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언제 먹는가로 결정된다 - 암, 당뇨병, 골격계 질환,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When Way’ 식단법
마이클 로이젠.마이클 크러페인.테드 스파이커 지음, 공지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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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아니라 '언제'가 중요하다고?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든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책에서는 '무엇'만큼 '언제'도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다만 지금까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서 그 음식을 먹는 타이밍이 간과되었던 사실을 지적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3인으로, 각각 내과 의사 겸 마취과 전문의, 예방의학과 전문의, 건강과 피트니스에 관한 글을 써온 대학 교수다. 이들이 본론을 서술하기 전에 제시한 기본 원칙 세 가지가 있다.


음식은 약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미각에 기회를 주자.


저자들은 의료적 개입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음식이 가장 우선적인 질병 예방 방법이자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차원으로, "음식은 약"이라고 말한다. 언제 먹을지에 대한 타이밍 부분은 이 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이란 밋밋한 음식을 맛보는 지루함이 아니라 오히려 미각을 발달시키고 맛의 즐거움을 알아간다는 정의가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에 나오는 '언제'란 하루 중 먹는 시간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암 위험 혹은 스트레스 받을 때처럼 특정 상황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전제로, 이 책은 독자들이 31일 실천플랜을 만들어가도록 구성되었다. 추천 혹은 제한 음식도 나와 있다.


일주기 생체리듬과 연관해 우리에게는 음식시계가 있다.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아침보다 저녁에 혈당이 더 높아진다. 일찍 먹을수록 마이크로바이옴(내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과 건강에 좋다. 이 책은 해가 떠 있는 동안만 먹을 것, 하루 필요 열량의 대부분을 오후 2시 이전에 섭취할 것 등을 제시한다. 또한 인생의 난관, 직장생활, 여가생활, 질병 등 일곱 섹션으로 나누어 35가지의 특정 상황을 보여준다. 각 상황별 최고 음식, 도움이 되는 음식, 피할 음식, '바꾸기 코너'를 통한 대안을 정리해준다.


구체적인 상황 예시 가운데 '스트레스가 쌓이고 짜증날 때'를 보자. 분노, 긴장, 좌절감 등 강렬한 감정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낮 동안 속을 든든하게 해두는 것이다. 배고픔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또한 자신만의 비상대응체계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가령 아삭한 채소 한 봉지, 단백질이 가득한 건강한 곡물바를 준비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가장 좋은 음식은 병아리콩 오븐구이, 도움이 되는 음식은 버터가 첨가되지 않은 팝콘이고, 최악의 음식은 설탕이 듬뿍 들어간 디저트다. '바꾸기 코너'에서는 분노를 진정시키는 음식을 소개하는데, '냉장고에 있는 아무거나' 먹던 습관을 버리고 좋아하는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를 항상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도넛과 과자 대신 대안이 될 만한 음식도 소개하는 식이다.


서구 식단에 기초한 조언이기는 하지만, 흰 쌀밥, 붉은 고기 및 가공육, 탄산음료, 정제당에 대한 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기존 건강 서적과 동일한 맥락이다. 자연산 연어, 다크 초콜릿, 대두, 지중해식 식단, 올리브 오일 등을 상황별 도움이 되는 추천 음식으로 제시한 것도 낯익은 정보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음식 정보를 '언제' 먹을지에 대한 타이밍의 중요성과 결합한 데 있다. 그리고 31일 실천플랜이 점진적이고 세부적이어서 차근차근 식단 교체를 해볼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가령, 16-19일차에는 무엇을 먹는가에 집중할 시기로, 16일차에는 주어진 질문을 답해보며 자기점검을 해보게 된다. (각 질문에는 먹지 않음 혹은 여러 회차가 제시되어 있다.)


*피해야 할 음식

가공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단순당(설탕, 흰 밀가루가 들어간 식품)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튀긴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가공육, 붉은 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얼마나 자주 먹는가?


*웬웨이(When Way) 음식

하루에 몇 회 분량의 채소를 먹는가?

하루에 몇 회 분량의 통곡물을 먹는가?

견과류 또는 씨앗류를 얼마나 자주 먹는가?

식물성 단백질, 생선, 껍데기 없는 닭고기나 칠면조고기 등의 단백질을 얼마나 자주 먹는가?


피해야 할 음식의 경우 해당 답변이 '먹지 않음'이면 좋고, 웬웨이 음식의 경우 보기에 제시된 회차가 많을수록 좋다. 피해야 할 음식 목록을 몰라서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음식에 대한 선호와 취향, 편리성 때문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대안을 준비하는 게 막막하거나 귀찮은 이유도 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내 기준의 안도감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보면서, 그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음식의 중요성을 안다고 하면서 실제로 중요하게 다루어오지 않은 내 안의 모순도 발견해본다.


이 책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것뿐 아니라 '언제' 먹을지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건강 서적이다. 하루에 어떤 음식을 어느 시간대에 어떻게 먹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섹션에 따른 35가지의 상황별 음식이 제시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해당 분야를 찾아 곧장 적용해볼 수 있는 음식 지침서이기도 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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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음악지식사전
가나북스 편집부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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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퀴즈를 풀어보실래요? (정답은 리뷰 마지막에 있습니다.) 먼저 세 고개 퀴즈입니다.


한 고개! 멘델스존이 지은 관현악 모음이에요.

두 고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고 만들었어요.

세 고개! '결혼 행진곡'이 유명해요.


다음은 음악지식 퀴즈입니다.


원래는 연주 기교를 익히기 위해 연습용으로 만든 곡을 말해요. 점차 예술성이 뛰어난 독립된 곡으로 만들어졌지요. 쇼팽을 비롯해 리스트, 슈만, 드뷔시 등이 많이 작곡했어요. 이 음악의 형식은 다음 중 무엇일까요?

1) 폴로네즈 2) 에튀드 3) 뮤지컬


부록으로 위와 같은 퀴즈를 실어놓은 책이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음악 이론서를 드디어 찾았어요. <153 음악지식사전>입니다. (그런데 제목에 왜 153이 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려고 하는데, 음악의 기초 지식을 좀 더 재미있게 접근하면 좋겠구나 싶었지요. 막상 펼쳐보니, 다양한 악기, 음악의 역사, 유명한 음악가 및 작품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어요. 243쪽 분량의 양장본, 4도 컬러, 풍부한 그림자료가 눈에 띕니다.


음표, 악보 기호, 박자 등 음악의 기초를 설명하는 초반부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직접 말하는 방식이에요. 가령, 장음계와 단음계를 설명할 때 나오는 고양이는, "장음계는 3-4음과 7-8음 사이가 반음이에요." 하고 말하면서 즐거운 표정인 반면, "단음계는 2-3음과 5-6음 사이가 반음이에요." 하고 말하면서 우는 표정이지요. 장조 곡이 밝고 단조 곡은 어두운 느낌이라는 것을 고양이 표정만으로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빠르기말이나 셈여림표를 나타낼 때 동물들로 그 특징을 구분해주는 그림도 재미있어요.


개괄적인 음악지식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책 내용 가운데 기악곡의 연주 형태를 보면, 여러 악장으로 된 곡, 하나의 악장으로 된 곡, 춤곡의 세 분류 아래 교향곡, 협주곡, 랩소디, 녹턴, 유머레스크, 아라베스크, 푸가, 미뉴에트, 사라반드 등의 개념이 실제 악보나 그림자료와 함께 서술되어 있어요. 오케스트라의 역사와 악기들, 특히 배치 부분은 펼친 양면 그림으로 되어 있어 시각적으로 한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서양 악기뿐 아니라 국악기의 종류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유익합니다. 국악의 장단과 음계, 성악곡(시조와 가곡, 판소리와 창극, 민요 등), 기악곡(수제천, 대취타와 취타, 제례악, 풍물놀이와 사물놀이, 시나위, 산조 등)을 서술한 대목에서는 각 공연 장면이 사진자료로 실려 있어서 이해를 돕지요.


이 책으로 아이들은 악기에 대한 정보를 즐겁게 배울 수 있겠어요. 딩동댕 원숭이와 함께 건반악기 박물관을 가보면, 그랜드 피아노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고 파이프오르간, 첼레스타, 신시사이저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요. 삘릴리 고양이의 목관악기 가게로 가볼까요? 플루트, 오보에(더 낮은 코르앙글레), 클라리넷(기본형보다 낮은 베이스 클라리넷), 리코더, 팬파이프을 만나게 됩니다. 둥둥 딱따구리의 타악기 연주단을 찾아가보면, 큰북부터 핸드벨까지 여러 동물들이 연주하는 그림을 볼 수 있고, 실로폰과 마림바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답니다. 딩가딩가 생쥐의 현악기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린의 구조를 비롯해 여러 현악기의 차이와 특징을 배우고, 빰빠라 곰의 금관악기 축제에서는 트럼펫과 트롬본, 호른, 그리고 튜바의 특징을 배웁니다. 덩더꿍 거북의 국악기 나들이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그 외에도 비발디부터 윤이상에 이르는 세계적인 음악가, 플라멩코와 탱고 등 세계 곳곳의 음악 지도, 100여 편의 추천 음악 리스트가 알차게 실려 있습니다. 부록으로 음악 동화, 판소리, 음악가, 서양 음악과 국악 이론 등의 퀴즈를 풀어볼 수 있어요.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소프라노 조수미 님, 신델라 님의 말처럼, 이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 음악에 관심 있는 모두를 위한 필독서라 할 만합니다.


*리뷰 서두의 음악 퀴즈 정답은 각각 '한여름 밤의 꿈', '2) 에튀드'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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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곰 웅진 세계그림책 220
리처드 존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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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상상이 넘치는 그림책을 만났다. 아이는 정원에서 북극곰을 발견했다. 아이 손바닥에 올라갈 정도로 아주 작은 곰이다. 아이가 자기 손에 올린 곰을 바라보는 장면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곰은 인형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계속 성장한다.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곰은 쑥쑥 자란다. 책 속에서 작가는 곰이 자라는 정도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아이는 곰을 주머니에 넣다가 모자로 옮겼고, 가방 속에 눕히다가 어깨에 태웠으며, 곰과 나란히 섰다가 곰의 등에 올라탔다.


곰의 몸은 커졌지만 아이에게는 여전히 작은 곰이다. 그래서 아이가 곰과 헤어질 때, 이렇게 말한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안녕, 나의 작은 곰. 잘 있어. 곧 다시 만나자."


이 그림책을 보면서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고, 표지 속 아이처럼 커다란 백곰에게 폭 안긴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아이와 작은 곰이 함께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길에 동행할 수도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작은 곰은 독자들에게 별처럼 반짝이는 상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환경적으로 잘 보호해야 할 북극곰 자체일 수도 있다. 나는 자녀이자 보물, 돌봄의 대상이자 소중한 존재를 떠올렸다.


그림책에서 아이가 곰에게 건네는 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법 의젓하고 기특하다. 간결하지만 그 안에 분명한 뜻, 배려와 책임이 깃들어 있다. 안전하게 돌보고 지켜주면서 곰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도록 돕는 것, 그리고 때가 되면 곰을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겠지.


그림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시간이었다. 작가는 천지창조처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간 벌어진 일을 다룬다. 그동안 성장이 있었고 변화가 있었으며 만남과 헤어짐, 출발과 돌아감, 밝음과 어두움이 있었다. 삶의 모습이다. 곰의 성장처럼 시간의 흐름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저 멈추어 있고 싶고 붙들고 싶을 때가 있다. 어차피 흐른다면 잘 흘러가야 할 테지. 목적지를 향해 유유히 가야겠지.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이야기, 부드러운 그림체와 색감이 가득한 책, 함께 보는 어른도 마음 편안해지는 그림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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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이네 사계절 자연미술놀이 - 놀이 중심, 아이 중심! 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엄마표 미술 바른 교육 시리즈 17
차진아(라온맘) 지음 / 서사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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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아빠표 놀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책마다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뭔가 새로운 내용이 없을까. 내가 배우고 적용해볼 내용이 있을까. 먼저 책 소개와 차례 구성을 보면서 해당 책을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데, <라온이네 사계절 자연미술놀이>는 소개된 놀이의 완성품이 집안 곳곳에 장식해도 좋을 작품처럼 보였다. 화사하고 예쁜 이미지가 시선을 끌었고, 3-5세를 세분화해 각 나이별 사계절 놀이를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궁금한 놀이책이었다.


이 책은 자연미술놀이를 표방한다. 왜 그런가 했더니, 책 속에 자연을 활용한 것들이 꽤 많다. 여러 나뭇잎을 주워 나무 그림을 꾸미거나 색칠하고 고슴도치도 만들며 나뭇잎 리스나 위빙을 만들 수 있다. 꽃 누르미 바람개비를 만들거나 낙엽 투명액자, 단풍잎이 장식된 나비 날개를 만들 수도 있다. 앞으로 가을이 무르익으면 낙엽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 텐데, 아이와 함께한 산책길에 낙엽을 담을 바구니를 준비해서 나가면 좋겠다.


이 책이 화사하고 예뻐 보였던 이유는 아무래도 색색의 향연인 물감 사용 때문인 듯하다. 대부분의 활동에 색소 혹은 물감이 사용된다. 서두에서 키즈 전용 물감, 다양한 형태의 물감을 비롯한 여러 미술 재료를 소개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해볼 수 있다. 도화지, 돌멩이, 달걀판 등을 물감으로 꾸미는 것부터, 둥근 화장솜이나 키친타월을 이용해 꽃을 만들어 여러 색깔로 물들이는 작업이 나와 있다. 패브릭 물감을 이용한 손수건과 티셔츠 염색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듯한데, 아이의 작아진 옷을 이용해볼 수 있겠다. 이렇듯 물감을 기본 재료 삼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고 있거나 쉽게 버려지는 것들을 활용해서 어엿한 미술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다. 앞으로 달걀 껍질은 미술놀이 후에 버리기로!


책 내용 중에 재료를 많이 구비해줘야 할 활동이 있다면, 스몰월드다. 이 책에는 역할놀이를 통한 상상력을 키워주는 다양한 스몰월드가 꾸며져 있다. 그 종류는 새 둥지, 벌집, 개미, 거미, 개구리, 판다, 하늘, 바다, 강, 어항, 농장, 텃밭, 과수원, 공항, 도시, 사계절 및 크리스마스 풍경과 핼러윈, 공사장과 중장비, 소방, 화산, 사막, 북극, 공룡알, 세렝게티, 사파리, 지구, 달, 우주, 요정의 샘, 세계지도 등 겹치는 제목 아래 다른 구성의 스몰월드도 여럿 눈에 띈다. 여러 종류의 스몰월드를 직접 만져보고 부모와 함께 꾸며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즐거운 체험이 될 듯하다. 아이에게 처음 책을 자유롭게 펼쳐보도록 하면서, 어떤 것을 만들어보고 싶냐고 물었을 때, 아이가 손꼽은 페이지들은 모두 스몰월드 활동이었다. 풍성하게 꾸며진 형태가 눈에 확 들어온 모양이다. 가장 먼저 코코아 가루를 이용한 공사장부터 만들어보자.


저자는 엄마로서 아이와의 놀이를 꾸준히 SNS에 올렸고, 몇 년 동안의 결과물이 책으로 엮어진 셈이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는 특정 활동에 대한 아이의 반응도 작게 적혀 있기도 하다. 재료 사용에 대한 팁, 도안자료나 놀이영상을 담은 QR코드도 실어놓았다. 부모를 비롯한 3-5세 아이의 주양육자와 교사라면, 이 책으로 아이와 함께 자연과 생활 주변의 재료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술놀이를 해볼 수 있다. 아이에게는 소근육 발달과 촉감 놀이에 더해 창의력이 뿜뿜 솟아나는 시간이 될 듯하다. 이 책에 나온 내용 그대로, 조금 변형해서, 완전히 새롭게 꾸며봐도 좋겠다.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로 나도 즐거운 시간! 이 책은 그 즐거움에 살짝 예쁨을 얹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이 책을 활용해 장식품을 꾸며보면 좋겠다고, 미리 겨울놀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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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속의 우주 - 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
한동훈 지음 / 호밀밭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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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체 디자이너가 바라본 세상 이모저모'라는 부제가 제목 <글자 속의 우주>를 더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어느새 손글씨보다 컴퓨터 자판이 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 책 속의 좋은 문장을 필사한다. 캘리그래피 책을 보면서 예쁘고 멋진 서체를 따라 써보거나 내 나름의 스타일로 써본다. 네이버가 제공한 기본서체 가운데, 내가 쓴 글에 어울리는 서체를 골라보곤 한다. 읽는 책마다 표지나 본문의 서체가 꽤 자연스럽게 혹은 뭔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서체'에 대한 생각은 이 정도에 머문다. 그렇다 하더라도, 무의식중에 손글씨를 멀리하는 나 자신을 일깨우고 있나 보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했을 때 꼭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만 봐도 그렇다. 저자가 서체 디자이너라고? 그럼 당장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 그렇게 기대감으로 펼친 책의 서문에는 예상치 못한 다음 구절이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시한이 있다. 아끼고 아낀 글은 걸작의 반열에 오르는 대신 폐기될 뿐이다. 내보내야 할 때 내보내야 한다. 어쩌면 폰트 디자인과 글쓰기가 그 분량이나 결에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를 써서 창조하느냐, 언어의 외피를 창조하느냐가 다를 뿐이다."(8쪽)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언급될 줄은 몰랐다. 더구나 폰트 디자인과 글쓰기가 다르지만 비슷한 세계라니! 생각해보니 그렇다. 머릿속의 생각을 담아내는 글, 그 글이 발현되는 형태가 글자 아닌가. 실제로 가독성 있는 글이라고 하면, 문장이나 표현과 별개로 보기 좋은 글자의 조합이기도 하니까. 이제, 내가 모르거나 간과한 글자의 세계로 더 깊이 들어가본다.


저자는 본격적인 내용 전개에 앞서 용어 구분부터 해준다. 오늘날 글자를 활용한 거의 모든 디자인을 일컫는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배치 작업, 캘리그래피, 레터링, 폰트 디자인, 폰트로 만든 포스터와 그 외의 아트워크를 모두 아우른다. 저자는 폰트, 타입페이스, 글꼴, 레터링 등의 개념을 하나씩 알려준다. 다른 문자와 차별화되는 한글만의 특징은, 자소가 결합하는 형태에 따른 '틀'이 나뉜다는 점이다. 글자 주변을 둘러싸는 가상의 틀을 기준으로 정사각형이 아닌 서체는 '탈네모틀', 정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글꼴을 '네모틀'이라 일컫는다. '탈네모틀'은 다시 조합형과 완성형으로 구분된다. 저자는 실제 간판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예로 든 사진 자료가 많이 들어 있다. 오래전 주류 광고부터 자동차 트렁크 엠블럼, 가수들의 앨범 레터링, 우리나라 지폐 서체, 수동 카메라의 셔터 다이얼 서체, 올림픽 로고타입 디자인, 여러 간판 및 광고판 등, 저자는 서체에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글자가 들어간 것이면 무엇이든 다룬다는 점에서 전방위적이고, 가령 로고 타입의 변천사 등 서체의 변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그 시대까지 읽어낸다는 점에서 일상의 문화사라 할 만하다.


1987년에 발매된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앨범 커버 디자인은 가독성 면에서 아쉽지만 꽤 독특해 보인다. 하단의 담배 꽁초들, 그중 담배 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글자로 표현했다. 저자는 이 곡의 전주를 듣노라면 이른 새벽 홀로 피우는 담배 연기가 떠오르면서, 그라데이션된 커버 레터링이 자연스럽게 매치된다고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간접 흡연도 싫고 그로 인한 연기도 질색이라, 좋아하는 노래를 굳이 담배와 연관시키고 싶지 않다. 아마 지금처럼 금연석이 따로 있고 담배 연기가 민폐인 시대라면 다른 앨범 커버가 나오지 않았을까. 모든 문화 양식은 시대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서체 이야기를 읽으며 실감해본다.


도로, 전철 안의 서체를 들여다보던 저자는 승강장 주변 공사연혁 판에 주목한다. 공사기간이 1980년에서 1985년으로 새겨진 동판은 붓글씨체. 저자는 동판의 마지막 문구 '정성으로 건설하여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를 언급한다. 글자를 보다가 특정 문구를 보게 되고,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역사의 죄인'이 만들어낸 흔적들도 떠올리게 된다. 글자가 온전히 기능 혹은 외피에 머물지 않는다는 실례가 아닐까. 저자는 야민정음의 세계에 감탄하는 입장으로, 180도 뒤집으면 '사랑해'가 되는 'H워얼V'를 다양한 서체로 변형해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예능 자막 분석이나 대선 포스터 타이포그래피 분석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한글 폰트 디자인의 변천 및 한글 디자인의 어려움 등 관련 전공자 혹은 직업군이 보면 좋을 내용도 담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대상에 오래 시선이 머물기도 할 것이고, 그동안 가볍게 지나쳤던 사물 속 글자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림을 볼수록, 음악을 들을수록 감식안이 생기듯이, 글자도 그렇겠구나 싶다. 이 책을 통해 서체 디자이너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폰트 디자인과 글쓰기가 비슷하다고 했던 저자 말을 상기해보며, 글자가 주는 끌림, 글이 주는 영향력도 연관지어 생각해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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