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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특별한 집을 짓는지 알려 줄까? - 최고의 동물 건축가들,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ㅣ 자연 속 탐구 쏙 3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1년 11월
평점 :
상수리 출판사의 자연 속 탐구 쏙 시리즈 세 번째 책이 나왔다. 큰 판형 위에 세밀한 그림, 흥미로운 동물의 생태 이야기가 펼쳐져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번 주제는 최고의 동물 건축가들이다. 비버, 크로스 스파이더, 집단베짜기새, 흰개미, 황새, 미어캣, 꿀벌, 복어, 두더지 등이 주인공들이다. 어류인 복어부터 살펴본다.
복어는 천적이 나타나면 몸을 부풀리는데, 자기 몸의 세 배나 네 배까지 부푼단다. 수컷은 둥지 만들기에 많은 공을 들인다. 바다 맨 밑바닥 모래를 지느러미로 고르게 펴고 원 그리는 작업을 일주일 이상 하면, 그 둥지가 마음에 든 암컷이 그곳에 들어와 알을 낳는다. 그리고 새끼들이 태어나 다른 곳으로 갈 때쯤 또 다른 곳에 새집을 만든다. 누가 더 예쁜 집을 지었나 하고, 암컷이 이곳저곳 수컷의 둥지를 보러 다니는 것일까. 사람들이 볼 때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일 텐데, 복어들 세상에는 디테일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럼 조류의 둥지는 어떨까.
황새는 1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커다란 둥지가 필요하고 둥지 짓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매번 새로 짓기가 힘들어서 봄마다 원래 살던 둥지로 돌아온단다. 둥지 무게만 최대 2000킬로그램이라니 놀랍다. 황새에 비하면 너무 작은 14센티미터의 집단베짜기새는 얼핏 보면 참새 같다. 실상 참새보다 부리가 더 단단하고 색깔이 회청색이다. 둥지 크기가 최대 3미터 높이, 6미터 길이도 있고 500마리까지 함께 살기도 한다니, 새들의 아파트인 셈이다. 한 번 지은 둥지가 100년 이상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포유류의 둥지 속으로 출발!
두더지는 땅 바로 아래에 굴을 파는데, 먹을거리인 지렁이가 많은 풀밭의 굴 파기를 좋아한다. 굴을 더 깊게 파서 다른 방과 이어주는 통로를 만들고 방도 만들며 음식을 저장할 창고도 만든다. 새끼를 낳고 기르는 아기방도 만든다. 밝고 어두운 정도만 구분하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두더지와 달리, 미어캣은 눈 주변의 검은 테두리로 햇살이 비춰도 눈이 시리지 않고 시력도 좋다. 입구가 여러 개인 미로 같은 굴 속에서 살고, 위험시 대피소로 먹이를 구하는 곳 근처에 굴을 여러 개 만든다. 직접 굴을 파고 방과 입구, 통로 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두더지와 미어캣은 전문 건축가 같다.
야행성 건축가 비버의 집은 입구가 물 속에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얕은 물에 집을 지을 때는 댐을 만들기도 한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대체로 방이 두 개인데, 한 방은 몸을 흔들어 털을 말리는 곳이고 다른 방은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두더지 아기들은 태어난 지 5주가 지났을 무렵, 비버의 아기들은 두 살이 되면 살던 곳을 떠난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곤충 흰개미, 꿀벌, 거미류인 크로스 스파이더에 대한 생태 정보도 흥미로웠다. 모래와 잘게 씹은 나무, 배설물을 모아 침으로 뭉쳐서 만들어진 흰개미 언덕은, 최대 10미터 높이나 되고 굉장히 강해서 벽을 깨려면 망치가 필요할 정도다. 꿀벌은 나무줄기 속 텅 빈 곳이나 사람들이 만든 물건에 집을 짓고 산다. 특히 벌집 안에 꿀을 채우는 과정도 쉽게 서술되어, 아이에게 벌이 왜 꽃에 앉아 있는지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크로스 스파이더가 만든 거미줄은 머리카락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같은 굵기의 강철보다 다섯 배나 강하다. 또한 거미줄이 바람을 타고 흔들거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자연스러운 여행이 된다.
앞선 두 권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통해 해당 주제에 대한 내용 외에도 각 동물의 크기, 서식지, 먹이, 천적, 특징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벌집이나 거미줄만 눈에 드러날 뿐, 이번 책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깊은 바다, 나무 위, 땅 속에 집을 짓기 때문에 평소에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의 보금자리 만들기를 상세한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튼튼한 둥지를 자랑하며 다른 종류의 새들이 찾아와도 너그럽게 맞이한다는 집단베짜기새가 인상적이었다. 문득 사람들의 집 짓기란 어떤 의미일까, 특별한 집이란 어떤 곳일까 생각해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