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이야기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10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이경혜 옮김, 찰스 산토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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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이 쓴 이야기라니, 더구나 어느새 12월,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터이니, 이 그림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바로 <산타클로스 이야기>다. 눈가의 깊은 주름이 오히려 웃음 가득한 눈빛을 강조하는 듯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표지 그림도 예쁘다. 막상 책을 펼치니 예상했던 것보다 글밥이 꽤 많은 편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듯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면 혹은 양면에 걸쳐 나오는 그림 덕분에 유아들이 어른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 아이는, 글을 읽지 말고 그림만 설명해달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그림 위주로 상세히 설명해주려면, 당연히 어른들이 먼저 글을 꼼꼼하게 읽어둘 일이다.


그림작가 찰스 산토레의 신비스러운 그림체는 아이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글작가가 묘사한 상상의 캐릭터들을 이렇게 표현했구나, 감탄하면서 보게 된다. 이 책에서 그림체 분위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마법의 숲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그림,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직접 만드는 장면, 마지막으로 그가 사슴들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달빛 풍경을 가로지르는 모습이다. 각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이다. 산타클로스가 굴뚝에 막 들어가려는 순간도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산타클로스의 유래로 전해지는 수도사 성 니콜라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글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버지 숲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들이 산다. 요정, 누크, 릴, 님프들이 그들이다. 나무의 님프인 니실은 다른 존재들과 달리 뭔가 생기 넘치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일상이 지루하고 초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느 날 숲의 우두머리인 아크가 숲에서 아기를 발견했다는 말을 하자, 니실은 그 아기를 찾아 품에 안는다. 아기를 키우고 싶다고 말하는 니실에게, 아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이 인간을 기르는 일을 허락한다. 니실은 아기에게 '작은 아이'라는 뜻으로 클로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클로스는 모든 불멸의 존재들과 친하게 지냈으며, 어느덧 청년이 되어 아크와 함께 온 세상을 돌아보는 여행을 하게 된다.


로스는 자기 외에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중 아이들에게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을 하기 위해 인간의 세상으로 떠난다. 클로스가 웃음의 골짜기 호하호에 거처를 정하자, 수호신처럼 여러 불멸의 존재들이 크고 작은 일을 도와주며 늘 함께했다. 클로스는 나무 장난감, 진흙 인형, 악기 등을 만들어 커다란 자루에 넣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겨울이 되어 웃음의 골짜기가 눈으로 뒤덮이자 다른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클로스가 두 마리 사슴으로 시작해서 어떻게 열 마리 순록을 앞세우게 되었는지, 이 책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그의 이름 앞에 '성인'을 의미하는 '산타'가 붙게 된 이유도, 선물을 기다리며 미리 준비하는 양말과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유래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세월이 흘러 눈 주위로 조글조글 주름살이 생긴 클로스는 더 이상 장난감을 만들 수도,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도 없게 될 만큼 기운이 빠져버렸다. 그러자 버지 숲에는 모든 불멸의 존재가 모여 회의를 열게 되는데...


환상과 현실, 멋진 그림이 어우러진 <산타클로스 이야기>였다. 인상적인 대목은 아크가 클로스에게 한 말들인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아이들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바뀌지. 어른이 되면 그들은 일하고 돈을 벌 걱정을 하느라 풀죽어 지낸단다."(19쪽)


"너는 인간이기 때문에 늙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혜로운 인간은 세상을 돕는 방법을 찾아낸단다. 그가 한 착한 행동은 영원히 살아 있게 되지."(22쪽)


돈 걱정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매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아이처럼 행복해하면서 지낼 수는 없을까. 유한한 인생을 영원히 살아 있게 만드는 착한 행동이란, 나의 삶에서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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