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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 무례한 사람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여섯 가지 방법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11월
평점 :
이제는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조금은 감정에 무디어졌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말에 휘둘릴 만큼 더 이상 어리지 않다고 여겼지요. 그동안 읽어왔던 심리학 책들의 도움도 받았으니 '상처'라는 말은 저와 무관해진 줄 알았는데요, 최근에 '아니구나' 하고 인정할 만한 일들이 많아졌어요. 오히려 '여전하구나' 하는 모습이 제 안에서 발견되니 속상한 마음도 들었지요. 그즈음 <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라는 책 제목이 슬며시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 다시 내 마음을 추스려보자.' 그러면서 이 책이 제게 걸어오는 말들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습니다.
심리학 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저자 소개를 보니 교육학 전공자네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화술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로 나와 있습니다. '들어가기'에서 저자는 상처받지 않도록 정신적 저항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해요. 여리고 민감한 부분을 상처받기 쉬운 모습, 약점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강점이 되도록 훈련하자는 것이지요. '차례'를 보면 자존감, 둔감력, 평정함, 자신의 왕국, 품위와 존엄, 공격의 무력화 등 주요 핵심 용어가 나옵니다. 하나씩 집중해서 살펴보려고 해요.
먼저 저자는 자신을 스스로 상처 입히는 부분에 주목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내적인 자기 비하를 발견하고 중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책 내용에는 자기 비하의 여러 생각, 표현이 예로 제시되어 있어요. 약간의 주의력만 발휘하면 '내면의 비판자'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자신을 나무라고 실수를 지적하며 낙담하게 하는 등 그의 특기는 체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그를 길들여 주도권을 잡는 법이 나와 있어요. 무조건 그를 내모는 게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에게 제한된 발언 시간을 주고 그의 말을 메모하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비판의 말을 글로 적으면 그 내용과 거리 두기가 쉽다고 해요. 중요한 점은, 스스로를 깎아내리다 보면 상처받기 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은 둔감력을 다룹니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는 화술, 말솜씨가 아니라 평정심 유지가 필요하다는 대목에 공감해요. 저자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평소에 잘 파악해두라고 조언합니다.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둔감력이 부족한 탓이기에, 대화 상대가 어떠할 때 신경이 거슬리는지 미리 파악해두자는 말이지요. 둔감력을 얻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중 한 가지를 소개해보면, 비인격적 상태로 옮겨가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의식적으로 닫고 곧장 비인격적인 상태로 넘어가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무뚝뚝하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이라는 말이 아니라 단지 감정을 개입시키지 말자는 뜻이에요. 공감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필요에 따라 마음의 단추를 잠글 수 있어야 한다는 말, 타인의 기분과 감정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저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감정의 교감이 많아야 하고 충돌이 일어난다면 서로의 기분과 감정을 최대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그 과정에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미래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안의 잘못된 전제를 발견했지요. 타인을 온전히 알 수 있다는 착각이요. 동시에 타인에게 완전하게 이해받을 수 있다는 환상이요. 타인이 제게 던진 부당한 감정의 포화조차 깊이 곱씹는 버릇이 있는 저에게는, 타인의 기분이나 감정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 꽤 중요하게 와닿았어요. 이 책에 제시된 둔감력 기르는 방법, 곧 비인격적 상태, 보호막, 멈춤 기법은 일상에서 유용하게 적용해볼 수 있겠어요.
세 번째는 평정함입니다. 이 책에서는 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 문장과 함께 보여주는데요, 대략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어떤 사건, 상황,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런 판단을 자신과 연관 지어 개인적으로 받아들입니다. 화가 나면서 자기최면이 시작되는데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이 비열하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늘 손해 보고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들이 화를 돋우게 된다고 해요. 저자에 따르면 화내기냐, 평온이냐의 결정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화와 분노를 피하는 방법 가운데 "두고두고 곱씹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눈길이 머물게 되네요. 누군가와 대면해서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인데, 저의 경우는 뒷북 치듯이 분노가 솟아오르곤 하지요. 어떻게 내게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하면서 상대방의 언행을 되새김질하면서요. 그럴수록 화가 새록새록 치밀어 오를 뿐인데요, 그럴 때는 좋아하는 것,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에 주의를 돌리라는 조언을 새겨봅니다.
저자는 화와 분노뿐 아니라 걱정을 내모는 내용도 알려주고 있어요. 화와 분노, 걱정을 몰아내면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대요. 바로 평정심과 더 많은 에너지요. 화와 분노, 걱정으로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고 남는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고민해보라는 말도 덧붙이는군요.
네 번째는 자신의 왕국 지키기입니다. 기본 전제로, 진정성 있는 비판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정당한 비판인지 지나친 간섭인지 판단해야 해요. 그리고 경계 설정을 명확히 하는 게 필요한데요, 책에서는 불안해서 누군가의 의견을 구할 때조차 자신감 있고 침착한 태도를 보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지나친 간섭과 무례한 충고를 듣게 되니까요. 저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건강하게 수용하면서, 무조건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을 멀리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지원이나 응원을 바랄 필요도 없다면서요.
다섯 번째인 품위와 존엄 추구하기는 구성원끼리 서로 헐뜯고 중상하는 분위기(소위 '악의 소굴')에 물들지 않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어찌 보면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들'이 우글대는 곳에서도, 인간의 품위와 존엄을 버리지 말자는 의미일 텐데요, 용서와 망각을 배우라는 말이 특별히 와닿았어요.
"부당한 일을 일일이 기억 속에 수집하는 걸 중단하자. 상처가 아물도록 하자. 마음 아팠던 일들로부터 신경을 끄고 종지부를 찍자. (중략) 에너지와 힘을 공급해주는 기억들을 기뻐하고, 다른 모든 기억은 시간을 통한 망각에 내맡겨야 한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과거의 일로 인해 부글부글 끓는 일 없이 가벼운 짐을 가지고 여행하도록 하자."(155-156쪽)
마지막은 공격의 무력화입니다. 무례한 말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다루고 있어요. 저자는 이해심을 낭비하지 말라면서, 공격자의 말을 애써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요. 뭔가를 이해하는 지적인 활동을 가치 있는 곳에 활용하라고 합니다. 상대는 '문제 상자'에 갇혀 있어도 당신은 '보물 상자' 속에 파묻히라는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깔끔하고 명쾌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다루는 핵심 용어를 간단히 설명한 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앞선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주고 있지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특별한 느낌은, 자기계발서 같은 구성을 선보이면서도 에세이적인 감성과 어조가 드러난다는 거예요. 주먹을 꽉 쥔 채 무례한 사람과 맞서라는 전투적인 마음이 아니라, 소란 속의 고요처럼 어떤 상황과 사람 앞에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대처하라는 메시지가 읽히는 듯해요. 맺음말은 색다른 내용을 담고 싶었다는 저자의 의도처럼, 여느 맺음말과 달리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이제 당신의 별을 따라"는 표현도 좋고요, 별을 좇는 것과 상처받지 않는 능력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에도 미소 짓게 됩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