과 동물 종류를 표로 보여줍니다.

 

아이들 그림책이나 동물원에서나 척추동물 위주로 많이 보게 되기에, 무척추동물은 분류표의 이름 가운데 극피, 완보, 자포 등의 용어부터 생소했어요. 한눈에 파악해보는 동물 분류표는 아이들이 동물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어요.

 

차례는 크게 7장 구성인데요, 1장부터 5장까지는 척추동물들, 6장과 7장이 무척추동물들에 대해 나와 있어요. 그중 포유류에 대한 비중이 가장 많지요. 101가지 이야기 제목에는 해당 동물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씩 담겨 있어요. 모두 질문식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읽어도 무방합니다. 몇 가지 내용을 선별해서, 각 내용을 질문 형태로 바꾸고 괄호 안에 해당되는 답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아요.

 

개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은? (개미핥기예요.) 북극곰의 피부색은? (검정색이에요.)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일대일이면 호랑이가 이긴대요.) 똥을 싸도 칭찬받는 동물은? (코끼리예요.) 홍학은 왜 분홍빛 깃털일까? (홍학이 좋아하는 먹잇감에는 분홍빛 색소가 있어서 그게 몸 안에 쌓여 깃털이 분홍색으로 자란대요.) 세 번이나 성별을 바꾸는 동물은? (리본장어예요.) 물 없이도 사는 물고기는? (폐어예요.) 카멜레온은 어떻게 몸 색깔을 바꿀까? (피부의 반사판을 조절해서 특정한 색의 빛만 반사합니다.)

 

사마귀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암컷 사마귀. 수컷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더 세답니다.) 동물들의 환경미화원은? (송장벌레예요.) 하루살이는 정말 하루만 살까? (애벌레로 3년 살고 어른벌레로 2-3일 삽니다. 탈피 도중에 입이 퇴화되어서요.) 지구에서 가장 먼저 땅을 밟은 동물은? (노래기. 지금으로부터 4억 년 전의 일이에요.)

 

이렇게 간략하게 살펴만 봐도 흥미진진하지요? 그런데 제목에 왜 '쿨하고'라는 표현을 붙인 것일까요. 아마 시원스럽게 궁금증을 해결해준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질문했을 때 답변해주듯이, "별은 밤하늘에만 있는 게 아니야. 바닷속에도 수많은 별이 있단다. 심지어 살아 움직이기까지 해. 바로 불가사리지."(195쪽)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어조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동물을 펼쳐볼 수도 있고, 동물 분류표에 따라 "절지동물을 한번 살펴볼까" 하면서 읽어봐도 좋고, 다양한 방식으로 읽으면 재미있는 책이에요. 책 속의 팁처럼, 알아두면 쓸데 있는 동물 이야기나 99퍼센트가 모르는 동물 지식도 챙겨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 그림체가 부드럽고 예뻐서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소 나를 만나다 -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김건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다움이 무엇일까. 육아를 하면서 부쩍, 어쩌면 처음으로 깊이 해본 생각이다. 이전의 내가 낯설고 현재의 나는 더 낯설며 미래의 나는 얼마나 더 낯설까 하는 마음도 든다. 그러면서 밀려드는 혼란스러움. 도대체 나다운 게 뭐였지? 그때 나는 왜 그랬을까.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구체적인 문제들에 직면했다기보다 스스로 '탈피'의 때를 맞은 느낌이다. 그래서 저자 나이와 무관하게, 나다움을 주제로 다룬 책이면 그 내용이 궁금해서 펼쳐보게 된다.

특히 이 책의 차례 가운데 '오후 세 시에 나를 만나다'라는 장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에세이를 엮는다면 '오후 세 시'를 넣고 싶었는데 저자가 선점해버린 셈이다. 내가 그려보고 싶었던 막연한 그 시간을, 저자는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초록 바탕에 씩씩한 발걸음이 인상적인 표지, 초록 느낌의 2도 내지가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기분이다.

2019년 가을, 저자는 "처음으로, 온전히 나 혼자만의 의지로, 혼자 떠나서, 하루 묵는 여행"을 떠난다. 일부러 의미 부여할 수 있는 날 11월 11일에 제주도로. 저자 나이 55세 때다. 다음 문구가 많이 공감되었다.

"쉬이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혼자 떠나본 경험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15쪽)

"일상이 나를 붙잡고 놔주지 않은 것인지, 내가 일상을 쥐고 달렸는지는 알 수 없다."(23쪽)

저자는 문화센터에서 어른을 대상으로 그림책 강의를 하던 중 <나로 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인생명함을 만들도록 했다. 저자의 인생명함은 삶의 이정표로서 자신의 가치와 방향이 담겨 있다. '눈이 부시게'라는 이름표를 단 저자의 인생명함에는 "나와 함께, 나답게, 나를 위해", "감동과 즐거움으로 나를 채우고 그 가치를 세상에 알린다", "느리게, 풍요롭게" 등이 새겨져 있다.

예전에 교회 소모임에서 각자의 '사명선언문'을 작성해본 적이 있다. 저자의 인생명함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그럴듯한 문장과 표현으로 채워진, 명함보다 조금 컸던 종이를 한동안 가지고 다니면서 되새겨보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종이를, 아니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렸던 것인가.

이 책은 저자가 혼자 제주도에 머물렀던 때, 코로나19 이후 동네 뒷산에 오르며 산책하는 시간, <오후 세 시의 나를 기록하다>라는 주제로 날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된 이야기, 자신의 건강을 돌보며 몸을 아껴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저자는 앞서 '책 사랑꾼'이 들어간 제목의 책을 두 권 출간한 바 있는데, 이 책 안에도 그림책을 비롯해 꽤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자신의 일상과 책, 거기서 받은 느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서, 편안한 문장들로 스며든 느낌이다. 이 책은 후반 인생을 맞거나 이미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다운 후반 인생이 얼마나 멋지게 펼쳐질 수 있는지 저자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혼자만의 여행을 해보는 도전, 주변의 자연을 만끽하는 여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보는 시간의 의미, 그리고 나이 들면서 약해지는 몸을 인정하면서 잘 돌보는 지혜 등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말을 "우리가 늙어가는 것은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로 바꾸기를 원한다. 젊음도 늙음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늙어가면서 익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숲도, 몸도, 오후 세 시도 결국은 문장이었습니다. 제가 읽어내고 해독해야 할 문장들 말입니다."(278쪽)

'책 사랑꾼'다운 이 표현도 인상에 남았다. 누군가 "일상 속 작은 것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니어그램과 기독부모교육 - 부모의 성품을 위한 신앙교육
우지연 지음 / 한사람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한번 에니어그램을 해본 기억이 난다. 그때 어떤 유형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설령 떠올린다고 해도 지금 다시 해본다면 뭔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성격 유형 테스트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했던 에니어그램을 기독부모교육과 연관시킨 책이 나왔다. 왜 에니어그램일까.

먼저 뜻부터 살펴보면, 에니어그램(Enneagram)은 희랍어 9를 뜻하는 에니어(ennear)와 점, 선, 도형을 뜻하는 그라모스(grammos)의 합성어다. 한국에니어그램협회에 따르면, 원은 일체성을, 점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행동 방식을, 선은 에너지의 연결을 의미한다.

9가지 유형의 이름은 8유형부터 차례대로 도전가, 화합가, 개혁가, 조력자, 성취자, 예술가, 관찰자, 충성가, 열정가다. (왜 1유형이 아닌 8유형부터 서술하는지, 그 이유는 나와 있지 않다. 이후 유형 서술의 순서도 그렇다.) 부모로 적용해보면, 8유형부터 순서대로 강인한 부모, 편안한 부모, 완벽한 부모, 잘 도와주는 부모, 성공한 부모, 특별한 부모, 똑똑한 부모, 믿음직한 부모, 즐거운 부모다. (상세한 서술은 2장을 참고할 수 있다.)

다른 심리검사나 유형론과 달리, 에니어그램은 약 2500년부터인 고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의 존재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창조주가 우리 안에 집어넣은 거룩한 욕망이다. 죄악으로 인해 마땅히 가야 길을 잃은 인간이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실상 그 지혜는 빛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처럼 저자는 에니어그램의 기원을 서술하면서 기독교의 하나님을 연결시키고, 에니어그램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제공하며 기독교인이 자신의 숨겨진 죄성을 발견하고 성화되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잘 알려지고 많이 활용되는 MBTI의 경우, 사람의 개별성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영적 계발이나 인식 수준을 높이는 데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이 회복탄력성뿐 아니라 회복하고 싶지 않은 부정성의 편향도 있다는 대목에 공감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회복탄력성을 강조하면서 반복적인 훈련으로 뇌가 변하면 나도 변할 수 있다는 방식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런 노력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뭔가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자기자비'라는 개념도 나오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 나아가 '자기챙김', 명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저자는 에니어그램을 통해 자기의 집착을 발견하고 결국 하나님을 갈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에니어그램은 기독교적 인간의 이해를 위한 가이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에니어그램의 용어인 '격정'을 서술하는데, 그것은 충동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될 때, 건강하지 못한 의식 수준일 때의 감정 상태다. 1유형부터 9유형까지의 격정은, 각각 분노, 자만, 허영, 시기, 탐욕, 두려움, 탐닉, 욕망, 나태다. 이 책은 각 감정의 의미를 풀어주고 해당 유형의 부모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9가지로 분류된 성격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중점 방식인 행동 중심(8,9,1유형), 감정 중심(2,3,4유형), 사고 중심(5,6,7유형)을 가진다. 사람은 세 방식을 모두 사용하나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이 책에서는 세 중점 방식을 설명하고 해당 방식의 부모가 어떤 모습인지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의 표현으로 "인간의 영과 의식을 건널 수 있는 다리 역할"(70쪽)을 하는 것이, 에니어그램이다. 의식이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타자 중심적으로 발전하는 것이고, 인간의 영은 하나님의 영과 교제함으로써 발전한다. 이 책은 에니어그램이 왜 기독부모교육에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장을 먼저 마련했고, 이어지는 장에서 에니어그램의 여러 유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기독부모의 필수 미덕을 아홉 가지로 소개한다. 앞서 각 유형의 격정을 하나님 닮은 성품인 미덕으로 바꾸어나가는 것, 저자는 그것을 신앙생활이자 성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에니어그램의 각 유형, 특히 부모에게 적용된 유형을 자세히 서술한다. 일단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아는 게 중요하니,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이 책에서 부록으로 테스트 항목들도 수록되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에니어그램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무엇보다 자녀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부모라는 자리에 거룩한 부담감을 가져본 시간이다. 그나저나 어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작은 삶에 대한 커다란 소설
수지 모건스턴 지음, 알베르틴 그림, 이정주 옮김 / 이마주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었던 수지 모건스턴의 동화들이 꽤 인상적이어서, 작가 이름을 메모해두었다. 이후 분주한 일상과 새로운 책들에 밀려 작가의 이름이 흐릿해져갈 때조차, 기회가 되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만났는데, 좀 특이한 부분은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된 책의 번역본이라는 점이다. 수지 모건스턴은 미국 태생의 작가로서 2005년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받은 이력이 있다. 작가의 생활터전이 프랑스인가. 그래서 글을 불어로 쓴 것인가. 지금 70대 중반인 작가의 현재 근황도 궁금하다. 잠시 이 책을 둘러싼 외적 관심을 뒤로하고, 내용 속으로 들어가본다.

 

열네 살 딸이 화자인 소설이다. 이름은 보니 보네. 줄곧 누군가에게 말하듯이 편하게 건네는 어조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 후, 자신과 할머니와 함께 산다. 소소한 일상으로 시작하는 에피소드인데, 각 이야기마다 붙여진 제목은 이럴까 저럴까의 선택사항이다. 인생이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는 진리를 일깨우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창한 의미 부여가 아니라도 학교 가기 전에 머리를 감을까 말까 같은 경우,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니의 성격과 엄마의 성향이 대조되어 나타난다.

 

에피소드 제목마다 어떤 선택사항을 보여주니까, 이후 펼쳐질 내용에 쫑긋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세부 내용 가운데 전체 흐름이 연결된다. 엄마는 마흔여섯 살, 아빠는 그보다 두 살이 많지만 스물여섯 살로 보인단다. 일 년에 두세 번, 보니는 이미 다른 가정을 꾸린 아빠와 만난다.

 

"나는 내가 이혼 가정의 아이란 사실을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나는 집이 있고, 침대가 있고, 외할머니가 있고, 엄마가 있고, 이따금 만나는 아빠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아침부터 밤까지 격렬하게 싸우는 두 어른과 사는 것보다는 나아."(46-47쪽)

 

십대는 특히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보니는 부모의 이혼 자체보다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자신이 소유하는 물건에만 관심을 둔다. 우리나라 동화나 청소년 문학도 이런 캐릭터가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 사회적 통념이 만든 가치관으로 어떤 행복이나 불행을 설정하지 않았으면, 또한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집중하기보다 자기가 누리는 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혼란스러움은 있을 테지. 보니는 완벽해 보이는 단짝친구 도렐리 가족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불완전한 가정"에 대해 한탄하기도 한다. 문제 없는 가정이 없듯이, 도렐리의 아빠는 바람을 피운다. 상대는 프랑스어 선생님이다.

 

보니는 글쓰기 대회에 나갈 학생 둘 중 한 명으로 뽑혔고, 나머지 한 명은 보니가 혼자 좋아하는 카를이다. 대회 후원자이자 주관자인 펠릭스 아들러 씨는 보니, 카를, 다른 두 명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글을 쓰도록 한다. 그곳에 도착한 보니가 자기 소개를 하는 중에 "연필을 잡던 순간부터 글쓰기는 제게 공기와 같아요. (중략) 제 외할머니는 1그램의 행운이 1킬로그램의 황금보다 낫다고 말씀하세요."(109쪽)라고 말했던 대목이 인상적이다.

 

둘째 날 열린 글쓰기 대회의 주제는 '당신에게 살 날이 딱 하루만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였다. 이 주제로 글을 써봐도 좋겠다. 아니면 잠깐 멈추어 생각이라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보니는 궁금해하는 엄마와 할머니에게 말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고, 그 좋은 것보다 훨씬 더 좋았고,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어요!"(120쪽)

 

카를과 대회 장소인 도빌까지 2인용 자전거로 동행한 여정, 그곳의 화려한 분위기, 고급스러운 식당, 엄마에게 현재 남자친구가 없다면 소개해주고 싶은 아들러 씨 등, 보니가 하고 싶은 말들은 많지만 아빠의 두 번째 이혼 소식, 도렐리의 아빠가 떠나버린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니가 말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런 와중에 보니는 엄마에게 글쓰기 대회에서 썼던 초고를 읽어드린다. 정말 잘썼다. 엄마를 웃게 만들다가 엄마 눈을 크게 만들더니 엄마가 울게 만드는 글이다. 예감한 대로, 보니가 우승했다.

 

이 책에서는 보니의 일상뿐 아니라, 엄마도 외할머니도 말하기를 꺼렸던 외할아버지와 유품인 시계에 얽힌 사연이 나온다. 보니는 어른을 대하는 게 어렵다고 스스로 말하는데 실제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 반대 같다. 카를 집을 방문했을 때 카를의 엄마에게 왜 이혼하셨냐고 묻고, 이혼 가정이 되어 충격을 받은 도렐리와 도렐리의 엄마를 위로하며, 부유하나 외롭게 지내는 친할머니에게는 같이 살자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글쓰기 대회에서 보니가 쓴 글이,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인생은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낄 때 아름다워."(117쪽), "그래, 인생은 아름다워. 힘든 순간이 있어도 말이야!"(140쪽),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네가 쓴 것처럼 말이야. 불완전해도 말이야."(142쪽) 등의 문구와 연관되면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도 떠오르게 만든다.

 

보니가 글쓰기 대회에 참가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대표로 뽑혀서 백일장 대회에 나간 일도 떠올랐다. 교내 글쓰기 시간에는 연필이 꽤 잘 움직였는데, 뭔가 중압감이 느껴졌던가. 대회 장소에서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고 각 학교의 대표로 온 아이들이 슥삭슥삭 쓰고 있는 동안에도 나의 연필은 움직일 생각을 안 했던 기억이 있다. 뭔가 쓰긴 써서 냈는데 스스로도 '첫 문장부터 망했다'고 예감했던 대회였다. 보니처럼 큰 상을 받았다면 이후의 내 삶은 달라졌을까. 그런 상상도 잠깐 해보다가, 다시 이 소설로 돌아온다.

 

작가는 보니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글을 쓸 때 선택사항이 많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삶도 그러하다는 사실 말이다. "삶에서는 우유부단한데, 종이 위에서는 확신에 찰 수 있을까?"(142쪽)라는 질문 속에는 삶과 글이 다르지 않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이다. 삶과 글의 공통점이 많다고 해도, 제대로 쓰려면 결국 제대로 사는 게 먼저라는 진리도 상기해본다. 제목 <내 작은 삶에 대한 커다란 소설>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는 시간도 잠시 남겨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법의 숲
김이령 지음, 최햇님 그림 / 학교앞거북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고 싶은 그림책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책표지의 그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선호하는 그림체가 생겨서, 그런 그림체가 아니면 슬쩍 넘어가게 되는 책들도 생겨났다.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과 별도로 그림책은 저마다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마법의 숲>이라는 그림책 표지를 보면서, 제목의 이미지와 나무를 안고 있는 아이 캐릭터의 느낌이 좀 더 서로 스며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얼핏 했다. 주관적인 느낌을 약간 접어두고, 엄마인 글작가와 딸인 그림작가가 그려낸 세상을 만나러 가보기로 한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해나는 친구가 없다.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느니, 혼자 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게 왜 놀릴 이유가 되는지... 어른들의 편견을 보고 배운 탓이겠지. 할머니가 오일장에 가는 날, 해나는 집을 봐야 했다. 할머니가 장 보러 가는 것이라면 해나가 따라가면 좋을 텐데, 호박, 오이, 깻잎을 손수레에 실었다는 내용으로 보아, 할머니는 장사를 하러 가는 길인 모양이다. 그러니 해나를 집에 두고 갈 수밖에 없겠다.

 

심심한 해나는 마당에서 개미들을 구경하거나 봉숭아 꽃봉오리를 통 튕겨본다. 재미가 없어서 밖으로 나온 해나를 누군가 따라온다. 털복숭이 떠돌이 개를 피해 도망치다가 넓은 소나무 숲을 만난다. 해나가 소나무 숲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손바닥 만한 하늘만 남긴 채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숲, 고개를 바짝 쳐든 해나, 감탄하듯 입을 벌인 모습. 해나는 개를 피해 소나무 뒤로 숨었다가 두 팔로 나무 둥치를 안아본다. 따뜻하다.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소나무 가지 하나가 땅 밑으로 내려와 해나를 태운 후 하늘로 붕 들어올리고 해나를 따라온 개(코야), 숲속 동물들 모두 가지들의 헹가래로 높이높이 뛰어오른다. 소나무 가지들이 긴 미끄럼틀을 만들자, 해나와 코야가 마을 전체를 지나 바다로 주욱 미끄러져 내려온다. 함께 헤엄치고 바닷가 모래 위에서 놀다가 구름기차에 올라탄다. 해나와 코야, 숲속 동물들의 표정과 웃음이 즐거운 장면이다.

 

해나와 코야는 깔깔 멍멍 웃었어요.

동물들도 찌르르 까르르 짹짹 치르치르 웃어요.

 

한바탕 신나게 놀다가 할머니에게 업혀 집으로 가는 해나, 그 뒤를 따라가는 코야.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다른 친구들처럼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던 해나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멋진 숲속 놀이공원을 경험한 셈이다. 소나무 가지들이 여러 손이 되어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실제로 그림책 속 배경은 북천수라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 숲이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해 있고 우리나라 숲 가운데 세 번째로 긴 숲이라는데,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다. 해나와 코야가 놀던 소나무 가지도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