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의의 집행자
플라비아 모레티 지음, 데지데리아 귀치아르디니 그림, 음경훈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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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아마 작년 12월부터였을 거예요. 보배에게 '정의'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사전적 의미를 읽어준 것은 아니고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 '정의'라고요. 거짓말과 가짜뉴스가 팽배하는 세상 속에서, 특히 어수선한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 가운데 올바른 정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그래서일까요. 이 동화의 제목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지요. 근엄한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간략한 책 소개를 보면 웃음이 팡 터져요. 주인공 테오가 불의를 응징하기 위해 <똥 익스프레스>를 만든다는 이야기거든요.

열한 살 테오는 불의에 맞서기로 하는데요, 벌주고 싶은 사람은 부모님이에요. (게으르고 무관심한 아빠는 좀 심하네요.) 하지만 그들이 불의에 대한 복수 계획인 <똥 익스프레스>가 제공하는 '향기로운 선물'(범죄 크기에 따른 똥 조각, 똥덩어리, 엄청난 양의 똥)을 받을 사람들은 아니고요, 그 대상은 테오가 아끼는 자전거를 훔쳐간 푸티니 형제입니다. 이후 테오는 동업자이자 친구인 마틸다와 함께 복수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는데...

테오와 마틸다는 의뢰를 받아 자신들의 정의로운(?) 무료 사업을 실천에 옮기고 엄청난 양의 똥을 선물로 받는 '눈사태 케이크'는 큰 인기를 끌게 되지요. 그런데 의뢰인의 요청 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경우도 생겨납니다. 가령 낙제 점수를 준 선생님에게 똥을 보내려는 아이들은, 실제로 낙제 점수를 받을 만했거든요. 테오가 복수를 불태웠던 푸티니 형제는 어떠했을까요?

한편 테오와 마틸다가 나누는 대화 가운데 의미 있는 질문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마틸다의 엄마는 2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지요.)

"넌 커서 의사가 되고 싶어?"

"모두를 정말 잘 치료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으면 아니야! 그거야말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다른 모든 것보다 가장 큰 불의 아니야?"

"맞아."

"그런 불공평에 복수하려면 아무리 많은 똥을 모아도 부족하지 않겠어?"

"응, 부족해. 세상 모든 동물의 똥을 모두 모은다 해도 부족해!"

(111-112쪽)

엄마를 치료하지 못했던 의사에게 복수하고자 한다면 세상 모든 똥을 모은다 해도 부족할 테지요. 불공평하고 불의하다고 느껴지지만 실상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할 때. 동화 속 두 아이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계속 동화를 이어가면, 테오와 마틸다, 주변 인물들이 어떤 변화를 맞는지 지켜볼 수 있어요. 테오는 정의의 집행자로 남게 될지, 아닐지 궁금증을 가지면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이 읽기에는 글밥이 좀 많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방 한 권이 끝나 있을 거예요. 초등 중학년, 고학년들은 줄거리뿐 아니라 독후활동으로 토론을 하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동화 한 권으로 '정의'에 대한 폭넓은 생각과 의견, 경험을 나누는 기회가 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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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하지 않은 한마디
쓰카사 타쿠야 지음, 김슬기 옮김 / 시옷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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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제목부터 눈에 띄는 책을 만났어요. 프롤로그에 나온 책의 목적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상대의 말을 효과적으로 되받아치치 못하는' 당신의 고민을 풀어주는 것이라니! 저를 위한 책이 드디어 나왔네요.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 싸우고 싶지는 않고 세련되게 받아치는 화술을 알고 싶었거든요.

관계를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야 할 때, 이 책이 필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너인 저자는 '포커 토크'(상대가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말하는 기술)의 세 가지 기본 패턴을 말해요.

받아들이기 / 되묻기 / 받아들이고 되묻기

'포커 토크'에서 중요한 것은 '포커 보이스'로, 불안이나 공포를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는 목소리톤이나 발성법을 의미해요. 이를 토대로 7가지 대응 방식(템플릿)을 마스터하라고 말합니다. 그 패턴만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사실 인정 / 책임 추구 / 리프레임 / 도움 요청 / 비교 / 반전 / 재정의

책 속에 나온 '리프레임'(상대의 말을 내 방식으로 재구성)과 '재정의'(의미가 불분명한 비판이나 괴롭힘에 맞섬)의 예를 각각 들어볼게요.

상대 : 너한텐 기대 안 하고 있어.

나 : 기대를 안 하시는군요. 기대를 안 하시니 압박에서 해방되었네요.

(169쪽)

상대 : 일이 느려! 효율이 떨어지잖아!

나 :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떤 '효율' 말인가요?

(197쪽)

이 책의 핵심은 위의 일곱 가지 대응 패턴인데요, 그것을 적용하기 위한 기본사항을 알려주고 있어요. 공격 대상으로 선택되기 쉬운 사람들의 특징, 상대방의 공격적인 말에 반론하지 못하는 8가지 이유(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질문에 말려들지 않는 법', '큰 소리에도 위축되지 않는 태도' 등 알아두고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심리실험이나 상황예시를 통해 제시합니다. 자신간 있는 목소리, 긴장된 상황에서도 떨리지 않는 목소리 등 앞서 언급한 '포커 보이스'를 발휘하는 법도 알려줍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저 자신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게 만든다는 거예요. 가까운 사람이나 얼굴을 계속 봐야 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이 의도했는지 아니었는지 모르겠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때, 적당한 대응도 못하고 마음속으로도 '그냥 넘어가자' 식이었던 듯해요. 이 책에 나온 다음 구절이 의미 있게 남습니다. 우리에게 '만만하지 않은 한마디'가 필요한 이유는, 실상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니까요.

자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내 마음이 편한 범위 내에서 인간관계를 쌓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부당한 요구에는 적절히 거리를 두고,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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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보다 작아진 정브르 8 곤충보다 작아진 정브르 8
강신영 그림, 강민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정브르 원작 / 겜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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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희귀 생물 전문 유튜버 정브르를 모르는 아이들은 없겠지요. 보배는 책을 통해서도 봤지만 작년 스마트 학습기에서 제공되는 정브르 영상을 본 이후 더 좋아하게 된 듯해요. 같이 보던 저도 덩달아 신기한 곤충 세계에 관심이 가지게 되었고요, 곤충학자 파브르의 이름을 따라 만들었다는 그를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던 관심 분야로 전문가, 인기 선생님까지 된 모습이 대단하구나 싶더라고요. 이제, 신간 생물 학습만화 시리즈를 챙겨볼 시간!

등장인물은 숲속 생물 친구들의 이사를 돕는 정브르, 해맑은 성격의 긍정왕 고나, 묵묵히 따르며 함께 돕는 테일입니다. 앞선 시리즈에 이어 일곱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요, 중간중간 '브로 관찰기'를 통해 생물 친구들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요. '브르 연구소'를 통해서는 다른 그림 찾기, 숨은 생물 찾기, 그림자 퀴즈 등 가벼운 놀이를 해보고, 생물 스케치북, 길앞잡이 집 만들기 등 활동도 해보며, 빛 공해, 발광 생물에 관한 지식을 담은 내용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책 내용 중 '빛 공해'란 인공조명을 과도하게 사용해서 생기는 피해를 말하는데요, 이것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철새, 너구리, 수컷 매미, 나방의 예가 나와요. 이런 동물들뿐 아니라 인공조명에 사용된 에너지가 온실가스를 내뿜어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킨다고 하니,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백색광 대신 LED로 바꾸는 등 빛 공해를 줄이는 방안에 우리 모두 적극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된장잠자리도 있구나, 반딧불이가 알, 애벌레, 번데기 때도 빛을 낼 수 있구나, 넓적왼손집게가 말미잘과 공생 관계구나 하고 신기해하면서 읽었어요. 보배도 저도 스토리로 구성된 만화는 금방 읽었는데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관심 있는 생물에 대한 페이지를 다시 찾아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학습만화를 볼 때 그림체, 등장인물의 표정, 대사 등에 민감해지는데요, 아무래도 예비초등인 보배나 저학년 아이들이 볼 때 자극적인 장면이 없나 싶어서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염려 전혀 없고요, 정브르 일행이 숲속 생물 친구들을 돕는 설정, 생물들에 관한 세부 정보, 놀이 및 활동 등의 구성과 더불어 궁극적으로 지구 환경을 생각해보는 데 이르게 되니 유익하지요. 생물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고요,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새롭게 이어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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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해 소중해 너의 좋은 점 - 4-7세를 위한 첫 성격 강점 그림책 소중해 소중해 시리즈
아다치 히로미 지음, 가와하라 미즈마루 그림, 권남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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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소중해 소중해 시리즈 신간이 나왔어요. 그동안 나왔던 <소중해 소중해 나도 너도>와 <소중해 소중해 너의 마음도>를 유익하게 봤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요. 부제는 '4-7세를 위한 첫 성격 강점 그림책'이라고 나와 있는데요, 유아들뿐 아니라 예비초등 보배를 비롯해 초등 저학년들도 함께 보면 좋을 듯해요. 그림책은 다음 질문으로 시작해요.

너의 좋은 점은 뭐야?

내용 중에는 끙끙 자전거 타기를 시도하는 아이가 나오고요, 팡팡 트램폴린에서 놀이하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이들의 좋은 점이 서술되어 있네요. 겁이 많은 여자아이에게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어서 특별하게 다가왔어요.

네가 겁이 많은 건 '두루두루 보여 안경'과 '깊이깊이 생각해 모자'를 갖고 있어서야!

그러면서 여자아이는 '두루두루 보여 안경'을 끼고 다른 친구들의 좋은 점을 찾아보러 다녀요. 우리도 그렇게 마음속 안경을 끼고 주변 친구들의 장점을 잘 찾아보자고 권유하는 듯해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요. 나의 좋은 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각자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어요.

내가 힘이 쑥쑥 솟아날 때는?

자꾸자꾸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책 말미에 성격 강점 검사의 용어를 참고해 호기심, 학구열, 신중성, 유머 감각 등 24가지 성격 강점에 대해 정리하고 있어요. 저자의 해설에 따르면, 아이의 성격 강점을 키우는 과정은 '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요. 어떤 한계 혹은 힘든 상황에서도 자존감, 나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아는 게 기본일 거예요.

최근에 보배의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성격, 장점을 바탕으로 특별한 상을 만들었다고 해요. 친구들이 보는 나의 좋은 점을 예쁜 말로 만들어 상장을 만든 것인데요, 유아기부터 아이들이 꼭 기억했으면 싶어요. 성장하는 가운데 다듬어질 부분은 있겠지만 무엇보다 내 모습 그대로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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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사자소학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5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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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빵빵 시리즈 신간이 나왔어요. 책을 받자마자 보배가 신난다면서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네요. 그전에 빵빵 시리즈를 몇 권 읽어서 익숙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만화식 구성이라 더 친근하게 다가왔나 봐요. 그리고 요즘 보배가 예절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있었던 터라, 교훈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도 재미있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예절과 교훈을 진지하게 흡수하는 시기가 바로 유아기, 초등 저학년 때가 아닐까 싶어요.)

먼저 사자소학이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밝혀줍니다. 중국 송나라 유학자인 주희가 지은 <소학>과 그 외의 경전들에서 아동에게 교훈 될 구절을 뽑아 4글자로 구성한 책. <빵빵한 어린이 사자소학>은 인성 교육의 길잡이, 우리말 어휘력 증진과 사고력 향상을 의도하고 있습니다. 크게 부모 공경, 형제자매와의 우애, 선한 가정과 튼튼한 나라, 나를 다듬고 가꾸는 지혜, 함께하며 서로 돕는 친구, 이웃과 공동체, 부지런한 배움과 바른 성장 등으로 분류해 총 120개의 구절을 만화식 구성으로 담고 있어요.

요즘 보배가 학습만화도 많이 보는 터라 저도 함께 보는 중인데요, 가끔 너무 과장된 표정, 과한 동작, 함부로 던지는 말투 등이 보여서 저는 좀 거슬리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주제가 바른 생활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딱딱한 말을 만화로 풀어서 엮었다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해당 구절에 충실한 적용이라 간결하면서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내용이라 좋아요. 각 에피소드가 끝나면 한자의 원문, 음과 뜻, 풀이, 해설까지 정리해볼 수 있어요. 부모 공경에 관한 내용 중, 이런 대화가 나와요.

"엄마, 나중에 나한테 키워 준 값 달라고 하실 거예요?"(중략)

"하지만! 엄마, 아빠의 사랑은 무조건이라 안 갚아도 돼."

(23쪽)

'키워 준 값'을 따져보는 캐릭터 '그리'의 모습을 보면서 보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더라고요. 당연하게 생각하던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아이들이 한 번쯤 '값'으로 셈해보는 시간은 의미 있어 보여요. 물론 저도 엄마의 은혜를 되새겨볼 수 있었고요.

제사를 반드시 정성껏 지내라는 원문에 대해서는, 조상을 추모하는 가치를 존중하되 제사 외에 집안 사정과 종교에 따라 제사는 선택적이라는 말을 덧붙여요. '부창부수'도 서로 의견에 화답해야 한다고 해설하지요. 이렇듯 원문에 매이지 않는 현실적 적용을 볼 수 있어요.

기본 예절을 배워야 할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서로를 존중하고 올바른 언행을 점검해볼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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