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음악가들
장옥님 지음 / 형설미래교육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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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왜 <위기의 음악가들>일까. 서문에서 저자는, 음악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에 처했을 때의 상황과 그때 창작한 작품에 초점을 두었다고 밝힌다. 이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음악가들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들이 많은데, 저자마다 어떤 음악가들로 책을 구성하고 어떤 내용 중심으로 서술될지는 다양하다. 이 책으로 '위기'가 낳은 명곡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 책은 헨델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시대순으로 열네 명의 음악가를 다룬다. 헨델의 경우 오페라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충격과 과로가 겹쳐 뇌일혈로 쓰러지게 된다. 그러나 헨델은 몸이 회복된 후 오라토리오 <메시아>로 화려하게 재기한다. 저자는 이 곡을 둘러싼 배경 설명과 주변의 극찬, 호평을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헨델의 일생을 언급하면서 그의 음악세계를 간추려 서술해준다. 밝고 빛나는 에너지로 가득 찬 그의 음악에는 독일적인 중후함, 이탈리아적인 명쾌함, 프랑스적인 우아함, 영국 근대사회의 활력이 더해져 있다.


다른 음악가들의 예를 더 들어보면, 베를리오즈는 짝사랑 여인에 대한 고백, 그녀의 거절로 인한 좌절, 긴 악몽을 <환상 교향곡>에 담았고, 이 작품은 낭만주의 예술적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한 교향곡으로 평가받는다. 베르디는 두 아이와 아내를 잃은 슬픔을 겪으며 <하루 동안의 왕>이라는 오페라를 발표하지만, 관객들의 야유로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 그때를 계기로 그는 세상 평판에 개의치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말러는 네 살 딸아이를 잃은 후 충격으로 치명적인 심장 발작을 일으킨다. 그런 가운데 애초 쓰기 시작했던 곡을 완성하는데 그게 교향곡 8번이다.


저자는 음악가의 삶과 작품을 위한 개괄적인 이해를 더해, 전문 음악용어 해설면을 따로 준비해둔다. 이 책으로 각 음악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개인적 어려움, 당시 음악사조 및 주요작품의 배경을 알아갈 수 있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감상이나 견해를 최대한 배제하고 각 음악가와 작품에 대해 꼭 알아둘 내용 중심으로 쉽게 풀어 전달해준다. 30여 년의 클래식 FM 프로듀서인 저자의 경험과 전달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인 셈이다. 다만 각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시대순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는 방식이라, 감성적인 음악 에세이보다는 잘 정리된 교과서 느낌이 더 강한 성격의 글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음악가들의 '위기'란, 가족을 잃거나 자신의 음악이 외면받는 일뿐 아니라,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원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상황, 작곡이나 연주를 할 수 없을 만큼 생명이 위태롭거나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 등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숱한 어려움들이다. 다시 일상을 살아낼 여력조차 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괴로움 속에서도 음악가들은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위기를 만났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작품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 위기를 통과해 작품이 나왔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이 책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낱낱의 클래식 정보를 이 책으로 종합적으로 모아볼 수 있고, 여기에 소개된 음악들을 찾아 들으면서 각 음악가들의 위기를 관통한 명곡의 세계를 더 깊이 감상해볼 수 있으리라.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게 더해진 삶의 버거움도 조금은 덜 무겁게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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