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하) - 중세의‘압도적 선구자’,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일생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생애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권에 이어 하권에도 교황과 황제의 대립 양상이 이어지는데, 핵심은 과연 교황이 세속 통치자들의 지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세 교황이 종교 최고 지도자라는 자리를 지나치게 남용해온 사례를 낱낱이 확인해보게 된다. 이에 황제 프리드리히 2세는 어떤 대응을 했을까.

 

중세에는 로마 교황의 영지 소유가 당연시됐고, 마음에 들지 않는 황제나 왕, 유력 제후의 영토를 빼앗는 일도 정당화됐다. 로마 교황이 1천 년 넘게 직접 통치해온 영지인 교황령, 곧 '성 베드로의 자산'은 중부 이탈리아의 반을 차지할 정도다. 바로 그곳을,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공격한다.

당시에는 영토욕을 가진 황제의 침략 행위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정교분리의 첫걸음인 셈이다. 교황령 공격 결과,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가 자결하고 22개월 만에 새 교황 인노켄티우스 4세가 선출된다.

 

황제와의 대면을 피한 채, 새 교황은 리옹에서 공의회라는 명목으로, 황제에 대한 이단 재판을 감행한다. 한마디로 황제는 이단 행위를 했고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반한다는 것, 그러니 황제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이 책에서 반복해서 사용하는 구절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신의 것은 신에게"라는 예수의 말을 명백히 위반하는 모습이다.

 

억지 죄목을 붙인 재판 결과로 고분고분 물러설 황제가 아니다. 황제는 유럽 제후들에게 서신을 보낸다. 교황의 조치는 당신들에게도 일어날 일이라면서, "리옹 재판은 로마 교황이란 누가 그 자리에 앉든 세속의 권위 권력에 대해 참견과 권력 행사를 서슴지 않을 인종임을 실증한 것"(214-215쪽)이라고. 그 결과 교황 편에 선 자들은 없었다.

 

이후 교황의 지시 아래 간부 후보생들에 의해 황제와 아들 엔초를 살해하는 음모가 획책되기에 이른다. 사전에 발각되고 음모자 전원의 자산이 몰수되고 그들은 뜨거운 쇠막대기로 두 눈을 찌르는 형벌을 받게 된다. 이는 중세 중죄인에게 많이 사용한 형벌이었다고 한다.

 

하권에서는 개별 장들과 구별되는 '간주곡'을 설정해, 연대기순으로 담아낼 수 없는 프리드리히의 생애를 다룬다. 먼저 그의 여자들 이야기. 저자의 표현이 재미있다. "여자 이야기는 대체로 여기서 끝나야 할 테지만, 프리드리히라는 남자는 참으로 곤란한 남자가 아닐 수 없다."(92쪽) 그리고 자녀들, 협력자들, 간부 후보생, 친구들 이야기. 또한 프리드리히의 '멜피 헌장'이 가지는 의미망을 서술한다. 그가 세운 '카스텔 델 몬테'라는 팔각형 성, 그가 직접 쓰고 삽화도 그렸다는 <매사냥의 서>에 관한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프리드리히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곳, 카스텔 피오렌티노를 방문한 저자의 소회로 글이 마무리된다. 한 사람의 생애라고 하기에는 꽤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프리드리히가 56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펼쳐온 업적과 성취가 크다는 반증일 것이고, 저자의 표현대로 "중세를 살면서 르네상스의 문을 연 사람"이기에, 그의 "교향악 지휘자" 같은 정치 행보를 보면 중세 사회를 그려볼 수 있기에 그럴 것이다. 역사서적에 관심 없는 사람조차 이 책에 빠져들 듯하다. 황제 프리드리히 2세의 매력에. 그리고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엮어가는 중세 시대와 황제의 인생 이야기 속으로.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