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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소 - 채식의 불편한 진실과 육식의 재발견
다이애나 로저스.롭 울프 지음, 황선영 옮김 / 더난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건강 서적마다 육식에 대한 입장이 다양한데, 최근에는 영양과 환경 면에서 고기의 유해성을 말하는 내용이 주류가 된 듯하다. 이 책은 고기를 적게 먹는 게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이며 건강한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과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목 <신성한 소>란 "그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생각이나 관습, 제도"를 의미하는데, 저자들은 고기가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나, 육식이 도덕적으로 역겨운 관습이라는 것을 '편견'이라고 본다. 저자들은 국가공인 영양사와 연구 생화학자로 소개되어 있다. 그들은 적색육이란 영양이 풍부한 식품이라는 입장이다.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그들의 논의를 따라가본다.
260만 년 전부터 동물성 식품이 인류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 이래, 사람들은 건강한 뇌와 몸에 필요한 단백질, 철분 등을 얻었다. 점차 전통적이고 건강한 고기가 외면받으며 그 자리에는 가공된 기름, 정제된 곡물로 채워졌고, 이는 영양 부족으로 이어졌다. 미국 닉슨 정부는 식료품값을 떨어뜨리려고 곡물 과잉 생산을 촉진한다. 농산물 가격은 내렸으나 남아도는 식품 처리 문제가 생겼다. 70년대 중반 옥수수가 남아돌자 액상과당의 대량생산으로 눈을 돌린다. 이 책에서 비판하는 지점은, 미국의 식량 시스템이 영양이 풍부한 동물성 식품을 제한했다는 것과 공장식 가공, 정제 식품을 무제한으로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영양, 환경, 윤리의 측면에서 보는 육식을 담고 있다. 먼저 영양 면에서, 고기가 어떻게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었는지, 과연 식물성 단백질로 영양이 충족될 수 있는지 등을 다룬다. 특히 콩은 소화와 생식 문제, 인지력 감퇴와 연관되고 서양 국가의 경우 가공 형태로 먹기에 더 위험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면 독성을 낮춘다는 콩 발효 형태는 안전할까.)
환경 면에서는, 농업 위주의 식량 시스템이 세계적인 식량 안보의 해결책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소가 메탄을 많이 배출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박한다. 이 주장은 UN 식량농업기구의 2006년 발표 보고서에 기인하는데, 실상 가축에 시행된 것만큼 운송 부문의 전체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미비점을 지적한다. 결국 소고기 생산 방식의 개선, 목초를 먹이며 잘 관리되는 소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리라는 입장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동물성 식품은 소고기로, "잘 관리된 소"의 구체적인 양상을 제시한다.
윤리 면에서는, 동물이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도 동물을 꼭 먹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저자들은 "최소한의 해"를 끼치는 식량 시스템을 언급한다. 채소와 곡물 재배 과정에서 농부가 땅을 갈 동안 지렁이, 쥐, 그곳에 서식하던 동물들이 죽고 작물이 자라는 동안 농약 탓에 곤충이 죽고 그 곤충을 먹은 동물들이 죽는다. 나아가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물고기가 죽는다. 이처럼 동물에게 끼치는 폐해는 식물성 식품 생산의 피치 못할 결과물인데, 생명을 최소한으로 해롭게 하려면 목초를 먹이면서 잘 키운 소, 적색육을 먹자는 결론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도, 다 읽은 후에도 계속 맴도는 것은 "목초를 먹여 잘 키운 소"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됐기 때문일 것이다. 채식과 육식의 이분법적 입장 가운데, 이 책은 후자를 옹호하는 근거와 논리를 펼친다. 영양, 환경, 윤리의 세 가지 핵심 쟁점,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이라는 인식 토대를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어서, 저자들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농업이든 방목이든 건강한 토양의 중요성도 상기시킨다.
이 책의 근거와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존에 알았던 내용이 제목 그대로 "신성한 소"였을까 되짚어보게 된다. 최종 판단은 독자들의 몫일 터이나, 채식 옹호자든 육식 옹호자든 저자들의 주장을 새롭게 반박하거나 덧붙이거나 어떤 식이든 탐구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큰 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요즘 가정요리의 책임자로서 영양, 환경, 윤리에 부합하는 식단을 꾸려왔던가. (질문이 또다른 질문을 낳는다. 내가 생각하는 "영양, 환경, 윤리에 부합한다는 의미"는 무엇이었던가.)
[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