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글입니다.]
아마 작년 12월부터였을 거예요. 보배에게 '정의'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사전적 의미를 읽어준 것은 아니고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이 '정의'라고요. 거짓말과 가짜뉴스가 팽배하는 세상 속에서, 특히 어수선한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 가운데 올바른 정의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그래서일까요. 이 동화의 제목이 눈에 띌 수밖에 없었지요. 근엄한 제목의 느낌과는 다르게 간략한 책 소개를 보면 웃음이 팡 터져요. 주인공 테오가 불의를 응징하기 위해 <똥 익스프레스>를 만든다는 이야기거든요.
열한 살 테오는 불의에 맞서기로 하는데요, 벌주고 싶은 사람은 부모님이에요. (게으르고 무관심한 아빠는 좀 심하네요.) 하지만 그들이 불의에 대한 복수 계획인 <똥 익스프레스>가 제공하는 '향기로운 선물'(범죄 크기에 따른 똥 조각, 똥덩어리, 엄청난 양의 똥)을 받을 사람들은 아니고요, 그 대상은 테오가 아끼는 자전거를 훔쳐간 푸티니 형제입니다. 이후 테오는 동업자이자 친구인 마틸다와 함께 복수 계획을 실행하려고 하는데...
테오와 마틸다는 의뢰를 받아 자신들의 정의로운(?) 무료 사업을 실천에 옮기고 엄청난 양의 똥을 선물로 받는 '눈사태 케이크'는 큰 인기를 끌게 되지요. 그런데 의뢰인의 요청 자체가 정의롭지 못한 경우도 생겨납니다. 가령 낙제 점수를 준 선생님에게 똥을 보내려는 아이들은, 실제로 낙제 점수를 받을 만했거든요. 테오가 복수를 불태웠던 푸티니 형제는 어떠했을까요?
한편 테오와 마틸다가 나누는 대화 가운데 의미 있는 질문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마틸다의 엄마는 2년 전에 병으로 돌아가셨지요.)
"넌 커서 의사가 되고 싶어?"
"모두를 정말 잘 치료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으면 아니야! 그거야말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다른 모든 것보다 가장 큰 불의 아니야?"
"맞아."
"그런 불공평에 복수하려면 아무리 많은 똥을 모아도 부족하지 않겠어?"
"응, 부족해. 세상 모든 동물의 똥을 모두 모은다 해도 부족해!"
(111-112쪽)
엄마를 치료하지 못했던 의사에게 복수하고자 한다면 세상 모든 똥을 모은다 해도 부족할 테지요. 불공평하고 불의하다고 느껴지지만 실상 어쩔 도리가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할 때. 동화 속 두 아이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계속 동화를 이어가면, 테오와 마틸다, 주변 인물들이 어떤 변화를 맞는지 지켜볼 수 있어요. 테오는 정의의 집행자로 남게 될지, 아닐지 궁금증을 가지면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이 읽기에는 글밥이 좀 많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금방 한 권이 끝나 있을 거예요. 초등 중학년, 고학년들은 줄거리뿐 아니라 독후활동으로 토론을 하면 좋겠어요.
재미있는 동화 한 권으로 '정의'에 대한 폭넓은 생각과 의견, 경험을 나누는 기회가 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