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어디서 키울까?
SBS스페셜 제작팀.강범석.김설화 지음 / 그린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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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아이를 '어디서' 키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했다. 이렇게 유익하지만 놓쳤던 방송을 단행본으로 엮어주어 고마운 마음도 든다.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가 집안에서 뛰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 아파트가 아닌 다른 거주지는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이 책의 질문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떤 문제의식을 안은 채, 어쩔 수 없다고, 뾰족한 수가 없지 않냐고 생각해온 것은 아닐까. 일단 딱딱해진 머릿속에 탄력이 필요할 듯하다. 문득 어릴 때 내 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던 마음이 떠올랐다. 조만간 아이 방을 만들어줘야지 하던 차에, 여러모로 유용한 내용을 기대하며 이 책을 펼쳐본다.

아파트는 아이들에게 "모험을 허락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단조롭고 획일적인 아파트 풍경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를 떠난 거주지는 어떨까. 방송 제작팀은 아파트를 뒤로하고 전원주택을 선택한 가족들을 인터뷰한다. 그들의 전원주택 집 짓기는, 집을 투자 대상이나 아이들 교육을 위한 학군이 아닌 가족들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했기에, 당장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겼기에 선택한 결과물이다. 마당 있는 집, 이웃들과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 이 책에는 전원주택 짓기의 팁도 상세히 나와 있다.

과감하게 전원주택 생활을 결정하고 추진한 가족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럽기도 하고 언젠가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데, 아직은 요원한 상태. 그렇다면 현재의 거주지 안에서 어떤 변화를 모색해볼 수는 없을까. 그런 질문을 해보며 다음 내용을 이어가본다.

이 책에서는 여러 실험 결과가 나온다. 뇌파를 통해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준다. 가령, 도심 풍경보다 전원 풍경을 바라봤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현저히 낮고,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뇌파가 안정적이다. 제작팀은 심리건축 전문가, 인테리어 전문가와 함께 실제 두 가정을 방문해서 아이들의 방, 기질을 살펴보는데, 그 분석이 흥미롭다. 시각적 정보가 중요한 어린 시기의 아이들에게 알록달록한 원색도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 다양한 색감의 조명 활용도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 두 아이의 기질이 달라 각자의 공간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것, 가족들의 필요에 맞게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 책상이 방문을 등지는 구조일 때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특히 아이 방을 어떻게 꾸며주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라, 나에게 적용할 부분은 없는지 살피면서 읽게 된 대목이다. 공간의 구분과 아이의 취향 반영이라는 중요한 핵심을 상기해본다. 환경이 달라지면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진다는 말을 비롯해, 밑줄 치고 싶은 문장도 발견했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다."(112쪽)

이 책은 도시냐 자연이냐 혹은 아파트냐 주택이냐의 이분법적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변화가 가능한 공간을 강조한다. 집 구조를 바꾼다든지, 가구 배치를 달리한다든지, 마당 대신 테라스를 활용한다든지. 또한 이 책은 건축 전문가들의 집, 공간 이야기도 담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형태에서 벗어난 미래형 공간, 획일화된 놀이터가 아닌 새로운 놀이공간 등의 모색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만나볼 수 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말 가운데, "도시 곳곳에 숨은 보물 같은 곳"을 찾으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똑같은 아파트에 산다면 차별화는 주변 동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곧장 아파트 내 작은 연못이 떠올랐다. 날이 쌀쌀해지기 전까지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물고기들과 거북이도 만났던 곳. 현재 우리 가족의 보물 같은 곳이다. 그런 곳이 또 어디 있을지, 동네 탐색이 더 필요하겠구나 싶다.

이 책을 통해, 아파트 혹은 전원주택의 선택, 아파트 내부 구조 및 가구의 변화, 아이 성장과 취향을 반영한 방 꾸미기 등 공간에 대한 여러 사례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필 수 있었다. "내 아이 어디서 키울까"에 대한 답변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고 이 책에서 언급됐듯이 정답은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유아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에게 공간의 힘은 꽤 크다는 사실을 실감해본다. 공간의 영향력은 성인에게도 크게 좌우하는 것일 테지만.

"자라나는 아이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131쪽)

아이를 위한 공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아이의 독립 공간이 필요한 유아를 둔 부모부터 읽으면 좋을 책이다.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 답 없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향상시킬 변화를 만들어본다면 무엇이 있을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해보면 좋겠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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