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다시 보기를 권함
페터 볼레벤 지음, 박여명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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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나 나무 이야기는 어떤 것이든 좋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에세이도 마음에 들고, 자연의 생태를 사진 자료와 함께 알려주는 사실적인 글도 흥미롭다. 이번 책도 자연이 주제인데, 왠지 지금까지 읽어왔던 책들과 다르다. 이야기의 초점과 범주가 기존 책들과 다른 것이지만, 본문 내용을 읽어갈수록 무엇보다 디테일이 강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숲 해설가이자 나무 통역사로 소개되어 있다. 책 앞부분에 저자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서술되어 있어서, 이 대목이 이후 전개될 내용의 사전 이해를 돕는 듯하다. 그는 산림경영 전문가로서 처음 사무실 근무로 발령 받아 숲의 현장을 그리워하다가, 휨멜 지역 현장의 관리를 맞게 되어 들뜬 기분이 된다. 그곳에서 고령의 활엽수림을 벌채하는 일이 환경 보호일까,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나, 자신의 지시로 오염시킨 토양은 얼마나 될까 등의 회의를 가진다. 고령의 너도밤나무를 베어냈을 때, 저자는 "나무가 눈물을 흘리기라도 하는 양 물이 솟아오른"(35쪽) 모습을 발견한다. 쓰러진 나무의 절단면에서 별 모양의 흰색 무늬인 버섯류도 발견했는데, 그것은 너도밤나무를 숲에서 더 살게 두었다면 좋았다는 의미다. 결국 저자는 친환경적 숲 경영을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숲의 역사에 대해 고찰하면서, 시대별로 숲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 서술한다. 상품 가치가 없는 목재가 소각될 때 재와 연기가 나오고, 이때 나무는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생장과정의 정반대, 결국 인공조림에서 산소의 수입과 지출은 제로섬이라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다. 숲은 무조건 산소를 배출한다는 지식은 일차원적 이해였던 것이다. 또한 나무의 번식과 분재, 이식, 과실나무의 개량 모두 나무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관점은 새로웠다. 간벌은 "숲에 공간을 만들고 우수한 품질을 가진 나무들을 남기는 작업"(118쪽)인데, 저자는 과연 우수한 품질을 가진 나무란 어떤 나무인지 묻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산림경영 방식이 숲을 살리는 게 아니라 도리어 해치는 것이라는 저자의 식견을 발견할 수 있다.


수렵의 문제도 심각한데, 활엽수 중 중부 유럽에서 뛰어난 생존력을 가진 너도밤나무의 경우 야생동물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원시림의 거목이 되어야 할 나무가 야생동물들에게 잎을 내어주다가 끝내 줄기가 휘어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관목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질문한다.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환경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저자는 종 다양성보다 원시 상태의 다양한 서식지 보호가 훨씬 가치 있고 중요하다고 본다. 산림경영 전문가의 개입이 국립공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생태학적으로 산림을 경영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에는 저자가 현장 경험에서 터득하고 숲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실천 방안들이 빼곡하게 실려 있다. 토양 손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자연의 선순환을 보여주는 수목장 이야기, 숲과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자연에 적응하게 되는 숲 서바이벌 체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방식과 관련한 숲의 보존, 나아가 숲이 지향할 방향성까지 담고 있다.


수목원이나 생태공원을 둘러볼 때마다,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을 따름이다. 숲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내 소관도 아니고 관련된 직종을 가진 것도 아니니, 설령 어떤 문제의식을 가진다고 해도 해당 공무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아닌가 싶었다. 저자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묻는다. "혹시 산림경영 전문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볼 의향은 없는가? 주 산림청이 다소 불편해할 색다른 문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365쪽)라고. 우리의 숲과 나무들은 지금 당장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이다. 영향력 행사나 문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숲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은, 이제부터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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