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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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이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 책이다. 일흔쯤 되면 온전한 나를 만나게 될까. 생활에 매여 중년 시기에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하신 부모님도 생각나면서, 열기구 아래 춤추는 두 사람의 표지 그림이 제목과 잘 어울리는구나 싶다. (여행지에서 실제로 저자 부부는 열기구를 탔다.) 표지뿐 아니라 본문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도 예쁘다.


이 책은 내후년이면 결혼 50주년을 맞는다는 저자의 여행산문집이다. '시작하며'에서 삶 자체가 여행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길 위로" 여행하지 못한다면 "생각 속으로", "책 속으로" 떠날 것이라 한다. 이 표현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여본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국내외 여행을 하며 기록한 내용을 열세 편으로 엮어냈다. 저자의 여행길을 따라가보며, 몇 군데를 소개해보기로 한다.


가장 먼저 전남 여수 돌산도. 어둠과 침묵 속에 가라앉은 듯한 섬, 차로 끝없는 산길을 올라간다. 마을의 불빛을 찾아 내려오는 길목의 찻집에서, 저자는 칡차로 지친 몸과 긴장했던 마음을 달랜다. 정말 칡차를 보면 그때의 여행지가 떠오를 듯하다. 다음은 제주 서귀포 한라산. 저자 부부는 관음사 코스로 한라산 정상까지 오른다. 가는 길에 여러해살이 식물 '조릿대'가 큰 산을 덮은 모습에 처연해지고, 정상 백록담 높은 바위에 앉은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는다. 이 여행의 색깔은 회색빛 같다.


중국 지린성 백두산으로 가보자. 저자는 연변조선족자치주 '안도' 현으로 가는 길에 미인송을 발견한다. 백두산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로, 그곳에서는 늙을수록 아름다워져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실제로 윗가지만 우산처럼 남은 미인송의 모습이 우아하다고. "기운 내, 나이 먹어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고!"(57쪽) 저자는 자신을 향해서인지, 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모를 말을 툭 던져본다. 그 말을 내가 슬쩍 받아본다.


경상북도 울릉도 편을 읽으면서, '명이'가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희귀 나물이구나 새롭게 알게 되고, 사람 발길이 안 닿는 곳만 찾아다니는 남편과 동행하는 저자도 대단하구나 싶다. 어딜 가나 등산 코스를 잡아 오르고 걷고 또 걷는 모습... 나리 분지로 가는 길은 유난히 많이 걷는 듯하다. 그래도 낯선 오지 느낌의 그곳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담아낸 다른 여행지에서도 한두 장소 혹은 장면마다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캄보디아를 다녀오기도 했고, 남편의 갑작스러운 휴가 일정에 그 자리에서 홍도와 흑산도로 목적지를 정하기도 했다. 계획해서 떠나든 느닷없이 떠나든 여행 갈 마음과 배낭 꾸리기가 늘 준비되었다는 대목에서, 진정한 여행자의 면모를 발견한다. 저자는 항상 여행 전후에 관련 정보를 찾아 예습과 복습을 하며 여행지에 대한 편견을 경계하고자 한다. 여행지를 복습한다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작은 노트를 준비한다. 보고 느낀 것을 생생히 담아내고 싶어서. 그런데 여정 중에는 풍경과 나, 동행한 이들을 사진으로 담느라 바쁜 탓인지, 정작 본 것과 느낀 것을 몇 줄도 남기지 못하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담아낸 여행 기록이 생동감 있어 좋았다. "오늘은 택시 투어다" 식의 현재형 서술 방식이라 더 그런 느낌을 주는 듯하다.


여행 에세이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보면서 이 장르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내가 가본 곳이든 아니든 저자를 따라 여행하는 기분도 좋았고, 저자가 들려주는 여행지 풍경뿐 아니라 그곳에서의 감회, 여행을 인생에 빗댄 표현들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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