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도 괜찮아 모든요일그림책 1
황선화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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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다룬 그림책을 찾아 읽는 편인데요, 특히 부끄러움을 담은 그림책 <너무 부끄러워!>(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지음), <발끝 우물쭈물>(안노 쿠루미 지음)을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읽었지요. 앞선 두 작품이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라면, 이번 그림책은 사자가 주인공이랍니다. 제목만으로 위로를 전해주는 <부끄러워도 괜찮아>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해요.

숲속 동물들의 장기 자랑 대회가 열릴 예정이에요. 거북이, 박쥐, 늑대, 사자는 각자 특별한 재주를 뽐내려고 해요. 거북이와 늑대의 재주는 짐작해볼 만했는데요, 박쥐가 준비한 마술은 기발한 아이디어 같아요. 그리고 사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할까요. 책장을 넘기기 전에, 미리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해요.

모두 연습에 몰두하던 중, 갑자기 사자가 사라져버려요. 거북이, 박쥐, 늑대가 사자를 찾아 나섰는데요, 사자 얼굴이 빨갛게 변해버렸군요. 부끄러워서 장기 자랑을 못하겠다고 울음을 터뜨리네요. 세 친구들은 빨간 사과가 되어버린 사자 얼굴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자는 박쥐가 말한 대로 해보고, 늑대가 만들어준 가면을 써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거북이가 사자에게 건넨 말 덕분에, 사자는 무사히 장기 자랑까지 마치게 되지요.

거북이의 말을 여러 번 읽어보게 되네요.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기분도 느껴지고요. 제목과 연관되는 표현인데요, 과연 어떤 말인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직접 읽어보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거북이가 단지 위로의 말만 툭 던진 게 아니라, 부끄러움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사자와 함께하려는 마음을 전달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영유아들이 보기에 귀엽고 친근한 그림체입니다. 사자의 갈기를 복잡하게 표현하지 않은 점도 좋아요. 빨강, 노랑, 검정으로 간단하게 그려진 사자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런데 단순한 형상화가 의도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꽃 옆에 앉은 사자의 모습은 영락없는 꽃 한 송이에요. 어쩌면 작가는 그 장면에서 꽃처럼 여린 사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르고, 우리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만의 감상일 수도 있겠지만요.

꽃밭에서 혼자 장기 자랑 연습을 하는 모습, 부끄러움이 밀려와 아주 작아진 모습, 빨간 얼굴이 클로즈업된 모습, 그리고 장기 자랑을 선보이는 뒷모습까지, 아이와 함께 사자의 표정이나 몸짓을 관찰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어릴 때 보는 그림책의 영향력은 크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자라면서 부끄러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될 때,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어도 감정이란 참 어렵잖아요.

아무쪼록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편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면, 특히 거북이처럼 지혜와 배려심 가득한 친구를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요. 아이에게, 먼저 그런 친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줄 수도 있겠고요. 저 자신에게도 속삭여주고 싶은 말이네요. 며칠 동안 이런저런 감정 때문에 좀 버거웠는데, "괜찮아." 하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마음의 힘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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