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술사
박은주.양지열.김만권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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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일단 언론에 대한 비판서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저자들은 PD, 변호사, 정치철학자 3인으로, 프롤로그에서 제목의 의미를 풀어준다. 이 책을 읽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생각하기에, 그 내용을 소개해본다.



"탈진실의 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거짓말 기술자들, 새로 생겨난 개소리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거짓말과 개소리를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를 '언론술사'들이라 부릅니다."(8쪽)



거짓말과 개소리는 어떻게 구분될까. 저자들은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2016 번역본)에 사용된 개념을 끌어온다. 거짓말은 진실의 맥락을 따르는 척 노력하지만, 개소리는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필요한 맥락을 예술가처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적용하자면, 권력자와 청중은 자기 이익에 부합하다면 진실과 무관한 개소리도 기꺼이 내뱉고 받아들이고 있기에, 오늘날은 '개소리의 시대'라 칭할 만하다. 저자들은 언론이 거짓말에 맞서고 개소리를 걸러내는 '제4의 권력'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해주기를 바라며, 진실에 이르는 길을 함께 찾아보고자 나섰다.


세 명의 저자들이 각자 맡은 영역이 분명한 책이다. 전반적인 구성을 보면, PD는 언론에 관한 이슈를 사진자료, 영화 소개 등의 개요로 선보이고, 변호사는 연상되는 그림을 읽어주며 해당 주제를 서술하고, 정치철학자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며 핵심 문제를 정리,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구성 방식과 각 주제별 내용을 보면, 한 가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했기에 흥미로울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책에서 제시된 이슈에 별 관심이 없던 독자들에게도 '언론술사'들의 행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듯하다. 이는 분명히 이 책의 장점이자 독특한 지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담아낸 내용의 무게와 비중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팬데믹 시대 가짜 뉴스를 퍼나르는 언론의 모습부터 여론몰이, 검언유착, 재난 보도, 친일 보도, 대북 보도, 사생활 보도의 문제점, 5.18 광주와 6월 민주항쟁 당시의 언론,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모습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지만, 우리 시대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식견을 담아주기를 기대했다. 제시된 많은 자료(사진, 그림, 책 소개)는 핵심 주제 언저리에 머물면서, 그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우회적 혹은 상징적 장치로 기능하거나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점을 꿰뚫고 파고들 때는 에둘러 말하는 방식보다 직설 화법이 많은 내용을 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들이 글을 쓴 의도를 헤아려본다면, 프롤로그 중 "언론이 맞는 고난 위에 비난을 더하기 위한 책이 아니에요."라는 표현과 연관성이 있겠다. 어쩌면 저자들은 독자들이 혹 날이 선 비판 내용에 공분과 갑갑증이 생기지 않도록, 그림도 감상하며 쉬어가면서 읽도록 배려한 것일지 모르겠다. 이들의 친절한 경어체를 따라가면서, 논리와 표현을 들여다본다.


여론조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이게 여론조사의 결과이니 옳다'가 아니라, '그 여론의 판단이 얼마나 민주적 삶의 원리에 부합하는가'부터 살피는 것이다. 저자들은 징벌적손해배상제에 대한 입장을 질문 형태로 서술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하지만, 기본적 사실에도 충실하지 않은 보도를 해왔던 모습을 보면 과연 언론의 자유가 오보할 자유, 확인 없이 보도할 자유인가. 국민들의 정파적 태도를 부추기며 진영 간의 혐오와 적대감을 확산하는 보도를 내보낸 책임은 없는가.


검찰은 언론의 주요 취재원으로, 언론은 비리 수사와 재판 등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에 대해 빠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문제는 검찰 말만 믿고 받아쓰기하듯 기사를 써대는 것이다. 검언유착으로 재판 전에 여론 법정에서 유죄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법정도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언론은 검사 한쪽의 입장을 보도할 게 아니라, 검사와 피고인이 어떤 주장을 펼치고 어떤 증거를 내놓는지, 그 안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찾아야 한다.


친일 보도와 관련한 내용은 역사적 배경 설명과 함께 서술되어 있다. 저자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감각을 잃어가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친일'을 일삼던 이들이 자신들의 행적을 가리고 사회적 지탄을 돌리는 데 '반공'과 '반북' 프레임을 사용했다는 것, 그런 프레임이 작동될 수 있었던 배경은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 그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 대신 밥그릇 싸움만 하던 이들 언론사는, 정파적 이익에 따라 분단을 조장하고 군사독재를 지지했으며 여전히 정파성의 틀에 갇힌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일 보도를 비롯해 대북 보도는 언론사에 한정된 문제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부분인 듯하다. 그만큼 언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저자들은 보편복지, 아동학대 사건, 인종 차별, 노동문제 등을 다루는 맥락에서, 언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언론술사'의 범주 속에 거짓과 막말을 쏟아내는 언론뿐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청중도 포함시켰다는 점을 상기해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언론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비난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현재 언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이슈가 기사화될 때 과연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비판적으로 읽어내면 좋을지 모색해보려는 듯 보인다. 물론 언론이 사실에 대한 심층 보도를 하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전제가 되어 있지만.


오래전 정파가 다른 두 신문사의 주요 기사 혹은 사설을 비교하며 읽은 적이 있다. 헤드라인을 어떻게 달았는지, 메인 사진을 무엇으로 내걸었는지 주의 깊게 보기도 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짜 뉴스가 팽배한 오늘날, 기사화된 내용들에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곧 선거철이 다가올 텐데, 그때 나도 모르게 '언론술사'가 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상 마음속 깊이, 우리 정치와 언론에 대한 피로도가 가중되는 느낌부터 배제하는 게 절실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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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 무례한 사람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여섯 가지 방법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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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조금은 감정에 무디어졌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말에 휘둘릴 만큼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여겼지요. 그동안 읽어왔던 심리학 책들의 도움도 받았으니 '상처'라는 말은 저와 무관해진 줄 알았는데요, 최근에 '아니구나' 하고 인정할 만한 일들이 많아졌어요. 오히려 '여전하구나' 하는 모습이 제 안에서 발견되니 속상한 마음도 들었지요. 그즈음 <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슬며시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 다시 내 마음을 추스려보자.' 그러면서 이 책이 제게 걸어오는 말들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습니다.


심리학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저자 소개를 보니 교육학 전공자네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화술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나와 있습니다. '들어가기'에서 저자는 상처받지 않도록 정신적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요. 여리고 민감한 부분을 상처받기 쉬운 모습, 약점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강점이 되도록 훈련하자는 것이지요. '차례'를 보면 자존감, 둔감력, 평정함, 자신의 왕국, 품위와 존엄, 공격의 무력화 등 주요 핵심 용어가 나옵니다. 하나씩 집중해서 살펴보려고 해요.


먼저 저자는 자신을 스스로 상처 입히는 부분에 주목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내적인 자기 비하를 발견하고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책 내용에는 자기 비하의 여러 생각, 표현이 예로 제시되어 있어요. 약간의 주의력만 발휘하면 '내면의 비판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자신을 나무라고 실수를 지적하며 낙담하게 하는 등 그의 특기는 체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그를 길들여 주도권을 잡는 법이 나와 있어요. 무조건 그를 내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게 제한된 발언 시간을 주고 그의 말을 메모하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비판의 말을 글로 적으면 그 내용과 거리 두기가 쉽다고 해요. 중요한 점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다 보면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은 둔감력을 다룹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는 화술, 말솜씨가 아니라 평정심 유지가 필요하다는 대목에 공감해요. 저자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평소에 잘 파악해두라고 조언합니다.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둔감력이 부족한 탓이기에, 대화 상대가 어떠할 때 신경이 거슬리는지 미리 파악해두자는 말이지요. 둔감력을 얻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소개해보면, 비인격적 상태로 옮겨가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의식적으로 닫고 곧장 비인격적인 상태로 넘어가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무뚝뚝하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이라는 말이 아니라 단지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자는 뜻이에요. 공감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필요에 따라 마음의 단추를 잠글 수 있어야 한다는 말, 타인의 기분과 감정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저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감정의 교감이 많아야 하고 충돌이 일어난다면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미래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안의 잘못된 전제를 발견했지요. 타인을 온전히 알 수 있다는 착각이요. 동시에 타인에게 완전하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환상이요. 타인이 제게 던진 부당한 감정의 포화조차 깊이 곱씹는 버릇이 있는 저에게는,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꽤 중요하게 와닿았어요. 이 책에 제시된 둔감력 기르는 방법, 곧 비인격적 상태, 보호막, 멈춤 기법은 일상에서 유용하게 적용해볼 수 있겠어요.


세 번째는 평정함입니다. 이 책에서는 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 문장과 함께 보여주는데요, 대략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건, 상황,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런 판단을 자신과 연관 지어 개인적으로 받아들입니다. 화가 나면서 자기최면이 시작되는데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이 비열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늘 손해 보고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들이 화를 돋우게 된다고 해요. 저자에 따르면 화내기냐, 평온이냐의 결정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화와 분노를 피하는 방법 가운데 "두고두고 곱씹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눈길이 머물게 되네요. 누군가와 대면해서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인데, 저의 경우는 뒷북 치듯이 분노가 솟아오르곤 하지요. 어떻게 내게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하면서 상대방의 언행을 되새김질하면서요. 그럴수록 화가 새록새록 치밀어 오를 뿐인데요, 그럴 때는 좋아하는 것,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에 주의를 돌리라는 조언을 새겨봅니다.


저자는 화와 분노뿐 아니라 걱정을 내모는 내용도 알려주고 있어요. 화와 분노, 걱정을 몰아내면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대요. 바로 평정심과 더 많은 에너지요. 화와 분노, 걱정으로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고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고민해보라는 말도 덧붙이는군요.


네 번째는 자신의 왕국 지키기입니다. 기본 전제로, 진정성 있는 비판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정당한 비판인지 지나친 간섭인지 판단해야 해요. 그리고 경계 설정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한데요, 책에서는 불안해서 누군가의 의견을 구할 때조차 자신감 있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지나친 간섭과 무례한 충고를 듣게 되니까요. 저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건강하게 수용하면서, 무조건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을 멀리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지원이나 응원을 바랄 필요도 없다면서요.


다섯 번째인 품위와 존엄 추구하기는 구성원끼리 서로 헐뜯고 중상하는 분위기(소위 '악의 소굴')에 물들지 않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어찌 보면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우글대는 곳에서도, 인간의 품위와 존엄을 버리지 말자는 의미일 텐데요, 용서와 망각을 배우라는 말이 특별히 와닿았어요.


"부당한 일을 일일이 기억 속에 수집하는 걸 중단하자. 상처가 아물도록 하자. 마음 아팠던 일들로부터 신경을 끄고 종지부를 찍자. (중략) 에너지와 힘을 공급해주는 기억들을 기뻐하고, 다른 모든 기억은 시간을 통한 망각에 내맡겨야 한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과거의 일로 인해 부글부글 끓는 일 없이 가벼운 짐을 가지고 여행하도록 하자."(155-156쪽)


마지막은 공격의 무력화입니다. 무례한 말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루고 있어요. 저자는 이해심을 낭비하지 말라면서, 공격자의 말을 애써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요. 뭔가를 이해하는 지적인 활동을 가치 있는 곳에 활용하라고 합니다. 상대는 '문제 상자'에 갇혀 있어도 당신은 '보물 상자' 속에 파묻히라는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깔끔하고 명쾌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다루는 핵심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 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앞선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주고 있지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특별한 느낌은, 자기계발서 같은 구성을 선보이면서도 에세이적인 감성과 어조가 드러난다는 거예요. 주먹을 꽉 쥔 채 무례한 사람과 맞서라는 전투적인 마음이 아니라, 소란 속의 고요처럼 어떤 상황과 사람 앞에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대처하라는 메시지가 읽히는 듯해요. 맺음말은 색다른 내용을 담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여느 맺음말과 달리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이제 당신의 별을 따라"는 표현도 좋고요, 별을 좇는 것과 상처받지 않는 능력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에도 미소 짓게 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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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맛 - 연기부터 수액까지, 뿌리부터 껍질까지, 나무가 주는 맛과 향
아르투르 시자르-에를라흐 지음, 김승진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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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관한 이야기면 무엇이든 좋다. 그런데 <나무의 맛>이라니,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마음의 안식처와 같은 추상적, 심리적 의미가 아니라 '나무가 주는 맛과 향'이라는 부제를 달아 나무 자체의 풍미를 담고자 의도한 듯 보였다. 주와 찾아보기를 빼더라도 본문만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이를 만큼, 나무의 맛 이야기가 풍성할 수 있다는 데 먼저 놀랐다. 저자의 이력도 독특하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숲과 나무를 벗 삼은 이후 학창 시절 목공을 배웠고 대학에서 숲 생태학을 전공했으며 미식과학대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 저자의 집필 의도를 드러낸 표현이 있어 소개해본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들이 이미 우리의 음식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겠는가! 이렇게 해서 나는 3년간의 흥미진진한 나무 음식 탐험에 나서게 되었고 그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35쪽)


숲 생태주의자이자 음식 평론가, 목수인 저자가 펼쳐내는 글은 꽤 흥미롭다. 저자는 나무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종교와 신화에 나타난 나무의 상징, 경제생활의 원천 및 기후변화와 관련된 나무의 중요성 등을 개요로 보여주면서,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언제나 인간의 동반자였던 나무가 주는 맛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나폴리의 피자 요리사,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 생산자, 피에몬테의 트러플 버섯 채집가, 남티롤의 와인 양조자, 산송(소나무) 요리사, 오스트리아의 위스키 제조자, 바이에른 주의 맥주 양조자, 독일의 미니 오이 피클 생산자, 런던 중심가의 차 상점 주인, 인도의 차 재배자, 케냐의 요구르트 생산자, 캐나다의 메이플 시럽 생산자, 아르헨티나의 공학자, 베트남의 향수 에센스 채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저자는 호숫가의 풀을 갉아 먹는 비버를 보고 영감을 얻어 나무껍질을 맛보기도 하는데, 실제로 북미의 몇몇 부족이 나무껍질, 엄밀히 말하면 안쪽의 부드러운 형성층을 먹기도 한단다. 스칸디나비아 원주민에게 소나무 형성층은 별미였다고 한다. 자작나무 형성층을 삶아보고 튀겨보며 맛을 음미해보는 저자의 실험 정신도 대단하다.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나폴리 피자를 맛본 후, 저자는 전기 오븐과 너도밤나무 화덕에 동일한 피자를 각각 넣어 맛의 차이를 실험한다.


나무 화덕의 강렬한 맛을 체험한 다음, 저자는 나뭇잎, 차의 다양성을 맛보고, 위스키와 칵테일의 맛에 나무가 미치는 영향을 미각으로 느낀다. 나무통 숙성으로 술맛을 향상시킨다는 결론인데, 이런 대목은 특별히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듯하다. 업계에서는 오크 통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실험이 일상인 듯한 저자는 임의로 나무 네 종을 고른다. 낙엽송, 검은오리나무, 마호가니나무, 유칼립투스. 이것들이 나무통으로 쓰일 경우 어떤 맛을 증류주에 보태게 될지에 대한 실험이다. 저자는 낙엽송 밀 맥주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오크 향의 와인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나무의 향을 찾아, 유향과 우드(침향나무 에센스)를 소개한다. 덕분에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선물한 유향의 유래, 생소했던 침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베트남전쟁이 베트남의 침향 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가 씁쓸하게 다가왔다. 총알이나 폭탄 파편이 아퀼라리아 나무에 상처를 입힌 결과 침향이 많이 추출됐다는 것이다. 솔잎 페스토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저자를 보면서, 인간들의 나무 맛 탐험은 앞으로 얼마나 더 무궁무진할까 싶기도 하고, 혹시 그 과정에서 나무를 주된 먹잇감으로 삼는 숲속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해본다. 물론 저자는 음식뿐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나무를 활용하자고 말하지만 "자연적인 재생 속도를 넘어서는 정도로는 사용되지 말아야만"(407쪽)이라는 조건을 내건다.


저자가 소개하는 크롬워 나뭇재로 만든 요구르트 맛, 월넛 잎이 들어간 피클 맛, 복잡함과 상큼함이 어우러진 특별한 발사믹 식초 맛, 가문비나무의 껍질 틀로 만든 치즈 맛, 아직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트러플 맛도 궁금하다. 맛을 부드럽게 다듬어주는 나무의 역할을 목수 일에 비유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가구의 모양이 얼추 완성되면 그때부터 지루하지만 꼭 필요한 사포질과 표면 마무리 작업이 시작된다. (중략) 이렇게 표면을 부드럽게 하는 과정을 거치면 남아 있는 도구 자국이 없어지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부드러워지며 매끈하게 윤기가 난다. 그러면 가시에 찔릴 걱정 없이 나무를 만질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이 발사믹 식초를 만들 때 나무통 안에서 벌어지는 것 같았다."(302-303쪽)


여러 나무의 잎, 껍질, 수액, 형성층, 추출액 등을 맛보았던 저자는 목질 자체를 먹어보려고 시도한다. 통밀 빵을 만들기 위한 통밀가루의 일부를 너도밤나무 톱밥 혹은 소나무 톱밥으로 대신했다. 여러 경로의 검색을 통해,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한 작은 회사에서 나무 제품을 만들어 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나무로 만든 설탕 절임 과자를 먹게 되는 과정도 그의 맛 묘사만큼 흥미로웠다.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지인들을 초청해서 자신이 실험하고 개발한 나무와 관련된 음식들을 나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음식도 우리 삶도 타인과의 교류로 더욱 풍성해지는 것이리라. 이 책에서 결론을 대신할 한 문장을 만났다.


"나무는 인간이 망가뜨리고 있는 균형을 필사적으로 다시 잡아주는 균형추다."(404쪽)


나무와 음식, 그 둘을 하나로 엮어낸 책이라니 놀랍다. 나무 맛을 찾아 떠난 저자의 탐험, 자신의 부엌에서 직접 나무 맛을 재현해보는 요리사 혹은 과학자 마인드, 재료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 지식, 숲 생태학과 미식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글쓰기의 향연을 보여준 책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문득 예전에 맛본 대나무밥이 떠오른다. 메이플 시럽과 발사믹 식초를 활용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여러 가지 차를 음미해보는 취미를 가져봐도 좋겠구나 싶다. 수목원이나 생태공원을 거닐어보는 여유를 뒤로 미루어야 한다면, 일상에서 찾아보는 나무 맛이 뜻밖의 편안함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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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 시리즈 1
장다영 지음, 최지규 외 그림 / 탐구인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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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흑백의 대조성이 강하게 다가오는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을 보고 <담>(글로리아 J. 에반즈 지음)이라는 책과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 떠올랐다. 영화의 경우는 대강의 줄거리만 알 뿐,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벽'의 상징성이 강렬하다고 생각했다. <담>은 기독교 서적이기는 하나 신앙의 연관성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든 '벽'을 숙고해볼 만한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벽을 오르는 사람들>에서 말하는 '벽'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다. 머리말을 보면, 저자는 계층을 나누는 경계를 '벽'이라고 전제하고 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의 축소판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해, 계층 사회를 단순화한 모형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떤 그림이 형상화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사람들 눈앞에 존재했던 벽. 사람들은 벽 너머가 궁금했고, 소문이 돌았다. 벽 바깥 세상보다 풍부한 자원이 있다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붙든 채 사람들은 벽을 타고 올라간다. 오르다가 떨어지거나 심하게 다친 사람들도 있었지만, 자원 고갈로 굶주리는 것보다 위험을 무릅쓰는 게 낫다며, 사람들은 계속 벽을 타고 올라간다.

저자는 왜 벽이 생겼는지, 그 유래를 설명해준다. 세상이 처음 있던 때는 없었던 벽이 생성된 이유는, 결국 힘의 논리에 따른 계층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외부의 적들과 합심해서 맞섰을 때는 하나가 되었던 사람들이 원하던 평화를 찾게 되자, 내부의 적을 만들고 편가르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인간을 내몬 동물들이 그랬듯이. 악한 본성대로 놓아둘 수 없기에,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일 텐데, 문제는 그런 법망에서 벗어나는 특권층이 존재한다는 게 현실 아닌가.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갈등 대목도 인상적이다. 지금보다 벽이 낮았을 때 왜 넘지 못했냐고 항변하는 자녀와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너의 노력 부족이라고 대응하는 부모. 소위 부모 찬스 여부에 따른 차별이 생겨나고 벽을 오르는 경쟁은 점점 치열해져만 간다. 우여곡절 끝에 벽을 넘어간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은 또 다른 벽. 여러 겹의 벽이 존재한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사람들이 꼬리칸에서 점점 앞쪽칸으로 이동하듯이, 그렇게 사람들은 자꾸만 벽 안쪽, 더 안쪽으로 향하게 된다.

벽과 벽 사이, 사람들 간에 자원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고 가장 안쪽 사람들은 벽을 더 공고하게 쌓아간다. 벽과 벽 사이, 사람들은 바깥에서 안으로 넘어오지 못하도록 자원과 기술력을 동원해서 새로운 벽을 만들었고 그에 따라 벽을 오르는 새로운 방법이 강구되었다. 그러나 벽 안쪽 사람들의 자원도 점점 고갈되어 가는 상황에서, 안쪽에서 오히려 바깥으로 나오려는 무리도 있었다. 벽에서 멀리 떨어진 세상을 가보려는 모험인데, 그 길은 위험과 행운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 무리가 닿은 곳에는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벽의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남기는 결말이다.

자원은 한정되고 점점 소멸된다. 또한 계층 간의 갈등과 배타성은 심화된다. 이 책을 통해, 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 어느 순간부터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끊임없이 제일 안쪽을 향해 벽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가장 안쪽에 있던 사람이 바깥으로 나오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을지, 또한 실제로 바깥으로 나오는 과정이 책에서 묘사된 대로 쉬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저 멀리 바깥 세상에 많은 자원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해도, 벽 바깥으로 계속 나가는 행보란, 오히려 안쪽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한 바깥 사람들의 위협을 받는 일이기도 할 터이니.

계층 사회에 대한 사유와 질문을 던져보는 책이다. 페이지마다 벽과 사람들의 그림을 보면서, 길지 않은 분량의 글이지만 숙고해볼 만한 문장들과 마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벽이 아닌 미끌미끌한 벽, 기존의 방법으로는 오를 길이 없는 벽이 생겨났을 때, 더 이상 벽을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주목해본다. 지금 있는 곳의 자원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가지는 자기 합리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벽을 오르기 위해 시간 낭비를 하며 벽 오르는 방법을 모색해서 기어이 올라가려고 할까. 아니면 실패의 굴욕감을 숨긴 채 자족하는 모습으로 살아갈까. 주변 상황을 초월해 진심으로 만족하는 삶이란 불가능할까. 그런 삶은 도전하지 않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할까. 여러 의문이 솟구치는 대목이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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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도 괜찮아 모든요일그림책 1
황선화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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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다룬 그림책을 찾아 읽는 편인데요, 특히 부끄러움을 담은 그림책 <너무 부끄러워!>(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지음), <발끝 우물쭈물>(안노 쿠루미 지음)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었지요. 앞선 두 작품이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라면, 이번 그림책은 사자가 주인공이랍니다. 제목만으로 위로를 전해주는 <부끄러워도 괜찮아>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해요.

숲속 동물들의 장기 자랑 대회가 열릴 예정이에요. 거북이, 박쥐, 늑대, 사자는 각자 특별한 재주를 뽐내려고 해요. 거북이와 늑대의 재주는 짐작해볼 만했는데요, 박쥐가 준비한 마술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요. 그리고 사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까요. 책장을 넘기기 전에, 미리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해요.

모두 연습에 몰두하던 중, 갑자기 사자가 사라져버려요. 거북이, 박쥐, 늑대가 사자를 찾아 나섰는데요, 사자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렸군요. 부끄러워서 장기 자랑을 못하겠다고 울음을 터뜨리네요. 세 친구들은 빨간 사과가 되어버린 사자 얼굴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자는 박쥐가 말한 대로 해보고, 늑대가 만들어준 가면을 써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거북이가 사자에게 건넨 말 덕분에, 사자는 무사히 장기 자랑까지 마치게 되지요.

거북이의 말을 여러 번 읽어보게 되네요.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기분도 느껴지고요. 제목과 연관되는 표현인데요, 과연 어떤 말인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직접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거북이가 단지 위로의 말만 툭 던진 게 아니라, 부끄러움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사자와 함께하려는 마음을 전달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영유아들이 보기에 귀엽고 친근한 그림체입니다. 사자의 갈기를 복잡하게 표현하지 않은 점도 좋아요. 빨강, 노랑, 검정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사자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런데 단순한 형상화가 의도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꽃 옆에 앉은 사자의 모습은 영락없는 꽃 한 송이에요. 어쩌면 작가는 그 장면에서 꽃처럼 여린 사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르고, 우리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만의 감상일 수도 있겠지만요.

꽃밭에서 혼자 장기 자랑 연습을 하는 모습, 부끄러움이 밀려와 아주 작아진 모습, 빨간 얼굴이 클로즈업된 모습, 그리고 장기 자랑을 선보이는 뒷모습까지, 아이와 함께 사자의 표정이나 몸짓을 관찰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어릴 때 보는 그림책의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자라면서 부끄러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될 때,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어도 감정이란 참 어렵잖아요.

아무쪼록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편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특히 거북이처럼 지혜와 배려심 가득한 친구를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요. 아이에게, 먼저 그런 친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고요. 저 자신에게도 속삭여주고 싶은 말이네요. 며칠 동안 이런저런 감정 때문에 좀 버거웠는데, "괜찮아." 하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마음의 힘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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