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보이스 - 브랜드를 만드는 목소리 코칭
이진선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교내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멘트 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재미있었고 그렇게 그 시기를 지났는데, 돌아보면 그 덕분에 "목소리가 좋다", "발음이 명확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잠깐의 동아리 활동일 뿐이었지만 매일 꾸준히 낭송하는 습관, 정확히 발음하려는 노력이 이후 내 목소리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목소리도 변하는 법. 나이가 들수록 성대도 약해지고, 목소리의 힘도 확실히 떨어져가기에, 낭송 훈련은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이 많은 직업군이 아니라도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구나 점점 엄마의 목소리 힘이 약해져가는 듯하여, 엄마가 재미있게 읽으면서 낭송 연습도 하실 만한 책이 없을지 찾고 있었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가족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목소리 코칭 <파워 보이스>를 소개해본다.


목소리 진단 : 대화할 때 입 모양이 다양하다./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력이 좋다./ 전체적으로 목소리에 힘이 있다.


발음 진단 : 둘 중 하나 맞추기

새벽녘에 닭이 힘차게 운다. a) 새벽녀케 달기 b) 새벽녀게 다기

꽃이 곱게 피었다. a) 꽃이 고옵게 b) 꼬시 곱게

값이 매우 비싸다. a) 갑씨 b) 가비


이 책은 위와 같은 목소리 진단과 발음 진단을 각각 20문항씩 제시하면서 시작한다. 크게 3주에 걸친 트레이닝과 그에 따른 코칭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예문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실전연습을 해보기에 유익하다.


먼저 1주차에서는 자기 목소리의 색깔을 찾아본다.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보고 자기 목소리의 색이 무엇인지 어떤 색을 원하는지 적어볼 수 있다. 가령 말이 빠르고 톤이 높은 열정적인 빨강의 목소리를 편안하고 평온한 파랑의 목소리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목소리 색깔이란 고유성을 간직하되 대상과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목소리에 좋은 습관을 소개하고, 마리오네트 인형 호흡법을 통해 힘 빼는 법을 가르쳐준다. 저자가 말하는 궁극적인 좋은 목소리는 복식호흡에서 나온 것이기에, 복식호흡법에 대해 많은 분량을 적고 있다. 그 외에 비강공명, 목소리 성량 키우는 법을 첨부한다.


다음 2주차에서는 정확한 발음, 스타카토와 크래시아 발음 훈련과 사이렌 발성법을 소개한다. 티슈를 후 불면서 호흡을 훈련하는 방법, '가갸거겨'부터 '하햐허혀'까지 정확히 발음하는 연습, 모음과 자음의 발음법도 알려준다. 특히 '애, 에'를 구별해 발음하기, '의'를 세 가지로 발음하기 등을 새삼 확인해보게 되고, '학여울[항녀울]' 등의 발음도 주목하게 된다. 첫음절을 어떻게 소리 낼지에 대한 팁도 제공한다.


마지막 3주차에서는 감정 언어와 무대 언어 연습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배우이면서 보이스 코치이기 때문인지, 연극대사도 예문으로 실려 있다. "감정에 따라 목소리가 다르다"는 말에 공감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청중을 사로잡는 목소리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한 목소리다. 감정 언어와 함께, 신체 언어도 강조되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그 외에 스피치 속도와 리듬감 있는 말을 강조하고, 방송 등 상황에 따른 실전 대비용 예문을 제시한다.


복식호흡을 비롯한 건강한 목소리 관리 차원에서, 그리고 직장생활에서 맞닥뜨릴 여러 프리젠테이션의 현장에서, 나아가 더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한 말하기의 기회를 만들고자 할 때, 이 책은 그에 필요한 훈련과 조언을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대로 3주 과정을 마친 후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멋지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보면서, 혼자 혹은 가족들과 함께 1주차를 시작해봐도 좋겠다. 파워 보이스가 곧 파워 라이프로 이어질 터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기의 음악가들
장옥님 지음 / 형설미래교육원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왜 <위기의 음악가들>일까. 서문에서 저자는, 음악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에 처했을 때의 상황과 그때 창작한 작품에 초점을 두었다고 밝힌다. 이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음악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들이 많은데, 저자마다 어떤 음악가들로 책을 구성하고 어떤 내용 중심으로 서술될지는 다양하다. 이 책으로 '위기'가 낳은 명곡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 책은 헨델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시대순으로 열네 명의 음악가를 다룬다. 헨델의 경우 오페라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충격과 과로가 겹쳐 뇌일혈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헨델은 몸이 회복된 후 오라토리오 <메시아>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저자는 이 곡을 둘러싼 배경 설명과 주변의 극찬, 호평을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헨델의 일생을 언급하면서 그의 음악세계를 간추려 서술해준다. 밝고 빛나는 에너지로 가득 찬 그의 음악에는 독일적인 중후함, 이탈리아적인 명쾌함, 프랑스적인 우아함, 영국 근대사회의 활력이 더해져 있다.


다른 음악가들의 예를 더 들어보면, 베를리오즈는 짝사랑 여인에 대한 고백, 그녀의 거절로 인한 좌절, 긴 악몽을 <환상 교향곡>에 담았고, 이 작품은 낭만주의 예술적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한 교향곡으로 평가받는다. 베르디는 두 아이와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겪으며 <하루 동안의 왕>이라는 오페라를 발표하지만, 관객들의 야유로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그때를 계기로 그는 세상 평판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말러는 네 살 딸아이를 잃은 후 충격으로 치명적인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그런 가운데 애초 쓰기 시작했던 곡을 완성하는데 그게 교향곡 8번이다.


저자는 음악가의 삶과 작품을 위한 개괄적인 이해를 더해, 전문 음악용어 해설면을 따로 준비해둔다. 이 책으로 각 음악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 어려움, 당시 음악사조 및 주요작품의 배경을 알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감상이나 견해를 최대한 배제하고 각 음악가와 작품에 대해 꼭 알아둘 내용 중심으로 쉽게 풀어 전달해준다. 30여 년의 클래식 FM 프로듀서인 저자의 경험과 전달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인 셈이다. 다만 각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이라, 감성적인 음악 에세이보다는 잘 정리된 교과서 느낌이 더 강한 성격의 글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음악가들의 '위기'란, 가족을 잃거나 자신의 음악이 외면받는 일뿐 아니라,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원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상황, 작곡이나 연주를 할 수 없을 만큼 생명이 위태롭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 등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숱한 어려움들이다. 다시 일상을 살아낼 여력조차 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괴로움 속에서도 음악가들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위기를 만났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작품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 위기를 통과해 작품이 나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이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낱낱의 클래식 정보를 이 책으로 종합적으로 모아볼 수 있고, 여기에 소개된 음악들을 찾아 들으면서 각 음악가들의 위기를 관통한 명곡의 세계를 더 깊이 감상해볼 수 있으리라.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게 더해진 삶의 버거움도 조금은 덜 무겁게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공찬이 -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
김주연 그림, 김재석 글, 채수 원작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소설이라니! 이런 소설이 있었나 싶었다. '작가의 말'을 통해 그 배경을 먼저 살펴봤다. 조선 전기 채수(1449-1515)가 쓴 한문 소설 <설공찬전>은 <조선왕조실록>에 필화 사건으로 흔적만 기록되어 있고 <패관잡기>에 그 내용이 간단히 언급되어 있는데, 한문 원본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한글 필사본이 1996년 발견되었지만 미완결되어 있다. 이 책 <설공찬이>는 남아 있는 본문 내용을 참고로 이야기의 공백을 메운 창작물이다.


전라도 순창 마암 마을의 설충란에게는 큰딸과 아들이 있었는데, 큰딸 초희는 시집 가서 자식 없이 일찍 죽었고 아들 공찬은 누이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곡기를 끊었다. 그러다가 스물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공찬이 이승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해, 설충란의 동생인 설충수의 아들 공침이 갑자기 병이 든다. 눈동자가 뒤집혀 흰자위가 드러나고 입에서는 거품을 물고 꽥꽥대는 상황이었다. 설충수는 박수무당을 불러들였고, 그가 공침의 이마와 팔다리에 부적을 붙인다. 곧이어 공침이 여자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나는 여자라서 이기지 못하고 나간다. 하지만 내 남동생 공찬이를 데려오겠다."(40쪽) 여자라서 이기지 못한다니, 맺힌 한이 있어 찾아왔다면 풀고 갔어야지! 아쉬운 대목이다.


이후 공침의 몸 속에 공찬의 혼령이 들어오고, 그 혼령이 몸을 들락거리는 일로 공침은 눈과 목젖이 붓고 밥도 잘 먹지 못하게 된다. 설충수가 박수무당을 부르려고 하자 공찬의 혼령은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며 공침의 눈자위를 찢고 혀를 뽑아낸다. 설충수는 박수무당을 부르지 않겠으니 공침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이후 공찬은 공침의 사촌과 친구 앞에서 저승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공찬은 저승에서 증조부 설위를 만나고 먼저 죽은 누이 초희를 만난다. 이승에서는 마음껏 글을 배우지 못했던 초희는, 저승에서 글을 잘 짓고 학문이 출중하여 이승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명부 일을 맡았다. 공찬은 생전에 아버지에게 질문했었다. 공부를 하고 싶은 누이가 왜 배움의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느냐고. 아버지 설충란은 남녀구별,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답변하지만 공찬에게 만족스러운 답일 리 없다. 공침은 "어디 감히 아녀자가 글공부를 한다고!"(74쪽) 하면서 공찬을 놀리고 초희가 내온 책거리 송편을 공찬의 입에 억지로 쑤셔넣으려 했다. 이 대목에서, 공침이가 공찬의 혼령에게 혼쭐이 날 만도 했구나 싶다. 이후 언문으로 들소리를 만든 초희, 거기에 곡을 붙여 농사꾼 아이들에게 널리 퍼뜨린 공찬을 곤경에 빠뜨린 장본인도 공침이었다.


<설공찬이>는 두 축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공찬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원작자 채수가 그려낸 저승의 여러 면모를 들여다보는 일, 그리고 초희와 공찬 남매의 우애를 중심으로 한 설충란 가족의 이야기. 저승 이야기 끝부분마다 공찬은 교훈의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적선을 많이 하면 저승에서 높은 신분으로 사니까 적선하라는 말, 이승에서 바른말을 하다가 제명에 못 산 사람도 천상계에서 좋은 벼슬을 했다는 말, 이승에서 쌓은 공덕이든 악덕이든 저승에서 영향을 받는다는 말 등이다. 유교 중심, 중국 사대주의가 강했던 조선 양반 사회에서, 원작자 채수는 글재주가 뛰어나면서 아녀자라는 이유로 글문이 막혀버린 초희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배우기 쉬운 한글로 농사꾼들의 시름을 달래는 글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공찬은 공침의 몸을 빌어 설충란에게 아버지 먼저 죽은 불효를 용서해달라고 말한 후, 누이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아버지를 원망했었다고, 그런 원망들은 저승에 가서 보니 자기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였노라고 토로한다. (원망의 이유가 분명했는데, 그냥 개인의 불효가 크다는 맥락으로 덮어버린다. 아버지의 한계를 넘어 당시 조선시대의 한계인 탓도 있겠다.) 할 말을 다한 공찬의 혼령은 불교 윤회사상이 반영되어 여인의 태로 들어간다.


이 책의 말미에는, 한문 소설 <설공찬전>이 왜 필화 사건에 연루됐는지 그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설공찬전> 원문과 현대역, 책 속의 배경이 된 순창 문화 테마 여행지를 싣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보다 100년 앞서 나왔다는 채수의 <설공찬전>의 의미는, 앞으로도 계속 연구될 여지가 있겠다. 무엇보다 이런 책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남원' 하면 <춘향전>이 생각나듯이, 이제 '순창' 하면 <설공찬전>이 떠오를 듯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를 바꾸는가 - 모두를 위한 서비스 디자인 씽킹
진 리드카.랜디 살츠만.데이지 아제르 지음, 유엑스리뷰 리서치랩 옮김 / 유엑스리뷰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디자인 씽킹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펼치게 된 책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이 용어는 디자이너들이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어떤 해결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기에 전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제, 경영학과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디자인 씽킹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저자들의 논의로 들어가본다.


우리는 사람과 프로세스 상의 혁신 I에서 혁신 II의 출현에 맞닥뜨렸고, 그 과정에서 디자인 씽킹은 사고방식과 행동의 변화를 장려한다. 새로운 혁신을 만드는 네 가지 기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 보이는가? 무엇이 떠오르는가? 무엇이 끌리는가? 무엇이 통하는가?


디자인 씽킹은 무엇보다 창조적 자신감을 북돋아준다. 창조적 자신감이란 실패나 창조적 위험을 감수하는 자유와 용기, 창조하는 모든 아이디어가 가치 있음을 아는 지식을 가지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은 배제되어온 사람들도 혁신의 대화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 또한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내일로 나아가도록 현재를 새롭게 보는 시각을 시스템 차원에서 돕는다. 디자인 씽킹은 조직 간의 충돌, 논쟁, 분열을 막고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만족화'라는 용어와 관련된다. 이는 의사 결정자들이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 데 힘 빼는 대신 만족스러운, 모두에게 적당한 해결책을 수용하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은 지역 사회의 획기적인 대화를 촉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네트워트 구축의 방법론도 제공한다. 또한 지역 사회 고유의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이끈다. 특히 기술 중심 혁신과 사용자 중심 혁신을 함께 적용하는 혁신을 이룬다는 대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디자인 씽킹은 학습과 실험으로 미래를 위한 명확한 사례를 구축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잠재력 향상 이상의 가치 창출을 유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 씽킹이 적용된 열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각각에 사용된 탐색 도구, 실험 도구, 앞서 언급한 네 가지 기본 질문의 활용법 등을 다룬다. 그리고 미국의 어느 특정 대학, 한 혁신 그룹이 디자인 씽킹을 펼치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경영 컨설팅 분야의 책이다. 그런데 디자인 씽킹이 적용될 범주가 전 분야이듯이, 각자 자기의 직업이나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적용될 광범위한 패러다임을 제공해준다. 물론 그 전제는 관료주의와 대립 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혁신을 수용하고자 하는 의지다.


책 말미에서 개인적 차원으로 앞서 제시한 네 질문을 적용한 대목은 꽤 유용하게 다가온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나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할 때 적용할 도구적 팁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에 파고들어라, 만능 해결책을 찾지 마라,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잊지 마라, 설득이 아닌 참여에 집중하라, 열중하는 동시에 벗어나라 등, 내 안의 타성, 오랜 고정관념을 끌어낼 동력이 될 법한 말들에 주목해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낙연쌤의 파란펜 - 세계적 문호들의 문장론 & 이낙연의 글쓰기
박상주 지음 / 예미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낙연 국무총리 소통메시지비서관(연설비서관)'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 소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통령 연설비서관이었던 강원국 님의 글쓰기 책, 그중 <대통령의 글쓰기>가 떠올랐다. 제목에 '낙연쌤',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가리키는 호칭이 쓰였고, 부제도 '이낙연의 글쓰기'라고 되어 있다. 특이하다면 부제에 '세계 문호들의 문장론'이 첨가된 것이랄까. '글을 시작하며' 대목에서, 저자는 이낙연 당시 총리의 별명이 교장쌤이었다고 전한다. 비서관실 연설팀을 상대로 훈화 시간이 있었는데, 연설문 보고 시간에 총리는 '사실'과 '진심'을 강조하는 글쓰기 선생님이었다고. 실제로 그는 기자생활 21년, 정치 입문 후 다섯 차례의 당 대변인을 했던 이력이 있다. 저자는 그의 '글쓰기 훈화'를 책으로 엮기 위해 동서양 문호들의 문장론을 읽는 가운데 낙연쌤의 '훈화'를 발견한다. 이 책의 구성은 문호들의 문장론과 낙연쌤의 글쓰기 강론의 융합이다. 실제 연설문도 책에 실려 있다. 정말 읽고 싶게 만든 구성이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라는 타이틀과 무관하게, 낙연쌤의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어진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국내외 문호들의 글쓰기에 관한 인용이 꽤 많다는 것이고, 발췌된 연설문의 경우 연설팀의 초안과 낙연쌤의 수정본을 비교하도록 실어놓았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생각날 만큼, 글쓰기와 관련한 보석 같은 말들을 각 장의 주제에 따라 잘 배치하고, 궁극적으로 낙연쌤의 글쓰기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정리해준다. 연설문의 초안과 수정본만 예시문으로 달아놓은 정도가 아니라, 어떤 부분이 왜 수정되었는지 조목조목 덧붙이고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개별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말이 곧 글인 셈이니까. 이 책을 통해,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섬세한 뉘앙스의 차이를 담아내는 글쓰기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제10회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축사'의 연설팀 초안을 본 후, 낙연쌤은 "병아리 모이 뿌리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죽 늘어놓기만 했을 뿐 그 의미를 받쳐주지 못했어요. 그저 아는 체하려고 한 정도입니다."(53쪽)라고 말했다. 수정본에서는 전문가들 앞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토로하면서 동시에 겸손하게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뉘앙스의 문장들로 바뀐다. '제89주년 학생독립운동 기념식 기념사'의 초안을 본 반응은 어땠을까. "밋밋해요. 남의 이야기하듯 건성으로 쓴 글입니다."(85쪽)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고 반전도 없으며 내용의 결함까지 있는 글이라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낙연쌤이 초안에 대해 어떻게 지적하는지 그 첫마디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 예를 더 들어보면, "글이 너무 가볍습니다. 흥분을 해서 균형을 잃었어요."(105쪽), "이건 죽도 밥도 아닙니다."(126쪽), "부처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자료에 함몰되지 마세요."(145쪽) 등이 있다.


이 책은 글의 마음, 뼈대, 꾸밈, 그리고 글과 삶으로 크게 나누어 해당 주제에 따른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백색의 글쓰기'와 'SNS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내용이다. 먼저 '백색의 글쓰기'를 살펴보자. 이 표현은 바르트의 제안인데 어떤 질서에도 예속하지 않은 중립적이고 냉정한 글쓰기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바르트는 직설법적인 글쓰기나 신문기자의 글쓰기를 그런 사례로 든다. 저자는 사실과 논평을 마구 뒤섞는 요즘 신문을 비판하고, 슬픈 감정조차 수식어나 관념어보다 사건과 사실로 잘 드러낼 수 있다는 낙연쌤의 '백색의 글쓰기'를 모범 사례로 든다. 또한 저자는 SNS 글쓰기란 나를 확장하는 일이고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이기에, 중요한 것으로 공감, 타이밍, 쌍방향, 사실 확인을 언급한다.


이 책에 인용된 문호들의 말 중에서 "삶과 문학은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이오덕 선생님의 말, "글은 나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작가 카프카의 말을 떠올려본다. 잘 쓰기 위해 잘 살아야겠고, 살아내기 위해 글을 쓰며 버틴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러 문호들과 낙연쌤의 말들이 내 안에서 꿰어진 구슬이 될 때, 실제 글쓰기에서 이전과 달라진 결과물, 어설픈 초안에서 탈바꿈된 그럴듯한 수정본이 나오게 될 터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