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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과 기독부모교육 - 부모의 성품을 위한 신앙교육
우지연 지음 / 한사람 / 2021년 5월
평점 :
언젠가 한번 에니어그램을 해본 기억이 난다. 그때 어떤 유형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고, 설령 떠올린다고 해도 지금 다시 해본다면 뭔가 달라질 것 같기도 하다. 성격 유형 테스트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했던 에니어그램을 기독부모교육과 연관시킨 책이 나왔다. 왜 에니어그램일까.
먼저 뜻부터 살펴보면, 에니어그램(Enneagram)은 희랍어 9를 뜻하는 에니어(ennear)와 점, 선, 도형을 뜻하는 그라모스(grammos)의 합성어다. 한국에니어그램협회에 따르면, 원은 일체성을, 점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의 행동 방식을, 선은 에너지의 연결을 의미한다.
9가지 유형의 이름은 8유형부터 차례대로 도전가, 화합가, 개혁가, 조력자, 성취자, 예술가, 관찰자, 충성가, 열정가다. (왜 1유형이 아닌 8유형부터 서술하는지, 그 이유는 나와 있지 않다. 이후 유형 서술의 순서도 그렇다.) 부모로 적용해보면, 8유형부터 순서대로 강인한 부모, 편안한 부모, 완벽한 부모, 잘 도와주는 부모, 성공한 부모, 특별한 부모, 똑똑한 부모, 믿음직한 부모, 즐거운 부모다. (상세한 서술은 2장을 참고할 수 있다.)
다른 심리검사나 유형론과 달리, 에니어그램은 약 2500년부터인 고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의 존재감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창조주가 우리 안에 집어넣은 거룩한 욕망이다. 죄악으로 인해 마땅히 가야 길을 잃은 인간이 에니어그램의 지혜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실상 그 지혜는 빛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처럼 저자는 에니어그램의 기원을 서술하면서 기독교의 하나님을 연결시키고, 에니어그램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제공하며 기독교인이 자신의 숨겨진 죄성을 발견하고 성화되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잘 알려지고 많이 활용되는 MBTI의 경우, 사람의 개별성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영적 계발이나 인식 수준을 높이는 데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이 회복탄력성뿐 아니라 회복하고 싶지 않은 부정성의 편향도 있다는 대목에 공감이 되었다. 심리학에서는 회복탄력성을 강조하면서 반복적인 훈련으로 뇌가 변하면 나도 변할 수 있다는 방식을 강조하는 듯하다. 그런 노력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뭔가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적 시각으로 '자기자비'라는 개념도 나오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 나아가 '자기챙김', 명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저자는 에니어그램을 통해 자기의 집착을 발견하고 결국 하나님을 갈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에니어그램은 기독교적 인간의 이해를 위한 가이드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에니어그램의 용어인 '격정'을 서술하는데, 그것은 충동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지속될 때, 건강하지 못한 의식 수준일 때의 감정 상태다. 1유형부터 9유형까지의 격정은, 각각 분노, 자만, 허영, 시기, 탐욕, 두려움, 탐닉, 욕망, 나태다. 이 책은 각 감정의 의미를 풀어주고 해당 유형의 부모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9가지로 분류된 성격 유형은 크게 세 가지 중점 방식인 행동 중심(8,9,1유형), 감정 중심(2,3,4유형), 사고 중심(5,6,7유형)을 가진다. 사람은 세 방식을 모두 사용하나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이 책에서는 세 중점 방식을 설명하고 해당 방식의 부모가 어떤 모습인지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의 표현으로 "인간의 영과 의식을 건널 수 있는 다리 역할"(70쪽)을 하는 것이, 에니어그램이다. 의식이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타자 중심적으로 발전하는 것이고, 인간의 영은 하나님의 영과 교제함으로써 발전한다. 이 책은 에니어그램이 왜 기독부모교육에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장을 먼저 마련했고, 이어지는 장에서 에니어그램의 여러 유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기독부모의 필수 미덕을 아홉 가지로 소개한다. 앞서 각 유형의 격정을 하나님 닮은 성품인 미덕으로 바꾸어나가는 것, 저자는 그것을 신앙생활이자 성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에니어그램의 각 유형, 특히 부모에게 적용된 유형을 자세히 서술한다. 일단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아는 게 중요하니,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 이 책에서 부록으로 테스트 항목들도 수록되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에니어그램의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무엇보다 자녀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부모라는 자리에 거룩한 부담감을 가져본 시간이다. 그나저나 어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