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세균에 대한 17가지 질문 - 치과의사가 쓰고 치과위생사가 그린
김혜성 지음, 신지원 그림 / 파라사이언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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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올해 치과 치료를 오랫동안 받게 되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검색하고 관련 책들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그때 구강 건강 상태가 몸에 끼치는 영향이 꽤 크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더구나 아이의 치과 정기 검진을 갈 때마다 불소 치약을 권유받았는데, 아직 어린 나이에 강한 치약 성분이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천편일률적인 치아 관리법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그런 가운데 이 책 <입속세균에 대한 17가지 질문>을 만나게 됐다.


이 책은 한마디로, 치과의사가 쉽게 풀어쓴 전문 지식을 담았다. 치과위생사가 그린 그림을 비롯한 도표, 그림 및 사진 자료가 실려 있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주요 내용은 입속세균과 관련된 여러 개념이나 용어 정리, 입속세균의 위험성과 질병 유발 가능성, 입속세균의 올바른 관리법, 그리고 입속세균의 전문가 관리 영역 등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기존의 '플라크'를 세균들의 도시, 집단성의 개념인 '바이오필름'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세균군집의 '불균형'을 초래할 때 모든 질병이 유발하기에, 항균력을 표방한 제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자고 말한다. 또한 장누수보다 더 잦은 '잇몸누수' 곧 염증 유발의 주요 원인과, 우리 몸 안에서 상대적 개념인 유익균과 유해균을 설명한다.


앞서 입속세균과 관련한 기본 개념을 이해했다면, 2장에서는 패혈증으로 갈 수도 있는 균혈증의 위험, 가글액 헥사메딘이 혈압상승에 미치는 영향, 당뇨를 비롯한 만성질환과 치주질환의 연관성, 구강세균인 진지발리스와 치매, 췌장암의 연결 고리 등으로 해당 정보를 넓혀갈 수 있다.


3장에서는, 칫솔질로 플라크가 얼마나 제거될지, 치약의 합성 계면활성제가 왜 위험한지, 치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프로바이오틱스가 구강 건강에 이로운 면은 무엇인지, 흡연이 구강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다루고 있다. 이어지는 4장에서는, 강한 항균력을 가진 헥사메딘의 유용함과 부작용, 심각한 항생제 저항성 문제, 스케일링의 후유증을 보완하는 방법 등이 나와 있다.


이 책은 입속세균과 관련한 전문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현재 구강 위생관리의 현황 및 한계를 보여준다. 가령 칫솔질도 구강 상태에 따라 하나의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강권하는 스케일링 이후에 실상 치석뿐 아니라 정상적인 치질이 제거되는 양도 상당하다는 사실 등을 언급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몸 건강관리의 시작은 구강 위생이라고 깨닫게 된다. 올바른 칫솔질, 다양한 치간관리, 안전한 치약 선별과 함께, 저자가 강조한 혈관 건강(구강 건강의 기초)에 대한 세 가지 상식을 상기해본다.


산화질소를 포함한 채소류 등 좋은 음식 먹기

꼭꼭 오래 씹어서 침이 많이 나오도록 하기

입안의 상주미생물을 잘 보존하기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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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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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품에 우리나라 작가 이수지 님, 최덕규 님의 그림책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었는데요, 아이의 그림책을 고를 때 볼로냐 수상작품 혹은 수상작가의 작품을 고려하기도 했었기에 그 소식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었지요. 이번에 소개할 그림책은 바로 그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숀 탠의 작품입니다. 특별히 이 책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상은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19세기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상 이야기로 서두가 길어졌는데요, 사실 제가 이전에 숀 탠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게 되었네요.

뭔가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책입니다. 이 한 권으로, 개와 인간의 관계, 그 역사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해요. 오랜만에 또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표현력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그림책을 만난 셈이에요. 한마디로, 그림책 속 일러스트레이션을 직접 보고 느껴야 제대로 감상을 공감하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그래도 저의 능력이 닿는 대로, 감상을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강아지가 나오는 그림책 하면 연상되는 귀여운 그림체는 아니고요, 인간 종족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온 개 종족에 대한 서사를 엿볼 수 있는 그림체라고 이해하시면 될 거예요.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개와 나란히 걷게 되었고, 개는 인간에게 외칩니다.

"이 세상은 우리 거야!"

인간과 개는 아름다움과 공포와 흥망성쇠 모두 함께 보았고, 개의 죽음과 인간의 죽음, 둘 사이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고, 어디로 갈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지만, 개는 오래전 그랬듯이 동일하게 외칩니다. 세상은 우리 것이라고. 바로 그렇게 인간과 개는 다시 걷습니다. 예전처럼 나란히, 어쩌면 개가 인간을 앞서가면서.

작가 후기의 글 가운데 마음에 남는 대목이 있는데요, 개들의 순수한 충성심과 낙관주의를 언급한 맥락에서 "우리 인간은 너무나 자주 그 고결한 길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 불안스레 질문합니다."라는 구절입니다. 개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는 의미로도 읽혔어요. 작가의 말대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우리 곁에 머물며 갈 길을 재촉하는 개가 없는 미래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림책 속에서 인간과 개의 모습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되고 있어요. 비슷한 구도인 듯하나 차별화된 인간, 개의 모습이 재현되지요. 둘이 함께하는 모습에 비로소 안도하게 되는 기분이 듭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속에 많은 말을 함의하는 듯한 그림책 <개>를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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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 2016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45
루카 토르톨리니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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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둘러봐도 아파트 단지만 빽빽하게 들어찬 곳. 요즘 아이들이 '집' 하면 떠올리게 될 이미지가 아닐까요. 무슨 아파트, 몇 단지, 몇 평에 사는지로 각자의 집이 구분된다는 게 좀 삭막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초록 숲을 얼마나 많이 잘 꾸며 놓았는지, 아이들의 놀이터를 얼마나 참신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집에서 학교나 학원, 마트,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이 얼마나 가까운지, 나중에 집값의 오름세가 될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얼마나'가 기준이 되어버린 집의 이미지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다른 집을 꿈꾸어보는 시간! 바로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을 읽어 나가는 지금입니다.

자코모네 집은 물건이 많아 빈틈이 없는 곳이고요, 마테오네 집은 좁은 곳인데 그곳에서 자그마치 열한 명이 삽니다. 로레나네 집은 수백 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고요, 신델네 집은 나무와 쇠붙이로 만든 오두막처럼 생긴 곳이에요. 밈모네 집은 넓고 아름다우며 바이올린 연주 소리도 들려오는 곳이면서 동시에, 삶은 양배추 냄새가 풍겨오는 곳입니다. 오타비오네 집은 영화관 위에 있어서, 오타비오 말로는 소리만으로 영화 속 장면들을 상상한다고 하네요. 문제는 상상과 실제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예요.

이제 릴로네 별장 이야기를 해볼까요? 릴로 말로는 그곳이 바닷가에 있어서 창문을 열고 곧장 바다로 다이빙을 한다는군요.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시모네가 사는 집은 여름에는 덥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에요. 좀 어둡고 깜깜하고 조용해서 '침묵의 집'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줄리아네 집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인데요, 줄리아는 집에서만 지낸다고 해요. 왜 밖으로 나가지 않을까요? 그게 궁금해져요. 마르코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호텔에 살아요. 호텔이 집인 셈이지요.

마지막으로 클라우디아네 집을 소개할게요. 이곳에는 종이와 연필, 붓과 물감이 가득한 방이 하나 있고요, 클라우디아가 어른이 되면 이 방에서 일하게 될 거예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집이지만 그 집 내부와 주변 경관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클라우디아는 기분이 좋아질 듯해요. 독자들이 그렇듯이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릴 때 살던 집이 떠올랐어요. 부모님, 언니와 함께했던 아주 작은 공간이었고, 뚱땅뚱땅 아이들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던 곳이었지요. 지금 살고 있는 집 구석구석도 눈으로 살펴보게 되고요, 앞으로 살고 싶은 집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네요. 집은 결국 소리로 넘쳐나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노랫소리, 음악이 흐르는 소리, 자연이 부르는 소리, 그리고 소음마저도. 그런 생각 때문일까요? 그래서 소리가 없는 시모의 집이 좀 의아스럽게, 나아가 좀 슬픈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로레나의 집과 밈모의 집, 릴로의 별장에 놀러가고 싶네요. 다양한 집들을 떠올려보는 시간!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속 그림과 글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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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바람그림책 127
구도 노리코 지음, 유지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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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의 표지와 책 소개를 보자마자, 이야기와 그림체 모두 아이가 즐겁게 볼 만한 그림책이라 생각했어요. 예상대로 이 그림책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답니다.

장수풍뎅이 아저씨가 매미 씨에게 전화를 했네요. "오늘 밤"인 것을 확인한 후, 여러 곤충들로 전화 릴레이가 한창입니다. 여러 마리의 꿀벌과 애벌레들이 음식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요, 방울벌레 아저씨들은 서로 연주를 맞추어봅니다. 반딧불이는 둥그렇게 모여서 어떻게 날아오를지 의논을 해요. 장수풍뎅이 아저씨는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듬직한 모습이라 제일 눈에 띄었어요.

매미 씨는 정든 집과 작별하고 땅속에서부터 땅위로 영차영차 올라옵니다. 이 책에서는 나무에 매달려 껍질을 벗고 날개 달린 모습이 될 때까지의 과정도 보여주고 있어요. "드디어 해냈어. 맴맴!" 하고 좋아하는 매미 씨를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이후에는 밤의 축제 장면이 펼쳐집니다. 앞서 곤충들이 매미 씨를 축하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자리이지요.

차근차근 어른으로 성장한 매미 씨, 그리고 이를 기쁘게 축하해주는 곤충들을 보면서 흐뭇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매미의 생태를 알게 되고, 이웃 곤충들에 대한 흥미를 돋울 수 있겠고요, 아이들과 함께 보는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매미 씨의 일생에서 사람의 한평생을 떠올려볼 수 있을 듯해요. 어떤 기념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로의 시간과 노력, 물질을 기꺼이 내어놓는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도 새삼 일깨우게 됩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긴 반면, 여름 한철 나무 위에서 맴맴 소리 내는 시기는 짧다고 하지요. 무더워지는 요즘, 조만간 매미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겠어요. 올해부터는 좀 더 귀를 기울여서 들어봐야겠어요.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 속 매미 씨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도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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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지키는 곰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조시엔카 지음, 서남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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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자연물 같아요. 달과 관련된 그림책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고요. <달을 지키는 곰> 앞표지에서는 꽉 찬 하얀 달과 볼록 배가 나온 백곰이 왠지 닮아 보여요. 달빛이 곰의 갈 길을 비추어주는 게 아니라 곰이 하늘 위 달을 지킨다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주인공인 곰 에밀은 달 지킴이에요. 계단을 아흔세 개나 올라 플라타너스 가지 위에서 달에게 인사를 한 후에, 에밀은 밤마다 자기 일에 충실하지요. 흐린 구름을 걷어내고 달 주변을 맴도는 박쥐들을 몰아냅니다. 달에게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달이 점점 작아져서 걱정스러워졌어요. 에밀은 달에게 배고픈 것인지, 슬퍼서 그런 것인지 묻습니다. 반딧불이의 수수께끼 덕분에 달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어느새 달의 모습은 사라지기 직전까지 갑니다. 에밀은 달 지킴이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그림책입니다. 달의 모양이 작게 변하는 이유를, 살이 빠졌거나 슬픈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누군가의 야윈 얼굴을 보면서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네."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무리 지킴이를 자처했지만 달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듯이, 우리가 누군가를 우리 자신의 힘으로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한계가 있는 일인지도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 그림책에는 커다란 초록 새가 나오는데요, 그 새가 아주 중요한 말을 남겨요.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들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야."

달이 다시 볼록해진 둥근 모습으로 바뀌듯이, 꽃이 피고 졌다가 다시 피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대목일 거예요. 어쩌면 추상적인 내면 상태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래전 묻어버린 꿈이나 잊고 있던 우정이나 소중하게 붙들었던 가치 같은 것들이요.

굳이 이런 의미 부여가 아니라도, 달 지킴이로서 달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에밀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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