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숲
김이령 지음, 최햇님 그림 / 학교앞거북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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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그림책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책표지의 그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선호하는 그림체가 생겨서, 그런 그림체가 아니면 슬쩍 넘어가게 되는 책들도 생겨났다.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과 별도로 그림책은 저마다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마법의 숲>이라는 그림책 표지를 보면서, 제목의 이미지와 나무를 안고 있는 아이 캐릭터의 느낌이 좀 더 서로 스며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얼핏 했다. 주관적인 느낌을 약간 접어두고, 엄마인 글작가와 딸인 그림작가가 그려낸 세상을 만나러 가보기로 한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해나는 친구가 없다. 엄마 아빠가 없다고 놀리는 친구들과 어울리느니, 혼자 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게 왜 놀릴 이유가 되는지... 어른들의 편견을 보고 배운 탓이겠지. 할머니가 오일장에 가는 날, 해나는 집을 봐야 했다. 할머니가 장 보러 가는 것이라면 해나가 따라가면 좋을 텐데, 호박, 오이, 깻잎을 손수레에 실었다는 내용으로 보아, 할머니는 장사를 하러 가는 길인 모양이다. 그러니 해나를 집에 두고 갈 수밖에 없겠다.

 

심심한 해나는 마당에서 개미들을 구경하거나 봉숭아 꽃봉오리를 통 튕겨본다. 재미가 없어서 밖으로 나온 해나를 누군가 따라온다. 털복숭이 떠돌이 개를 피해 도망치다가 넓은 소나무 숲을 만난다. 해나가 소나무 숲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손바닥 만한 하늘만 남긴 채 빽빽하게 들어찬 소나무숲, 고개를 바짝 쳐든 해나, 감탄하듯 입을 벌인 모습. 해나는 개를 피해 소나무 뒤로 숨었다가 두 팔로 나무 둥치를 안아본다. 따뜻하다.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소나무 가지 하나가 땅 밑으로 내려와 해나를 태운 후 하늘로 붕 들어올리고 해나를 따라온 개(코야), 숲속 동물들 모두 가지들의 헹가래로 높이높이 뛰어오른다. 소나무 가지들이 긴 미끄럼틀을 만들자, 해나와 코야가 마을 전체를 지나 바다로 주욱 미끄러져 내려온다. 함께 헤엄치고 바닷가 모래 위에서 놀다가 구름기차에 올라탄다. 해나와 코야, 숲속 동물들의 표정과 웃음이 즐거운 장면이다.

 

해나와 코야는 깔깔 멍멍 웃었어요.

동물들도 찌르르 까르르 짹짹 치르치르 웃어요.

 

한바탕 신나게 놀다가 할머니에게 업혀 집으로 가는 해나, 그 뒤를 따라가는 코야.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다른 친구들처럼 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던 해나가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멋진 숲속 놀이공원을 경험한 셈이다. 소나무 가지들이 여러 손이 되어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실제로 그림책 속 배경은 북천수라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나무 숲이다. 경상북도 포항시에 위치해 있고 우리나라 숲 가운데 세 번째로 긴 숲이라는데, 언젠가 직접 가보고 싶다. 해나와 코야가 놀던 소나무 가지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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