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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ㅣ 풀빛 그림 아이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 2022년 5월
평점 :
올해 초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품에 우리나라 작가 이수지 님, 최덕규 님의 그림책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었는데요, 아이의 그림책을 고를 때 볼로냐 수상작품 혹은 수상작가의 작품을 고려하기도 했었기에 그 소식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었지요. 이번에 소개할 그림책은 바로 그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숀 탠의 작품입니다. 특별히 이 책은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수상작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상은 영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19세기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상 이야기로 서두가 길어졌는데요, 사실 제가 이전에 숀 탠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게 되었네요.
뭔가 장엄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책입니다. 이 한 권으로, 개와 인간의 관계, 그 역사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을 듯해요. 오랜만에 또렷하게 설명할 수 없는, 표현력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그림책을 만난 셈이에요. 한마디로, 그림책 속 일러스트레이션을 직접 보고 느껴야 제대로 감상을 공감하게 되는 그림책이에요. 그래도 저의 능력이 닿는 대로, 감상을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강아지가 나오는 그림책 하면 연상되는 귀여운 그림체는 아니고요, 인간 종족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온 개 종족에 대한 서사를 엿볼 수 있는 그림체라고 이해하시면 될 거예요.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개와 나란히 걷게 되었고, 개는 인간에게 외칩니다.
"이 세상은 우리 거야!"
인간과 개는 아름다움과 공포와 흥망성쇠 모두 함께 보았고, 개의 죽음과 인간의 죽음, 둘 사이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함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고, 어디로 갈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지만, 개는 오래전 그랬듯이 동일하게 외칩니다. 세상은 우리 것이라고. 바로 그렇게 인간과 개는 다시 걷습니다. 예전처럼 나란히, 어쩌면 개가 인간을 앞서가면서.
작가 후기의 글 가운데 마음에 남는 대목이 있는데요, 개들의 순수한 충성심과 낙관주의를 언급한 맥락에서 "우리 인간은 너무나 자주 그 고결한 길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 불안스레 질문합니다."라는 구절입니다. 개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는 의미로도 읽혔어요. 작가의 말대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우리 곁에 머물며 갈 길을 재촉하는 개가 없는 미래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림책 속에서 인간과 개의 모습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색감으로 표현되고 있어요. 비슷한 구도인 듯하나 차별화된 인간, 개의 모습이 재현되지요. 둘이 함께하는 모습에 비로소 안도하게 되는 기분이 듭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속에 많은 말을 함의하는 듯한 그림책 <개>를 만나보세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