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 필터 - 위기에도 10,000%성장, 인스타그램 시작과 성공
사라 프라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임정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인스타그램이 벌써 11년 차라고 한다.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도 겨우 1년에 불과한 나에게, 인스타그램은 특별히 사진을 잘 찍거나 트렌드를 선도할 법한 이슈를 담아내는 능력자, '인스타 셀럽'에게 최적화된 SNS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궁금했다.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시작되어 현재 전세계로 확산될 정도가 되었는지. 이 책의 저자는 기술 전문 기자로, 3년간 인스타그램의 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 크리거를 비롯해 관계자들을 심층 취재하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및 기업가들과의 팩트 체크도 거쳤다.
제목은 '#NoFilter'라는 해시태그와 연관되는 듯하다. 대상을 보기 좋게 편집하지 않고 민낯 그대로 올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처럼,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인스타그램의 진실을 알려주는 데 자신의 필터 외에 어떤 필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이제,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시스트롬이 스탠퍼드 대학생 시절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부터 흥미롭다. 그는 크리거와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서,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는 최소 서비스만 구축한 이후 네 개의 필터를 만들고, 세 명에게서 에인절 투자(돈 많은 사람이 소규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 실리콘밸리 용어)를 받은 후, '인스턴트'와 '텔레그램'을 합성한 '인스타그램'이라는 이름을 확정한다. 2010년 10월 6일, 인스타그램은 출시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 카메라 앱 분야 1위에 오른다.
창업자 두 사람은 애초에 한 가지, 사진만 잘하자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기보다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에게 공을 들였으며, 새롭고 과감한 발명이 아니라 다른 앱들이 가진 기능을 향상시켰다. 당시 페이스북은 스마트폰으로 사진 올리기가 번거로웠는데 인스타그램은 홈페이지가 없어서 그게 가능했다. "필터는 현실을 예술로 바꿔줬다."(73쪽)는 저자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또한 "페이스북의 핵심이 '친목'이고 트위터의 핵심이 '의견'이라면 인스타그램은 '경험'이었다."(78쪽)는 말은, 인스타그램의 차별성과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10억 달러로 팔린다. 이 책에는 시스트롬이 페이스북의 인수 제안에 수락한 이유 네 가지가 나와 있는데 그중 핵심은 인스타그램을 독립된 별개의 회사로 운영하도록 해준다는 약속이었다. 그전에 인스타그램을 사들이려고 했던 트위터는 거부당했고, 페이스북 주식은 인스타그램 인수 후 15배 올랐다. 크리거는 지분의 10퍼센트, 시스트롬은 40퍼센트를 보유했기에 각각 1억 달러와 4억 달러를 받았다.
인스타그램의 매각 후 페이스북에서 두 창업자는 각각 제품 매너저와 엔지니어 직함으로 일하게 되는데, 이 책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공존, 충돌 지점도 다룬다. 창업자들이 말하는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커뮤니티 우선, 단순성, 창의력 고취다. 시스트롬은 유튜브의 창업자들이 존재감이 없어지고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뒤 회사를 떠난 것처럼 잊혀지고 싶지 않았다. 이에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출시하게 된다.
스냅챗을 인수하려고 저커버그는 30억 달러 이상을 제안하지만, 스냅챗의 창업자 스피겔은 페이스북도 언젠가 시들해질 것이라 예측하고 철저히 용어부터 페이스북과 차별화한다. 이후 일련의 과정들, 결국 창업자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나온 이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이 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꽤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판이한 성격뿐 아니라 각 창업자들의 마인드,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모습이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인스타그램이 만들어진 과정과 관련 용어,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나라 판교의 스타트업,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앱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은 계기로, 인스타그램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아마 해시태그 '노 필터'를 달 일은 없지 않을까.
[출판사의 제공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