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지키는 곰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조시엔카 지음, 서남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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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자연물 같아요. 달과 관련된 그림책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고요. <달을 지키는 곰> 앞표지에서는 꽉 찬 하얀 달과 볼록 배가 나온 백곰이 왠지 닮아 보여요. 달빛이 곰의 갈 길을 비추어주는 게 아니라 곰이 하늘 위 달을 지킨다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주인공인 곰 에밀은 달 지킴이에요. 계단을 아흔세 개나 올라 플라타너스 가지 위에서 달에게 인사를 한 후에, 에밀은 밤마다 자기 일에 충실하지요. 흐린 구름을 걷어내고 달 주변을 맴도는 박쥐들을 몰아냅니다. 달에게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달이 점점 작아져서 걱정스러워졌어요. 에밀은 달에게 배고픈 것인지, 슬퍼서 그런 것인지 묻습니다. 반딧불이의 수수께끼 덕분에 달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어느새 달의 모습은 사라지기 직전까지 갑니다. 에밀은 달 지킴이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그림책입니다. 달의 모양이 작게 변하는 이유를, 살이 빠졌거나 슬픈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누군가의 야윈 얼굴을 보면서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네."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무리 지킴이를 자처했지만 달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듯이, 우리가 누군가를 우리 자신의 힘으로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한계가 있는 일인지도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 그림책에는 커다란 초록 새가 나오는데요, 그 새가 아주 중요한 말을 남겨요.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들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야."

달이 다시 볼록해진 둥근 모습으로 바뀌듯이, 꽃이 피고 졌다가 다시 피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대목일 거예요. 어쩌면 추상적인 내면 상태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래전 묻어버린 꿈이나 잊고 있던 우정이나 소중하게 붙들었던 가치 같은 것들이요.

굳이 이런 의미 부여가 아니라도, 달 지킴이로서 달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에밀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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