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필터 - 위기에도 10,000%성장, 인스타그램 시작과 성공
사라 프라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임정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인스타그램이 벌써 11년 차라고 한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도 겨우 1년에 불과한 나에게, 인스타그램은 특별히 사진을 잘 찍거나 트렌드를 선도할 법한 이슈를 담아내는 능력자, '인스타 셀럽'에게 최적화된 SNS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시작되어 현재 전세계로 확산될 정도가 되었는지. 이 책의 저자는 기술 전문 기자로, 3년간 인스타그램의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를 비롯해 관계자들을 심층 취재하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및 기업가들과의 팩트 체크도 거쳤다. 


제목은 '#NoFilter'라는 해시태그와 연관되는 듯하다. 대상을 보기 좋게 편집하지 않고 민낯 그대로 올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처럼,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인스타그램의 진실을 알려주는 데 자신의 필터 외에 어떤 필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이제,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스트롬이 스탠퍼드 대학생 시절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부터 흥미롭다. 그는 크리거와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서,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는 최소 서비스만 구축한 이후 네 개의 필터를 만들고, 세 명에게서 에인절 투자(돈 많은 사람이 소규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실리콘밸리 용어)를 받은 후, '인스턴트'와 '텔레그램'을 합성한 '인스타그램'이라는 이름을 확정한다. 2010년 10월 6일, 인스타그램은 출시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 카메라 앱 분야 1위에 오른다.


창업자 두 사람은 애초에 한 가지, 사진만 잘하자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기보다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에게 공을 들였으며, 새롭고 과감한 발명이 아니라 다른 앱들이 가진 기능을 향상시켰다. 당시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올리기가 번거로웠는데 인스타그램은 홈페이지가 없어서 그게 가능했다. "필터는 현실을 예술로 바꿔줬다."(73쪽)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또한 "페이스북의 핵심이 '친목'이고 트위터의 핵심이 '의견'이라면 인스타그램은 '경험'이었다."(78쪽)는 말은, 인스타그램의 차별성과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10억 달러로 팔린다. 이 책에는 시스트롬이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에 수락한 이유 네 가지가 나와 있는데 그중 핵심은 인스타그램을 독립된 별개의 회사로 운영하도록 해준다는 약속이었다. 그전에 인스타그램을 사들이려고 했던 트위터는 거부당했고, 페이스북 주식은 인스타그램 인수 후 15배 올랐다. 크리거는 지분의 10퍼센트, 시스트롬은 40퍼센트를 보유했기에 각각 1억 달러와 4억 달러를 받았다.


인스타그램의 매각 후 페이스북에서 두 창업자는 각각 제품 매너저와 엔지니어 직함으로 일하게 되는데, 이 책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공존, 충돌 지점도 다룬다. 창업자들이 말하는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커뮤니티 우선, 단순성, 창의력 고취다. 시스트롬은 유튜브의 창업자들이 존재감이 없어지고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뒤 회사를 떠난 것처럼 잊혀지고 싶지 않았다. 이에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출시하게 된다.


스냅챗을 인수하려고 저커버그는 30억 달러 이상을 제안하지만, 스냅챗의 창업자 스피겔은 페이스북도 언젠가 시들해질 것이라 예측하고 철저히 용어부터 페이스북과 차별화한다. 이후 일련의 과정들, 결국 창업자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나온 이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이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꽤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판이한 성격뿐 아니라 각 창업자들의 마인드,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모습이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인스타그램이 만들어진 과정과 관련 용어,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나라 판교의 스타트업,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앱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아마 해시태그 '노 필터'를 달 일은 없지 않을까.




[출판사의 제공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래식 인 더 뮤지엄 -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예술 인문 산책
진회숙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 <클래식 인 더 뮤지엄>을 보면서 문득 떠올려본 영화 제목이 있다. <미술관 옆 동물원>. 주인공 두 사람의 성향 차이를 잘 드러낸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동일한 상징 같기도 했고, 둘이 함께할 때 오히려 풍성한 느낌을 주는 듯했다. 클래식과 뮤지엄도 그럴 것이다. 예술 형태는 다르나 음악과 미술이 감동을 안겨준다는 본질은 동일하니까. 그리고 둘이 만났을 때 풍성한 감상의 폭이 열리게 될 테니. 이 책은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2008)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작가의 말'에는 기존의 책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상세히 나와 있다. 저자는 "눈으로 보는 음악, 귀로 듣는 미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최근에 음악과 미술이 접목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어쩌면 저자가 이미 앞서 시도했던 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음악전공자로서 오랫동안 예술평론을 써온 저자의 이력에 신뢰감이 들었다.


전체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만 봐도 책 제목과 절묘하게 연관된다. '1장 전통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현대 예술, 2장 그림으로 듣는 음악, 음악으로 듣는 그림, 3장 예술가의 영혼을 훔친 이국 취미, 4장 종교적 주제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의 표현만 봐도 책의 성격과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음악/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훌쩍 뛰어넘게 만든다. 초반에 우연성의 예술을 언급한 대목부터 그랬다. 또한 이 책에 서술된 음악과 미술의 융합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앞으로 이 책에 수록된 음악을 감상하게 될 때면 그와 함께 언급된 미술작품도 동시에 떠올리게 될 듯하다. 해당 주제에 따른 음악과 미술,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엮었고, 본문에서 다양한 작품 소개와 해설을 풀어가되 작품에 기인한 감상의 정도로 머무는 게 좋았으며, 무엇보다 책 속의 그림들과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 저자의 유려한 문체로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백남준과 아르망(프랑스 조각가)의 악기 파괴 의미를 비교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아르망의 작품들을 보면서 분명 해체된 악기인데 참 아름답다는 마음이 드는 게 신기했다. 미술과 음악의 미니멀리즘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반문하는데 공감이 되었다.


"무념무상의 무미건조한 세계,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비개성적이고,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세계. 군더더기를 제거한 형태의 본질만이 존재하는 세계. 이 세계의 작가들은 우리에게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의미 부여가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작품을 접하는 순간 그 '무의미의 의미'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감지되니 이는 또 무슨 의미란 말인가."(63쪽)


생몰연대도 비슷한 20세기 예술의 혁명가 스트라빈스키와 피카소는 <봄의 제전>과 <아비뇽의 처녀들>로 사람들의 거센 저항을 받는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떠한가. 조각가 애니쉬 카푸어의 거대한 설치미술 <마르시아스>를 보고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는 "죽음과 고통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비가" <라멘타테>를 만든다. 이처럼 저자는 비슷한 시기 혹은 영향관계가 있는 미술, 음악을 다루는 한편, '종달새'를 떠올리면서 김환기의 그림과 랄프 본 윌리암스의 곡을 연결하거나, '경쾌한 가벼움'을 예찬하면서 라울 뒤피의 그림과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이 선사하는 느낌을 서술하고, '겨울'을 연상하면서 슈베르트와 프리드리히를 교차한다. 또한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과 관련 음악을 '신화 이야기'와 함께 다양하게 소개한다.


예술가를 사로잡은 이국 취미의 경우, 특히 우키요에(일본 에도에서 유행했던 풍속화의 일종)와 자포니즘(Japonism)을 흥미롭게 읽었다. 이 대목에서는 일본이 우키요에를 프랑스에 소개하고 인상파 화가들에게 유행시킬 수 있었던 배경, 자포니즘을 확실히 보여주는 푸치니의 <나비부인> 속 일본풍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종교적 영감을 다룬 작품들의 경우,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그리고 어머니를 주제로 담아낸 작품들에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다.


책을 덮고 나니 "음악이 보이고 그림이 들리는 예술 인문 산책"이라는 부제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는 음악, 들리는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열망이 책 속에 가득하고 내게도 흘러들어온 느낌이다. 음악을 더 보고 싶고, 그림도 더 듣고 싶다. 물론 듣는 음악, 보는 그림도 차곡차곡 채워가면서...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를 찾아서
글로리아 포시 지음, 김현주 옮김, 다닐로 데 마르코 외 사진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제법 큰 판형(230*272mm)의 양장본(240쪽 분량)에는 작은 일련번호가 매겨진 반 고흐의 작품 112점과 이 책의 사진을 담당한 두 사람(다닐로 데 마르코, 마리오 돈데로)이 촬영한 전경 및 장소들로 가득하다. 그림과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는 중간중간 미술사학자인 저자(글로리아 포시)의 글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글 속에는 반 고흐의 편지 일부가 해당 주제나 장소에 따라 인용된다. 먼저 그림과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았는데, 반 고흐의 그림과 그 배경이 되었던 장소 사진이 함께 배치된 구성이 인상적이다. 서두에는 저자를 비롯한 사진작가 두 사람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의 성격과 방향성을 잘 담고 있어서 유익했을 뿐 아니라 의미 있는 문구로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반 고흐가 짧지만 극적인 시간을 보낸 수많은 장소의 자취를 따르다 보면, 반 고흐라는 사람 자체와 그의 가슴 시린 '존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우리는 멋있게 포장된 반 고흐의 이미지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사진을 통해 장소가 인간과 통합하고, 때로는 인간 스스로 장소와 하나가 되려 하는 존재의 흐름, 존재의 기운을 표현하고 해석하려 했다.(16-17쪽)


이 책은 반 고흐의 예술에 영감을 준 장소를 찾아감으로써 화가의 행보를 되짚어보고 그로 인해 화가에 대한 이해, 작품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1990년 두 사진작가들은 화가의 작품으로 변모되기 이전의 평범한 장소를 포착했다. 저자는 서간집(반 고흐는 820통의 편지를 썼고 그중 658통이 동생 테오에게 쓴 것이다.) 속 감정이 실린 장소, 관련 작품, 삶과 예술, 책과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화가의 생각 등을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화가의 행보 혹은 그림과 특정 소설 내용을 연관시켜 서술한 대목들이 인상적이었다.


네덜란드 브라반트 북부의 '준데르트', 반 고흐의 생가로부터 시작된 여정은, 그가 화랑의 사무원으로 일했던 헤이그, 같은 화랑의 영국 지점인 런던, 불어 교사로 있던 장소인 램즈게이트의 해안에 이른다. 반 고흐는 당시 램즈게이트 건물의 노란색에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소설 표지가 노란색인 책이 등장하는 그림이 최소 열여덟 점이나 되는 줄은 몰랐다.


평신도 전도사로 임시 임명됐을 때 머물던 보리나주, 그곳에서 반 고흐는 질병에 걸린 광부들을 돌보며 남루한 사람들을 그리는데, 이후 그곳을 떠나 브뤼셀에 머물며 그림에 몰두한다. 원하던 사랑도 어그러지고 가족, 특히 아버지와 어긋나기만 하던 그가 택한 새로운 거주지는 안트베르펜이다. 여기서 그는 미술 아카데미와 드로잉 강좌를 수강한다. 저자는 그곳이 그가 선망했던 루벤스의 도시라는 점과 테오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 착안해, 다음 내용을 서술한다.


테오필 고티에의 소설 <황금 양피>의 주인공 티부르체처럼(빈센트는 분명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안트베르펜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루벤스의 여인과 닮은 금발 모델을 찾아 헤맨다.(99쪽)


반 고흐가 파리에 머물던 때의 그림 <몽마르트르에서 본 파리 전경>에 대해, 저자는 "빈센트가 몹시 사랑하던 에밀 졸라의 뛰어난 묘사에서와 같이 '온통 회색'인 도시 전경"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에밀 졸라의 작품 일부도 인용한다. 파리 사람들이 '갱게트'라 부르는, 테라스가 있고 먹고 마시는 야외 장소에는 당시 예술가들과 예술 상인들이 드나들었는데, 이 책에는 현재 유명 관광지인 '라 본느 프랑게트'의 사진과 반 고흐의 그림 <몽마르트르의 갱게트>가 나란히 실려 있다. 물감 상인 탕기 아저씨의 "성질 고약한" 아내가 반 고흐의 그림 전시를 막았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되는 장소다.


저자에 따르면, 예술가들의 도시 파리에서 반 고흐는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었으나 "급작스러운 기분 변화나 불안, 모난 성격 너머의 세상"이 힘겨워 평온과 균형을 되찾기 위해 아를로 향한다. 열한 가지로 알려진 해바라기 소재 작품 가운데, 네 점은 파리, 일곱 점은 아를에서 그린 것이다. 이 책에서 인테리어에 많이 신경 썼다는 <아를의 반 고흐의 방>, 잠시 함께 지냈던 고갱이 그린 '아를 여인'과 비교해볼 만한 <아를의 여인>, 반 고흐가 귀를 자른 후 입원했던 <아를 병원> 등의 그림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아를의 강둑을 배경으로 한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생레미 생폴드모솔 정신병원의 병실 창문으로 본 풍경인 <별이 빛나는 밤> 등, 별에 주목해 당시 화가가 관심을 가진 천문학 지식도 언급한다.


이 책은 반 고흐의 자취를 따라 그의 작품세계, 그가 처한 환경과 심리상태 등을 그려낸 후, 마지막 정황과 그가 사망한 장소, 반 고흐 형제가 안치된 공동묘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비 내리는 오베르의 풍경> 그림으로 마무리한다. 화가가 좋아하며 테오에게 읽어보라고 권했던, 롱펠로의 '하루가 끝나고' 시구를 인용하면서...


마을의 불빛이

비와 안개를 뚫고 빛나는 것을 보니

슬픈 감정이 밀려와

내 영혼이 견디지 못하네.(223쪽)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는 말처럼,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와 그의 인생, 작품세계에 기울인 관심과 앎의 폭만큼 다양한 무게와 깊이로 다가올 것이다. 화가가 이동한 장소, 머물렀던 환경 위주로 서술하면서 그의 인생과 작품세계, 생각과 감정 등을 아우른 책인 만큼, 화가의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그림 속 장소를 사진으로 재현해본 <반 고흐를 찾아서> 덕분에, 반 고흐의 삶과 작품에 더 가깝게 다가간 느낌이다. 사색과 감성의 깊이가 더해진 기분도 든다. 반 고흐에 대한 전반적인 퍼즐을 맞춰보는 책이랄까. 그를 더욱 알고 싶게 만드는 입문서이자 그동안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주는 부록편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반 고흐의 자취를 따라나서게 될 때 함께할 예술 탐방의 가이드라는 점은 분명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 - 차상곤 박사와 함께하는 층간소음의 모든 것
차상곤 지음 / 황소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간단한 소개글을 봤을 때, 처음에는 '층간소음'에 대한 책이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얼마전 부모님 댁의 바로 옆집이 이사한 후 곧장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는 중에도 전화선을 뚫고 쿵쿵쿵 소리가 귀청을 울릴 정도였다. 가까이에서 그 소리를 일주일 넘게 들으셔야 할 텐데... 엄마께 낮 동안 우리집으로 피신하시라는 말씀도 여러 번 드릴 정도였다. 층간소음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도 되기 훨씬 전, 아주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살던 2층짜리 연립주택에서 엄마는 피아노 학원을 여셨다. 가정집이자 학원이었던 셈이다. 이사 첫날 안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그렇게 두 대의 피아노를 두었는데, 하루도 못 되어 거실의 피아노가 작은방에 꾸깃꾸깃 들어가야 했다. 윗집 아주머니가 내려와서 아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소리친 이후다.

 

소음의 원인 제공을 했든 피해를 입었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진 층간소음은 관련 당사자들 간에 해결할 사안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궁금해졌다. 국내 최초이자 최고의 층간소음 전문가인 저자가 말하는 '층간소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내용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어서 딱딱한 내용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대화체 위주의 이야기 방식이라 술술 읽혔다. 또한 층간소음의 여러 사례들이 열거되겠구나 정도였는데, 읽어갈수록 그 사례들을 우리집에 적용해보고 미리 조심할 부분들도 꽤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아가 층간소음 매트 효과 및 설치방법과 올바른 슬리퍼 착용법 등을 담은 '층간소음 탐구 생활' 코너도 본문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유익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46-47쪽)도 제시되었는데, 가족 편과 이웃 편 몇 가지씩 소개해본다.

 

[가족 편]

"다들 참고 사는데 당신만 유별나게 왜 그래?"

"집안일에 집중하지 않아서 그 소리들이 다 들리는 거야."

"상담 좀 받아야겠어. 당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이웃 편]

"아가씨는 애가 없어서 그래요. 애 낳고 키워봐요."

"이보다 더 어떻게 조용히 걸어? 공중 부양이라도 해야 하남?"

"그렇게 시끄러우면 당신이 이사 가면 될 거 아니야."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고통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칵테일파티 효과와 귀 트임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칵테일파티 효과란 칵테일파티처럼 여럿이 모인 상황에서도 평소 관심 있는 이야기는 잘 들리는 현상이다.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 중에도 자신이 내릴 정거장 안내 방송이 잘 들리듯이.

 

저자에 따르면,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처음 소음이 들리면 애써 무시하려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소리와 진동이 계속됨에 따라, 어느 순간 아주 작은 발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는 귀 트임이 시작된다. 그러면 소리 나는 곳이 윗집 어디인지, 윗집 가족들의 생활 패턴과 동선도 알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소리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소포니아'(misophonia)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20년 경험상, 층간소음 당사자들끼리 친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층간소음의 대책 항목에서, 층간소음의 골든 타임은 180일(6개월)이라고 언급한다. 이 시기에, 직접 소음 유발자와 대면해 자신이 겪는 층간소음의 고통을 말한다. 6개월과 1년 사이면 직접 만남을 피하고 관리소나 층간소음위원회에 민원 처리를 부탁한다. 만약 1년이 넘었다면(그런데 피해 상황이 1년까지 가면 안 되지 않을까.) 층간소음을 직접 해결하는 단계로,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나 지자체의 층간소음 관련 부서에 의뢰해 전문가와 상담한다.

 

이 책은 층간소음에 대한 항의 방문을 할 때 혹은 받을 때의 주의사항을 알려준다.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주민 자율 협약의 사례도 보여준다. 층간소음의 가해자를 화성인(외국 화성인 포함), 피해자를 금성인,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목성인 등으로 지칭하며 서술해간다.

 

"층간소음 해결의 출발점은 금성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화성인을 비롯해 관리소장, 경비원, 입주자대표회의, 시공사, 지자체, 환경부, 국토부, 청와대는 금성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199쪽)

 

이 책은 층간소음뿐 아니라 층간흡연의 고통도 다루고 있어서 이채로웠다. 실제로 환기를 시키거나 음식을 만들 때 부엌 쪽 창문을 열어두면 어느 집에서 피우는지도 모를 담배 냄새가 우리집으로 속속 스며든다. 우리집의 고충만이 아닌듯, 그러면 여지없이 아파트 공지 방송이 나온다. "흡연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사오니, 배려하는 마음으로 흡연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저자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내 흡연 구역을 따로 정하는 게 현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저자는 화장실 환풍기에 댐퍼(damper)를 설치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소음 예절도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공감이 된다. 환경보전협회는 2014년부터 '찾아가는 층간소음 예방 교육'을 운영하고 유아, 초등학생을 위한 교재와 교구를 개발, 보급 중이고, 학습 및 동영상 자료는 해당 홈페이지를 참고할 수 있다.(http://www.noisedu.com/main) 저자는 아이들 층간소음 교육에 필요한 추천 도서도 실어놓았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필수적으로 교육시킬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이 책에서 층간소음이 없다는 아파트를 믿어도 될지, 층간소음을 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해외의 사례는 어떠한지, 층간소음 적은 아파트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또한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건설사, 정부와 국토부, 관리소장,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층간소음을 위해 노력할 부분 등을 제안한다.

 

층간소음의 문제는 개인의 예민증으로 치부할 일도 아니고, 당사자들끼리 해결할 사안도 아니며, 감정적으로 대응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층간소음에 대해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층간소음 실태뿐 아니라 그동안 마련되어온 대책들과 앞으로의 보완책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층간소음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책이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현재 아파트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대인의 지혜수업 - 5천 년 탈무드에 담긴 유대인의 삶의 지혜
마빈 토카이어 지음, 윤호 옮김 / 푸른e미디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에게 읽어줄 책 중의 하나로 <탈무드>를 찾아본 적이 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기는 하나, 원전에 가까운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편역자도 그 방면의 전문가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초등학생 대상의 세계명작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탈무드>를 구매해서 책꽂이에 꽂아둔 채 잊고 있었다. 현재 계속 출간되는 예쁜 그림책, 재미있는 동화를 읽어주느라, 그 와중에 <탈무드> 내용 가운데 유머 부분만 엮어낸 <유머라면 유대인처럼>, 원전에 가까운 책을 찾아 본문을 부분적으로 수록한 <탈무드 교육의 힘>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유대인의 지혜 수업>과 만나게 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책꽂이에 깊숙이 꽂아둔 어린이용 <탈무드>를 뽑아보니, 이 책의 저자가 동일한 이름이다. 마빈 토카이어.

저자는 뉴욕 예시바 대학(탈무드 학교)에서 철학과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뉴욕 유대 신학교에서 탈무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아 랍비 자격을 취득한 이후 뉴욕 예배당 랍비, 일본 유대교단의 랍비로 시무한 바 있다. 시작하는 말에서, 저자는 한 일화를 소개한다. 유명한 대학의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탈무드를 하룻밤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저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후 덧붙인다.

"좋습니다. 언제라도 빌려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오실 때 트럭을 가지고 와 주십시오."(6쪽)

탈무드는 총 20권, 1만 2천 페이지, 단어 수는 2백5십만 개 이상, 중량 75킬로그램이다. 저자에 따르면 탈무드는 책이 아니라 학문이다. 앞선 분량은 기원전 5백 년에서 기원후 5백 년까지의 구전을 10년간 2천 명의 학자들이 편찬한 것이다. 5천 년에 걸친 유대인의 지적 재산, 정신적 영양분이 담겨 있고 그 원류는 구약성서로, 그것을 보충하고 넓힌 의미를 가진다. 본래 탈무드는 위대한 연구, 위대한 학문, 위대한 고전 연구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크게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우화', 생활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해학', 삶의 현명함을 일깨우는 '지혜',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사랑'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야기 한 편의 분량이 짧고 이 번역본에는 중간중간 그림도 들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70년쯤 지나야 열매 맺을 묘목을 심는 노인 이야기, 눈뜬 사람들을 위해 캄캄한 곳에서 등불을 들고 걸어오는 시각장애인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생각에 잠기게 한다. 이처럼 익숙하게 접했던 내용이든, 좀 생소한 내용이든 재미있고 유익했다.

'우화' 편에서는 혀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었다. 인생을 참되게 사는 비결이 곧 자기 혀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도 인상에 남았다. 선행도 강조된다. 사람은 죽어서 가족, 부귀, 선행을 남기는데 그중 선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나이가 왕이 보낸 사자를 따라 출두하게 되었는데, 세 친구에게 가자고 부탁한다. 첫 번째 친구는 싫다고 했고, 두 번째 친구는 성문까지만 가준다고 했으며, 세 번째 친구는 끝까지 같이 가준다고 했다. 각 친구의 상징은 재산, 친척, 선행으로, 죽은 뒤에도 함께하는 것이 선행이다. 개인적으로 '절망의 끝은 희망'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해학' 편을 보자.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한 유대인이 임종의 순간, 자신을 둘러싼 가족들을 한 명씩 확인한 후에 "그럼 가게는 누가 보고 있단 말이냐!"라고 말했다. 안식일 아침에 신학생 세 명이 담배를 피우다가 랍비에게 걸렸는데 각자 변명을 늘어놓는다. "오늘이 안식일이라는 것을 잊었습니다.", "안식일에는 금연이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커튼 내리는 것을 깜빡 잊었습니다." 한편, 인간이 6일째에 만들어진 이유는 자연에 대한 겸손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한다. 파리 한 마리도 인간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간은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혜' 편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에피소드를 보자. 현명한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 앞에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자기 아이라고 우긴다. 유대 사회에서는 어느 쪽 소유인지 알 수 없을 때는 공평하게 둘로 나누는 게 통례다. 솔로몬은 아기를 반으로 잘라 나누도록 했다. 이에 한 여자가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차라리 아이를 저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외친다. 그 여자가 진짜 어머니였다. 탈무드에서 거짓말을 해도 용서받는 두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누군가 이미 산 물건에 대해 의견을 구하러 왔을 때 훌륭하다고 거짓말해도 좋다는 것, 또 하나는 친구가 결혼할 때 반드시 부인이 대단히 미인이며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거짓말하라는 것.

마지막으로 '사랑' 편을 보자. 젊은 아버지가 보채는 갓난아기를 달래면서 "모리츠야, 진정해. 진정하란 말이야" 하고 반복했다. 지나가는 여자가 참을성 많은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아기 이름이 모리츠냐고 물었다. 그때 남자가 하는 말. "아닙니다. 제 이름이 모리츠입니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결혼 후 10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으면 이혼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헤어질 생각이 없었지만 주변의 강력한 압력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랍비는 남편에게 아내를 위한 파티를 열고 사람들 앞에서 아내가 얼마나 훌륭했던가를 말하도록 권했다. 그리고 아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물어보게 했다. 아내는 "남편"이라고 말했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으며 이후 아이가 태어났다.

오랜 시간 전승되어온 유대인들의 지혜를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유, 그것은 지혜의 보고라고 알려진 <탈무드>를 통해 삶의 즐거움과 현명함과 행복의 길을 찾기 위해서다. 탈무드 시대에는 남자가 둘 이상의 아내를 갖는 일이 허용됐다는 대목을 비롯해 오늘날에 비추어 걸러서 볼 부분도 있겠지만, 우화, 해학, 지혜, 사랑 편의 이야기를 한 편씩 만나본 시간은 대체로 즐거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