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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역사다 - 누가 예수를 신화라 하는가, 개정증보판
리 스트로벨 지음, 윤관희 외 옮김 / 두란노 / 2021년 10월
평점 :
언젠가 읽어봐야지, 관련 영화도 봐야지 했던 책을 계속 미루다가 출판사의 개정 증보판 발간이 되어서야 읽게 되었다. 더 늦지 않아 다행이고 감사하다. 나는 왜 이 책을 읽으려고 했던가. 먼저 예수가 신화적 인물이 아닌 역사적 존재였다는 사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글의 전개 과정이 궁금했다. 그리고 신앙인의 삶에 대해 반추하면서, 오래전 예수를 내 삶의 구원자와 주님으로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방식대로 살아온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괴롭게 밀려왔기 때문이다. 예수를 믿는다면 당연히 삶의 긍정적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나는 어떠한가. 성화 과정이라는 명분으로, 자기 중심성과 미성숙함이 언제까지 합리화될 수 없을 텐데. 제대로 믿고 있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오는 요즘, 내 믿음의 실체를 찾아보고 싶다는 갈망과 <예수는 역사다>라는 제목 자체의 선언이 마음 깊은 곳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인 나사렛 예수에 대한 기록물 검토, 메시아 예수 분석, 예수 부활의 증거로 나누어 서술되어 있다. "철저한 무신론자에서 집요한 영적 탐구자로" 변모한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저자는 전체 14장의 도입부마다 저널리스트로서 접했던 사건이나 미국 사회의 범죄를 예로 들면서, 자연스럽게 핵심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그래서일까. 429쪽이라는 꽤 도톰한 분량의 책이 흡인력 있게 술술 넘어간다.
가령 '정황 증거'가 주제인 14장에서, 저자는 한 테러 사건(168명의 희생자를 낸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발 사건)의 범인 멕베이 예화로 시작한다. 그가 폭발물을 싣는 것이나 직접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을 본 사람들은 없었지만, 모든 정황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성적인 추론으로부터 이끌어낸 간접 사실들로 이루어진" 정황 증거는 목격자의 증언만큼, 아니 그보다 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 결과 멕베이는 사형수 감방에 수감됐다. 뒤이어 본문에서 저자는 예수의 부활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을 찾아나선다. 그리고 예수의 부활 사건을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냈다.
이 책은 역사, 고고학, 심리학, 의학, 신학 등 열세 명의 권위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앙인으로서 출발한 지적 여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은 기독교인 독자뿐 아니라 단지 인문학적 호기심으로 예수가 궁금한 사람들 모두 독자층으로 끌어들인다. 2년에 걸친 지적 탐험을 시작했을 무렵 무신론자였던 저자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예리한 질문과 반론을 준비했다. 그의 질문과 반론 속에는 오랫동안 설교를 듣고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들도 궁금할 법한 내용,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자주 던지는 단골 메뉴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1부에서 저자는 나사렛 예수의 흔적을 찾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저자는 중요한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중 하나는 기독교 부활 신앙이 생겨난 시기를 부활 사건 이후 수십 혹은 수백 년이 아니라 단지 2년 이내로 본다는 점이다. 또한 복음서들의 기록 방식을 보면, 고대의 다른 기록에서 보이는 미사여구나 신화적 요소가 없다는 점이다. 진지하고 책임 있는 태도, 정확한 세부 사실, 세심한 주의와 정확성이 의미하는 바는, 실제로 일어난 사실의 기록이라는 반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대의 다른 기록에 비해 신약성경의 사본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구나 책의 기록 시기와 가장 초기 사본의 기록 시기 사이의 시간차가 신약성경만큼 짧은 경우가 없다고 한다. 초기 파피루스 사본들, 정경과 위경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읽었다.
"역사가의 입장에서 본 복음서의 역사적 신뢰성"은 어떠할까. 본문을 통해 요세푸스의 기록을 비롯해, 신약성경 외에 예수 기록을 알 수 있는 내용들도 확인할 수 있다. 고고학 분야의 결과물도 재미있다. 고고학은 신약성경의 정확성을 반복적으로 확언해주는 반면, 몰몬교가 신화나 날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예수는 단지 기적을 행하는 유대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저자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변도 살필 수 있다.
2부와 3부는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 성육신과 부활이라는 신학적 혹은 신앙적 내용이 어떻게 논리적으로 입증되고 증명될 수 있는지 주목하며 읽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자기인식 혹은 정체성, "예수는 미친 사람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심리학적 답변, 예수가 가진 하나님의 모든 속성, 구약의 예언 성취인 예수, 십자가 죽음이 맞다는 의학적 증거, 빈 무덤이 부활의 확실한 증거인 이유, 부활 후 사람들 앞에 나타난 예수, 예수 부활에 대한 다섯 가지 정황 증거 등이다.
뒤이어 "무신론은 역사적 진실의 무게 앞에 굴복되었다"는 저자의 에필로그는, C.S.루이스 또한 예수에 대한 증거로 인해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 책의 말미에는 출간 20주년을 맞아(이 책은 1998년 초판되었다.) '저자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고, 각 장마다 소그룹에서 함께 나눌 질문들이 첨가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집요한 탐구심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내게 이런저런 질문(기독교에 대한 호감이든 반감이든)을 던질 때마다, 나는 기운이 빠지곤 했다. 성경이나 관련 책을 한 번도 들추어보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선입견에 갇힌 채 의구심을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벽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돌아보면, 나야말로 탐구심이 부족했던 듯하다. 매번 교회의 성경공부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했던 것 같은데, 실상 성경을 읽다가 어떤 의구심을 발견할 때면, 내 나름대로 답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넘어가곤 했다. 지금은 믿음을 의심하는 것, 성경을 이성적, 분석적으로 읽는 것도 더 단단한 믿음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인터뷰 대상인 사람들은 대화를 끝낼 무렵 자신의 간증을 나눈다. 거기서 공통점을 찾자면 '변화'다. 그중 사복음서 권위자 블롬버그 교수의 말을 상기해본다. 증거를 요구하지 않는 믿음이 복되고 증거로 믿음을 강요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신학 연구를 통해 믿음을 가지게 된 학자들도 많고, 이미 신앙을 확립한 학자들도 증거로 인해 믿음이 더 견고해진다는 것이다. 성경 연구 혹은 묵상은 예수의 성육신과 십자가 죽음, 그리고 부활을 피해갈 수 없다. 복음 메시지를 읽거나 설교로 듣고도 마음이 휑하고 메마르다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여전히 발끈한다면, 잘못된 가치관과 어그러진 삶의 방식에서 돌이킬 생각조차 안 한다면,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은 신앙 서적이든 인문학 서적이든 어느 분야에 꽂혀 있어도 무방할 듯하다. 독자가 신앙인이라면, 다시금 신앙의 토대를 든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독교는 수많은 종교 중 하나가 아니고 예수는 결코 신화가 아니라는 점, 크리스천의 믿음은 분명한 역사적 증거를 근거로 한다는 점을 상기해볼 수 있다. 비신앙인이라면, 저자처럼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과정에서 신앙을 가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기에, 인문학 지식을 쌓는 차원으로 접근한다고 해도, 읽을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다만 저자의 당부를 인용해본다.
"이제 당신 차례이다. 처음에 나는 당신이 가능한 한 공정하고 공평한 배심원으로서 이 책에 나온 증거를 살펴보고, 그 증거의 경중에 근거해서 결론을 내리도록 부탁했다. 결국 당신은 혼자서 평결을 내려야 한다. (중략) 동시에, 당신의 인생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도록 권고하고 싶은 강한 의무감을 느낀다. 그 문제를 아무 생각 없이 경솔하게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많은 일들이, 당신이 결론을 어떻게 내리는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397-398쪽)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