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컵하우스 : 쫑긋 가족을 소개합니다 웅진 꼬마책마을 5
헤일리 스콧 지음, 피파 커닉 그림, 홍연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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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그림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아담한 크기의 동화책이다. 저자 소개도 재미있다. 글작가 헤일리 스콧은 어렸을 때 인형의 집을 꾸며 놓고 놀았고 지금도 조그마한 물건들을 좋아한단다. 그림작가 피파 커닉은 책벌레이자 토끼 집사라고 한다. 얼마 전 아이와 애완동물 키우는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토끼는 어떨까?" 하는 말이 오간 적이 있어서인지, 티컵하우스에 사는 쫑긋 가족, 토끼들의 등장만으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어서, 만나러 가보자.

외할머니가 곧 새집으로 이사할 스티비에게 준 선물, 찻잔 모양 인형의 집을 소개해본다. 책을 넘겨보다가 짠 하고 나타난 티컵하우스가 눈길을 모은다. 창문 여덟 개와 정문, 뒷문이 있고 나뭇잎과 꽃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찻잔 집 밑에는 돌길이 나 있는 정원 모양의 찻잔 받침이 깔려 있다. 파란문 위의 작은 문패에는 '쫑긋 가족'이라고 쓰여 있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도 이렇게 예쁜데, 실제로 선물로 받은 스티비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아이에게도 앙증맞는 인형의 집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스티비는 아빠 토끼, 엄마 토끼, 누나 토리, 남동생 토미 인형도 건네받았다. 그런데 새집으로 이사한 후에야, 아빠 토끼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는데...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그림체, 정원과 하늘, 구름 등의 자연 묘사가 돋보인다. 아이와 함께 읽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된다. 물론 이야기 전개 과정 중에 조마조마한 장면들도 있다. 아빠 토끼가 큰 버섯을 징검다리 삼아 폴짝 뛰면서 건너다가 휘청했을 때, 거미줄에 얽혀서 꼼짝 못하게 됐을 때, 토리가 사라진 아빠를 찾아 나섰다가 머리 위로 거대한 부츠 바닥이 보였을 때, 커다란 거미와 탁 마주쳤을 때. 결과적으로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 아빠 토끼와 토리가 티컵하우스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 발명왕이면서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난 토리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스티비의 마음 변화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다.

도심 고층 아파트에 살던 스티비는 엄마와 시골로 이사하게 된 것인데, 자기 방과 학교, 친구들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정든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새집에 도착했을 때는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러다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아빠 토끼가 제자리에 놓여 있는 모습을 발견한 후였을까. 스티비의 마음에 안도감이 자리잡은 듯하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잡동사니들로 만들어진, 토리의 발명품 '종이두둥실추락방지장치'를 본 후 신비한 마법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뭔가 달라진 마음과 함께 눈 속으로 들어온 풍경은 예쁜 정원과 새집의 모습이다. 토리도 그랬듯이, 스티비도 즐거운 모험을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스티비의 마음 변화를 상징하는 구름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집에서는 하늘을 보면 아기 고양이 모양의 구름이 있었는데, 이사한 집 하늘을 보니까 그저 부푼 덩어리 구름뿐이었다. 스티비의 마음이 편안해진 후 구름 모양이 바뀌는 대목이 나온다. 이번에는 예전에 보던 아기 고양이뿐 아니라, 등에 햇살을 짊어진 유니콘, 용, 풍선 구름도 보인다. 뭔가 더 특별하고 멋진 일들이 펼쳐지리라는 희망을 더해주는 장치 같다. 아름다운 정원도, 신기한 구름도 마음이 침울할 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이 찌릿하게 다가왔다. 예전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현재를 소홀히 할 변명거리가 되지 못할 터이다. 아이가 내일의 모험을 기대하며 오늘을 신나게 보낼 수 있기를, 그런 유년생활, 나아가 그런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읽고 나면 구름처럼 기분이 붕 뜨게 되는 동화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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