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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
김한종 지음, 임근선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6월
평점 :
분단된 한반도에서 한국 전쟁이란, 단순히 지나간 역사 고찰의 의미를 넘어서는 사건일 것이다. 2018년 남북 지도자들이 판문점에서 만나 종전 선언을 했지만, 이후 경색된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앞으로 남북 관계를 원활히 풀어가는 것만큼, 한국 전쟁을 제대로 고찰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알려주어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역사교육과 교수로서 한국 전쟁의 여러 '얼굴'을 담아낸다.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쉽게 설명해주는 어조, 관련 사진자료, 그림 등이 돋보이는 책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전쟁의 여섯 가지 얼굴이란, 크게 공간, 이동, 사람, 파괴, 기억, 국가 권력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한 시간 순서의 기술보다 더 일목요연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중간 페이지마다 전쟁이 남긴 음식, 전쟁으로 생긴 놀이, 전쟁 노래, 전쟁 영화, 달라진 교육과 파괴된 문화재 등 다양한 읽을거리도 담고 있다.
'공간'에서는, 전쟁이 만든 장소인 강원도 속초의 아바이 마을, 부산 한복판의 국제 시장,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로 유명한 강원도 철원, 세종시에 위치한 개미 고갯마루의 위령탑이 소개된다. '이동'에서는 피란민, 월남인, 월북이나 납북된 사람을 언급할 뿐 아니라 남북 양쪽에서 버림받은 빨치산, 남북이 아닌 제3국을 택한 전쟁 포로 이야기도 들려준다.
'사람'에서는 전쟁 고아, 해외 입양 아동, 전쟁 중 남편을 잃은 여성과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 이산가족의 실상을 보여준다. 저자가 바라보는 '파괴'의 범위는 생명과 산업 시설만이 아니고 분단으로 인한 남북 왕래의 단절과 사람들 간의 적대감, 반감도 포함한다.
'기억'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인물인 김규식, 박열은 각각 좌우 통합, 미국과 소련의 공존을 지지했다는 점에서, 당시 극단에 서 있던 이들에 밀려 비주류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저자는 친일 문인 이광수, 조선 의용군 사령관 무정을 소개한다. '국가 권력'에서는 전후 남북의 독재 체제뿐 아니라 한국 전쟁의 수혜국이 된 일본과 중국 소식도 알려준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해외 입양이 많다는 점, 여전히 '파괴'의 얼굴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 주한미군의 범죄는 책 속에 언급된 사건만이 아니었다는 사실 등을 떠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전쟁 중에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 우리는 한국 전쟁을 어떤 '얼굴'로 만들어가야 할까.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