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돼지 안톤
카트린 드라일링 지음, 홍명지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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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삼형제 이후로 오랜만에 돼지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보는 것 같네요. 거기다가 완벽한 돼지라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어요. 그럼 안톤의 이야기 속으로!

안톤은 질서 있고 정돈된 일상을 좋아하는 돼지랍니다. 가르마 타기부터 체조 동작과 횟수, 음식을 접시 위에 담는 각도까지, 딱 정해진 틀이 있어요. 친구 롤라의 생일을 맞아, 안톤은 깜짝 파티를 준비하려고 해요. 사야 할 물건 목록을 적은 종이를 챙기고 빨간색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로 향하지요. 여기까지는 모든 게 순조롭고 완벽해 보이는데요,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원하던 품목 하나가 다 팔린 상태라서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요. 나머지 물건들을 산 후에 부지런히, 실상은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집에서도 파티 시간 때문일까요? 안톤은 우왕좌왕 다급하게 움직이지만 그럴수록 뭔가 꼬여만 가는 것 같아요. 안톤이 준비한 생일 파티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요?

매일 습관처럼 정해진 일상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획된 일을 위해 꼼꼼하게 준비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한 모습이고요. 다만 이 그림책에서는 우리가 일상과 계획의 틀에서 벗어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의 뜻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어그러질 때,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안톤처럼 마음이 조급함, 걱정으로 가득 차서 차근차근 하면 될 일조차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곤 하지요.

안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스스로 뿌듯해 했다가 깜짝 놀랐다가 당황했다가 조급해지고 초조해졌다가, 이런 식으로요. 아무쪼록, 무엇인가 잘하고 싶은 마음이 완벽주의와 강박이 아니라 여유로움과 기쁨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이 그림책이 넌지시 건네주는 메시지도 그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완벽하고 싶었던 안톤, 어쩌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떠올려보게 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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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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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에서 마음에 깊이 와닿는 그림책을 읽은 후 작가 이름을 기억해 두었지요. 그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을 봤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됐어요. 제가 기억했던 그림체와 느낌과는 뭔가 달라서 이름을 잘못 기억했나 싶었을 정도였지요. 알고 보니 동일한 작가가 맞았어요. 그 작가가 궁금해져서 에세이를 찾아 읽었는데요, 고단한 삶 가운데 치열하게 꿈을 붙든 사람이구나, 그림책을 정말 사랑하는 작가구나 하는 강렬한 인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작가의 또 다른 에세이를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봅니다. 바로 고정순 작가님의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입니다.


이 책은 세트로 구상되었던 모양이에요. 본문을 읽기 전,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게 되거든요.


고정순 작가와 정진호 작가가 일 년 동안 주고받은 삶에 대한 생각들을 모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진호 작가님의 에세이 <꿈의 근육>을 먼저 읽었어요. 두 권 모두 각각 25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세부적인 소제목은 다르지만 같은 주제어를 달고 있지요. '달'부터 시작해서 '못다 한 이야기'로 끝나는 구성입니다. 몇몇 주제어를 골라 두 작가님의 글을 연이어 읽어보기도 했답니다. 편집자의 제안으로 '둘이 쓰는 에세이'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고정순 작가님의 글은 자주 상대방(정 작가 지칭)이 드러난다는 특성이 있어요. 각 편지글 끝부분마다 다르게 표현된 문구도 재미있어요.


아이처럼 잘 웃는 친구에게 하품 잘하는 친구가.

친구의 건강을 걱정하는 결코 건강하지 않은 친구가.

철들기 싫은 띠동갑내기 친구가.


'초능력'에 관한 글에서 작가님은 초라한 능력을 초능력이라고 자조한대요. 그러면서 요즘에는 점점 청력을 잃어 가는 아버지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합니다. '시작'에 관한 글에서는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어쩌면 시작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는 마지막"을 말해요. 이 책의 제목은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친구가."라는 한 편지글의 끝부분에 기인하는 듯한데요, 아마 다음 구절로 그 의미를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끝이 주는 위안이 있어요. 내가 죽음을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죠. 그렇다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부정하지 않아요. 그 반대일지도 몰라요."(36쪽)


현재 삶이 버겁고 힘겨울 때 누구나 우울감이나 절망에 빠지게 되는데요, 작가님의 글을 보면 애써 생의 고통과 어두움을 외면하기보다 담담히 바라보고 묵묵히 통과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겉으로 생의 의욕을 강하게 내비치지 않아도 속내는 자신과 타인과 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느낌. 친구분이 작가님에 대해 "아닌 척하면서 마음을 다 줘 버리는 의뭉스러운 사람"이라고 표현하신 맥락과 통하는 것도 같고요.


'위로'에 관한 글에서 작가님은 스스로 사람을 위로할 줄 모른다고, 독자들에게 오히려 위로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겠노라고 다짐하지요. 깊은 진심이 느껴져서 여기에 일부를 옮겨봅니다.


"내가 만든 이야기로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까, 거짓과 위선을 위로와 위안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을까? 매번 날 돌아보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면 허락된 시간 동안 계속 해 보겠다고 말이죠."(69쪽)


작가님은 시인을 꿈꾸었고 지금도 몰래 시를 쓴다고 하네요. 마흔 넘은 친구들과 어울려 '문방구 밴드'를 만든 적도 있었다고 해요. 그렇게 작가님의 가족, 추억, 일상, 면역 질환 이야기를 읽어가다가 탁, 멈추게 된 문장이 있었어요. 깜짝 놀랐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어요. 그냥 여기까지만 쓰도록 할게요.


소설과 달리 글쓴이의 모습이 솔직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드러난 에세이에 대해, 그런 글쓰기 방식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됩니다. 독자로서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를 제대로 읽어내는 일이란 참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서평 혹은 독서일지라는 이름의 이 글이, 작가님의 풍요로운 생각과 느낌, 이야기를 너무 단조롭게 전달하고 만 것은 아닐까 싶었고요. 작가님의 다른 에세이 <그림책이라는 산>과 같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말만 덧붙여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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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근육 - 정진호 에세이
정진호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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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하고 에세이도 자주 읽는 편인데요, 그림책 작가의 에세이가 나왔다고 해서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특히 최근에 아이와 재미있게 읽은 책이 <해 한 조각>이었는데 바로 그 작가님이 쓴 에세이라니, 더욱 읽고 싶어졌지요. 얼마 전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에세이에서 '감성 근육'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이 책의 제목 '꿈의 근육'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추측도 해보게 되었고요. 이 책은 세트처럼 구상된 듯한데요, 책을 펼치자마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입니다.

정진호 작가와 고정순 작가가 일 년 동안 주고받은 삶에 대한 생각들을 모은 편지 형식의 에세이입니다.

고정순 작가님의 책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꿈의 근육>에는 총 25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어요. 그중 '시작'에 관한 글에서, 정진호 작가님은 영화 '비기너스'의 대사를 떠올립니다. "나도 몰라!" 어떤 맥락이냐면요, '시작'은 설레고 기분 좋은 말이지만 불안과 초조한 말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려면 겁부터 나고 끝내지 못한 일들이 스트레스가 되어 찾아오는 불안한 상상을 한다면서요. 저도 그런 부류라서, 공감을 하면서 읽었어요. 작가님은 시작한 일을 끝내는 게 힘든 순간에 영화 속 마법의 말을 해보라는 거예요.

"나도 몰라!"

작가님의 경우처럼 효과가 있을지, 저도 이 말을 써봐야겠어요!

어린이 독자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누나와 함께 만화책방에 갔던 일화, 공기의 자유를 만끽하게 된 코 수술 사연, 한여름의 추억,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지만 커피 브랜드 T사 일을 의뢰받았던 이야기 등이 나옵니다. "꿈을 좇는 사람은 누구나 커피콩 신세"라는 비유도 풀어내고 있어요. 작가님의 글을 재미있게 보다가 어떤 의미 부여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됩니다.

'위로' 편에서 작가님은 삶의 고비마다 만난 고마운 선생님들을 떠올리는데요, 저도 문득 그런 선생님들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져봤습니다. 작가님은 '고양이' 편에서 고정순 작가님과 공유하는 슬픔, 고양이와의 이별을 언급하기도 하고요, '다름' 편에서 가장 치열하게 글을 썼던 군대 시절을 이야기해요. "끊임없이 같음을 강요하는 곳에서 달라지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글을 썼다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글로 자신을 지켜낸다는 것은, 매 순간 필요한 게 아닐까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들처럼 자신만의 글을 길게 펼쳐내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누군가의 글을 읽고 짧게 제 생각을 정리해보는 시간도,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요. 이 또한 저 자신을 지켜내고 저다움을 간직하는 행위라고 믿으면서요.

'꿈' 편에서 이 책의 제목 '꿈의 근육'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인턴 과정을 밟던 중, 작가님은 건축가의 꿈 대신 다른 꿈을 꾸게 되지요. 마음속 꿈을 위해 도전하는 시간을 거쳐 오늘날 그림책 작가가 되었던 것이겠지요.

"꿈을 좇다 보면 기대보다 훨씬 더 많은 실망과 좌절이 뒤따른단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 상처가 아문 자리는 우리의 꿈을 더 크고 단단하게 성장시킬 근육이 되어 주죠."(166쪽)

계속 곱씹게 되는 구절입니다. 작가님의 꿈을 비롯해, 추억과 일상, 그리고 여러 생각과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였어요. 이 책 덕분에 앞으로 작가님의 그림책을 읽게 되면, 왠지 더 친근한 느낌으로 보게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또한 어른들을 위한 멋진 그림책을 많이 펴내시기를 응원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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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반듯단단 도형 나라의 비밀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가졸.크뤼시포름 지음, 김현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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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으로 표현된 이야기라니,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아이의 상상력을 북돋울 수 있는 그림책이라 기대했어요. 바로 <뾰족반듯단단 도형 나라의 비밀> 책 소개를 보면서 느낀 바였는데요, 막상 이 책을 펼쳐보니 기대 이상이었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옛날 깊은 산속에 한 왕국이 있었어요. 뾰족반듯단단도형 나라의 뾰족반듯단단한 성에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예각을 가진 아주 까다로운 왕과 왕비, 반듯한 직선에 뾰족한 각이 있는 신하들이 있었지요. 왕과 왕비에게는 후계자 기준에 딱 맞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볼 때 단점투성이 여덟 아이들을 반듯한 쇠틀에서 재워봤지만 그 모양이 달라지지 않았고요.


어느 날, 왕과 왕비는 그토록 바라던 완벽한 아이를 얻게 됩니다. 정삼각형 공주였지요. 어른이 된 공주는, 지위가 높고 각 분야에서 최고인 도형들 중에서 자신의 신랑감을 골라야 했어요. 공주가 셋 중 아무도 선택하지 않자, 화가 난 왕은 "공주는 이번에 성으로 들어오는 이와 결혼하도록 하라!"는 폭탄선언을 합니다. 과연 어떤 도형이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이후 공주에게 어떤 삶이 펼쳐지게 될까요?


도형만으로 각 인물의 특성을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구나 놀라웠어요. 기존 그림책 속 예쁘고 세밀한 그림들이 주는 느낌과 달리, 다양한 도형과 색깔, 각 도형의 변형 혹은 다른 도형과의 결합과 그에 해당하는 짧은 글만으로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겨줍니다.


왕과 왕비에게는 형편없어 보였던 여덟 아이들이, 요정의 눈에는 모두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기만 했는데요, 이런 대조적인 장면은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과 양육 방식으로 아이들의 장점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고 생각해요. '뾰족반듯단단'은 결코 완벽의 기준이 될 수 없는데, 우리 자신이나 타인을 대할 때 그런 잣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이 그림책은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듯해요.


아이들에게 여러 도형을 보여주면서 도형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그림책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기 나름의 도형과 이야기도 꾸며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내면에 다양하고 부드러우며 풍성한 도형 나라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해보게 됩니다. 어른들이 먼저, 그런 세상을 보여주도록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생각과 감정을 새롭게 일깨우는 <뾰족반듯단단 도형 나라의 비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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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여행 웅진 당신의 그림책 4
안느-마르고 램스타인 외 지음, 이경혜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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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에는 글이 없습니다. 책 말미에 주제를 압축하는 듯한 문장이 인용되었을 뿐이에요. 지은이는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인데요, 프랑스 듀오 작가로 이번 그림책이 함께 작업한 네 번째 작품입니다. 그들의 다른 두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기발한 발상과 선명한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신간 <진주의 여행>도 궁금했어요.


깊은 바다에서 진주를 얻은 소년은, 그것을 반지로 만들어서 어디론가 달려갑니다. 진주 반지를 손가락에 낀 사람은 엄마일까요, 여자친구일까요? 분명하지 않기에, 독자들마다 각자 상상해볼 수 있을 거예요. 아무튼 밤이 되어 여자가 머리맡에 진주 반지를 놓아두고 잠을 자는데요, 새가 콕 진주만 물고 날아갑니다. 배 위, 자신의 둥지에 그것을 폭 넣어둔 채 잠시 새가 날아간 사이, 진주는 어느새 고양이의 장난감이 되었다가 선장의 손을 거쳐 보석상에게 넘어갑니다.


진주의 여행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진주는 순조롭거나 화려한 길뿐 아니라 험난하고 파란만장한 길을 지나게 되지요. 온갖 사연과 우여곡절 끝에 진주는 과연 어디에 정착하게 되었을까요? 이 그림책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어요.


이곳저곳에 머물다가 어딘가로 떠났다가 특정한 곳에 박혀 있다가 끝없이 흘러갔다가, 이렇듯 진주의 여행에 주목하다 보니 문득 진주의 상징성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먼저 그것은 우리 자신일 수 있겠지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우리 각자의 존귀함은 불변하지만, 분명히 자신을 가장 빛나게 만들어줄 일, 사람, 공동체 등이 있다고 믿거든요. 그렇기에 유한한 시공간 속에서 우리는 갈 길을 신중히 선택하며 사는 것이겠지요.


다음으로 진주는 각자 품은 어떤 가치일 수도 있겠어요. 우리가 보통 "흙 속의 진주"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잖아요. 어떤 가치는 그냥 지나치면 보지 못하는 것,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보이는 것일 텐데요, 실제로 그림책 속에서 진주의 가치를 잘 모른 채 만지작거리는 대상들도 많이 나옵니다. 소년이 발견해서 소녀 혹은 엄마에게 건넨 진주란, 적어도 돈으로 환산되는 재산 가치는 아니었고요, 상대방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가득 담은 선물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 그림책을 다 읽고 결말과 연관 지으면, 그 한결같은 마음에 따뜻한 느낌을 가지게 될 거예요. 저는 저만의 감상을 나누어 봤는데요, 그림으로만 전해주는 진주의 여정이라, <진주의 여행>을 통해 각자 자유롭게 보고 생각하며 느끼는 시간으로 삼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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