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쌩쌩 기차 탈것박물관 23
안명철 지음, 탈것발전소 기획 / 주니어골든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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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골든벨의 탈것박물관 시리즈, 최신간이 나왔습니다. 앞서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 그림책 <여행, 뭘 타고 갈래?>를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증기기관차를 비롯한 기차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는데요, 이번에 <세상 모든 쌩쌩 기차>가 나와주어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이번 책은 정보 사진책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관련 사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그림보다 사진이 많다 보니, 아이가 처음에는 좀 어렵게 느껴졌던 듯해요. 지금까지 봐온 그림 위주의 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 아이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페이지는 장거리 기차 여행 먹거리였어요.

중국의 컵라면, 잠비아의 열대과일과 빵, 이탈리아의 샌드위치 파니니, 일본의 도시락 에키벤, 미국의 과일, 육포, 빵,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삶은 계란과 사이다가 소개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정말 설명 문구처럼 이 조합을 고집하는 한국 사람들이 많나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저는 에키벤이 제일 든든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이 책에서는 이처럼 '보너스 궁금증' 코너를 만들어 기차 여행 먹거리뿐 아니라 기차역 안의 시설, 분단으로 끊어진 남북 철도 현황을 보여줍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요, 이 책은 먼저 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일반(고속) 철도와 단거리 교통수단인 도시 철도를 구별해서 설명하고, 여러 나라의 철도 사진을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기차가 움직이는 에너지에 따라, 물과 석탄으로 운행하는 증기기관, 석유의 일종인 경유로 가는 디젤엔진, 안정적인 전기 공급인 전기구동 방식, 이렇게 나누어 설명하고 있어요. 특히 이 대목에서는 각각 QR 코드가 첨부되어 직접 관련 영상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번갈아 보았는데요, 증기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첫 기차인 증기기관차, 소리가 꽤 요란하게 들리는 디젤엔진 방식의 화물 열차(뒤이어 다른 페이지에서 여러 대의 탱크를 수송하는 화물 열차의 영상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철로 위를 빠르게 오가는 고속열차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볼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열차 사진도 나와 있습니다.

기차의 원동력에 따른 열차 종류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차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내용도 유익했어요. 이 책은 무궁화호, itx-새마을호, 고속철도 KTX의 정보를 간략하고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이 대목에 첨부된 QR 코드는 앞선 경우와 달리 내레이션도 동반된 영상이라 각 열차가 가진 장점과 의미를 강조해서 알려줍니다. KTX의 장점은 시간 절약일 텐데요, 이 책에서는 세 열차의 시간대를 비교하기도 해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간다고 할 때, 무궁화호는 5시간 30분, itx-새마을호는 4시간 30분, KTX는 2시간 50분으로 나와 있네요. 영상 설명 가운데 itx-새마을호의 경우 유아를 배려한 칸이 있다는 설명이 있어서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지요. 2016년 등장한 SRT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수서역 출발의 고속열차인데요, 생각해보니 SRT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네요.

이 책은 기차 안의 모습을 나라별로 보여주고 조종석을 설명해줍니다. 무인 운전 전동차에 대한 내용 가운데, 종합 관제 센터에서 원격으로 자동 조정, 제어한다는 설명을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계의 오류를 대비해 조종석에 누군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우리나라는 인천2호선, 신분당선, 김해경전철, 대구3호선 등이 무인 운행되고 있다고 해요. 또한 이 책은 미래의 기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철로에 전기를 공급해서 전자석을 만들고 이런 성질을 이용해 열차를 살짝 띄워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이 원리를 기반으로 하되 거대한 진공 튜브 안에 들어간 튜브 트레인이 있습니다. 구상 및 개발 중인 일본의 리니어 신칸센, 미국의 하이퍼루프는 겉모습부터 특이해 보여요. 우리나라에도 자기부상열차가 인천공항역에서 용유역까지 6.1킬로미터의 짧은 노선이지만 시범 운행 중이라고 해요.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가로세로 낱말 퀴즈로 본문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점검해볼 수 있어요.

기차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기차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펼쳐봤어요. 얼핏 영유아가 보기에 딱딱한 내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긴 설명보다 사진 자료가 많은 책이니, 여러 열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비슷한 점, 다른 점을 찾아보며 읽어갈 수 있습니다. QR 코드의 영상을 적당하게 활용해봐도 좋겠고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내용을 가장 확실하게 이해시키는 방법은, 사실 지식 습득의 낱말 퀴즈보다는 직접 기차를 보여주는 것, 나아가 기차 여행을 떠나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은 충분히 그런 동기 부여가 될 만한 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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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뭘 타고 갈래? 탈것박물관 22
크리스 옥스레이드 지음, 존 하슬람 그림, 권여준 옮김 / 주니어골든벨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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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골든벨의 탈것박물관 시리즈는 정말 유익합니다. 탈것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요. 제가 이 시리즈를 선택해온 이유는 무엇보다 그 정보의 분량 때문이에요. 개인적으로, 영유아 시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굳이 백과사전식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시기에는 개괄적인 흐름을 알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면 좋지 않을까 싶었지요. 이번 책은 <여행, 뭘 타고 갈래?>인데요, 아이들이 교통수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제목부터 기분 좋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라는 단어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탓도 있겠고요. 아무튼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설렘을 가질 수 있겠어요. "우리 어디로 여행 갈까? 뭘 타고 갈까?" 하는 질문을 하면서 실제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떠올려보고 탈것을 계획해보는 시간이면 더 좋겠고요.

그림책의 시작은 수천 년 전의 모습으로 거슬러갑니다. 사람들은 점차 야생동물을 짐꾼으로 삼게 되는데요, 처음부터 말, 노새, 낙타, 야크, 라마 등에 사람이 올라탄 게 아니었군요. 북미 원주민이 활용했던 '트러보이'라는 나무 틀도 생소했어요. 이 책을 통해 바퀴의 역사부터 전차, 역마차, 처음 나온 자동차의 유래도 확인해볼 수 있어요. 독일의 칼 벤츠는 최초의 자동차를 '벤츠 모터왜건'으로, 영국의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는 자신들이 만든 차를 '롤스로이스 실버고스트'로 이름 붙였습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얼마전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 중 '엔진'이라는 말이 나오자, "엔진이 뭐야?" 하고 물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앞바퀴를 굴리는 것"으로 나와 있네요. 휘발유나 디젤유를 쓰는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를 비교하면서요. 그 외에도 스포츠카, 사륜구동차, 화물차, 소방차, 버스와 고속버스 등을 그림과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또한 이 책에서는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변천사, 증기 기관차의 원리와 '빅보이', '오리엔트 특급열차'라는 이름, 수천 년 전 처음 만든 뗏목부터 200년쯤 전에 만든 증기선, 오늘날의 크고 작은 유람선, 잠수함 등을 소개합니다.

최초의 열기구는 종이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이채로운 것은 열기구와 구별된 비행선을 따로 명시한 점인데요, '히든버그 비행선' 안에는 객실, 식당, 호화로운 휴게실도 있었답니다. 비행기의 발달사는, 글라이더, 플라이어, 여객기, 제트기 등으로 나와 있고요, 헬리콥터 내용 가운데 구조용 헬리콥터와 응급 의료 헬기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들에게 줄을 내려서 올려주는 그림 때문에, 잠깐 생각이 책 밖으로 나가게 되네요. '그때 4월'에도 헬리콥터가 빨리 총동원되었다면 얼마나 많은 인명이 구조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스치고요, 응급실 의사가 쓴 책에서 응급 의료 헬기의 크고 요란한 소리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는 씁쓸한 내용도 떠오릅니다. 군용 헬기를 '치누크'라고 부른다는 정보도 나와 있는데요, "진짜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고 해요.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용 탈것은 땅, 바다, 하늘에 그치지 않고요, 하늘 끝 우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탈것도 들여다볼 수 있어요. 어떤 미래가 그려져 있을까요. 하늘에는 로봇 비행기나 헬리콥터인 드론이 떠 있어요. 드론은 집이나 사무실에 소포를 배달합니다. 그럼 현재의 배송 관련 직업군이 많은 변화를 겪겠군요. 아무도 운전하지 않는데도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를 볼 수 있어요. 사람 대신 운전하는 컴퓨터가 있을 테고요. 우주, 특히 화성 여행은 왕복 1년만 시간을 내면 멋지게 즐길 수 있어요. 본문이 끝나면, 그림 보고 탈것들의 이름 맞추기, 앞서 나온 내용들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퀴즈 풀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담아낸 정보 그림책입니다. 교통수단의 역사와 종류에 대한 이 그림책을 본 후에, 아이들은 각자 더 찾아보고 싶은 관심 분야가 생겨날 듯해요. 이 책을 계기로, 해당 교통수단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볼 수 있겠지요. 아이를 데리고 장거리 여행을 하게 된다면, 저는 가장 먼저 기차를 택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 <여행, 뭘 타고 갈래?>라는 물음에, "기차"라고 답하겠어요. 그리고 다음 탈것박물관 시리즈 <세상 모든 쌩생 기차>를 미리 기대해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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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이 제일 좋아
박형철 지음, 지병욱 그림 / 학교앞거북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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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앞거북이 출판사의 그림책 <마법의 숲>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인지, 이번 그림책에서 출판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어요. 물고기 얼굴이 부각된 표지 그림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요. 아이와 함께 대형마트를 갈 때, 그곳 2층의 수족관을 들여다보곤 해요. 다양한 종류와 색깔의 작은 열대어들이 동일한 이름대로 수족관에 모여 있어요. 거북이도 보이고요, 지금 소개할 그림책 <우리 집이 제일 좋아>의 주인공인 꼬마 새우도 보였지요. 이 그림책은 꼬마 새우가 직접 전해주는 이야기입니다. 그 새우가 사는 곳은 포항의 어느 수족관이래요. 실화라고 하니,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요.


누군가 자신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새우가 있어요. 수족관 가까이 모여드는 사람들은 새우들이 있는 곳에는 관심이 없고 모두 금붕어들만 쳐다봅니다. 새우는 금붕어들이 예쁘고 멋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해요. 무관심을 견디지 못한 새우는, 금붕어들이 있는 수족관으로 건너가 보기로 결심하지요. 풍덩, 아니 퐁당, 아니 퐁. 어쨌든 건너는 데 성공했고요, 원했던 대로 모두의 주목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물속 상황이 자신이 지내던 곳과 너무 달라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어요. 어떤 상황인지, 직접 글과 그림으로 실감 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새우는, 위태로운 수족관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안 보면 어때?


관심 받고 싶어했던 새우의 심경 변화를 나타내는 말이에요. 이 그림책의 제목과 연관 지어봐도 좋겠지요. 모두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해도, 항상 불안하거나 불쾌한 곳에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새우는 자유롭고 안전하게,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불안감과 불쾌감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더 이상 누군가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지요. '우리 집' 대신 여러 대체어로 확장해봐도 의미 있을 듯해요. 내 얼굴이 제일 좋아, 내 성격이 제일 좋아,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꼬마 새우가 너무 작은 게 신기해서 잠시 시선이 머물기는 하지만, 곧장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에 눈길을 돌리게 되기는 해요. 그런 사람들의 모습에 서운해 했다가 결국 자기 행복을 찾은 새우의 심정을, 작가들은 이렇게 재미있는 글과 그림으로 형상화했군요. 대형마트 수족관을 시작으로, 동네 횟집 밖에 나와 있는 수족관, 그리고 경기도의 한 아쿠아리움까지, 아이의 물고기 관심은 커져만 가고, 저 또한 물고기에 특별한 관심이 생겼어요. 저렇게 한정된 공간 안에서 헤엄치면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 집이 제일 좋아>를 통해, 꼬마 새우의 심정도 알게 되었네요. 그런데 새우의 내면이 낯설지가 않았어요. 어릴 때 평수 넓고 자기 방이 있는 친구 집에 갔다가 부러워했던 모습, 인정 중독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던 모습,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만 다른 나로 살고 싶어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시행착오와 실패도 궁극적으로 인생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듯이, 아이가 꽃길만 걸어갔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스스로 자초한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해요. 꼬마 새우의 도전과 모험 정신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 배경에는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허상과 자신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이 있었잖아요. 그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였고요. 아무쪼록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 모두, 언제나 자신을 아끼고 자기 모습에 당당한 사람으로서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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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우동이즘의 잘 팔리는 웹툰, 웹소설 이야기 만들기 - 아마추어 작가와 지망생을 위한 프로 데뷔 노하우!
우동이즘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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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팔리는'이 붙어 있는 책 제목이 자주 보인다. 다른 말로 하면 '돈이 되는', '상품성 있는'이 될 터인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식의 제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확실하고 명쾌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몇 년간 꾸준히 웹소설을 쓰고 있는 지인이 있어서다. 인터넷에 글을 정기적으로 올리기도 하고 공모전에 내보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꽤 방대한 분량을 써온 것 같은데, 지인은 "아직 실력이 부족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거냐는 나의 질문에, "나중에 그렇게 되면 좋겠지." 하고 말할 뿐이다. 장르 불문하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실력이 부족하니 계속 그 실력을 쌓아야 하고 언젠가 잘 쓰게 되면 인정받겠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무한반복 같은 노력이 분명 빛을 발할 때가 오겠지만, 때로는 그 노력의 테두리에서 저만치 떨어져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예전, 아니 지금의 나처럼. 웹소설 분야는 아니었지만 나도 그런 생각을 해왔고, 어느 순간 지속적인 글쓰기도, 공모전에 내보겠다는 열의도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에 몰두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보는 글 정도에 머무는 상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이야기 만들기'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아주 사라진 게 아니었구나 싶다.


이 책을 쓴 우동이즘은 실제로 웹툰 두 편을 연재, 완결한 작가다. 머리말에서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미루라고 말한다. 다른 작법서에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는 표현을 본 듯한데, 작가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일단 프로 작가로 데뷔부터 하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조언 아닌가. 목차를 보면 기획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2부의 제목만 봐도 그렇다. 1부는 "잘 팔리는 이야기는 탄탄한 기획서로부터 나온다", 2부는 "실전 기획서 만들기"다.


작가가 정의하는 좋은 기획서란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획서다. 이 책에 제시된 작품 기획서 형태는 비단 웹툰과 웹소설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문학 등 다른 이야기의 기획에도 적용될 수 있다. 책 속에는, 콘텐츠 마케팅에서 가장 효율적인 단 한 줄의 문장인 로그라인의 예가 제시되어 있다.


한강 밤섬에서 벌어지는 캐스트 어웨이-영화 <김씨 표류기>


이런 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분석해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습작 과정처럼 시도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기존 작품의 로그라인을 두고, 변형해보는 방식이 나와 있다. 위 영화의 키워드는 표류, 생존, 한강인데, 조난 장르를 만들기 위해 다른 키워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장소를 바꾸어보는 것이다. 앞서 '한강' 대신 화성, 옥탑 등.


작가는 뻔한 내용의 로그라인과 키워드를 가지고, 장소, 인물, 상황, 직업, 시대, 장르 순서로 키워드 변형을 하는 연습을 보여준다. 어떤 이야기를 창작할지 막연하다면, 그런 방식으로 점차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가자는 것이다. 키워드 조합과 변형이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데뷔작을 내기 위해서 처음 낸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만족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를 만족시킬 이야기를 만들자는 말이다. 지루하거나 뻔한 클리셰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이질적인 키워드를 끼워넣거나 인물에 초점을 두고 키워드를 만들거나 키워드의 스케일 혹은 세부사항을 변형할 수 있다. 책에서는 여덟 가지의 키워드 발상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 소재를 활용할 때의 주의점도 제시하고 있다. 이야기의 타깃층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이채로운 부분은 웹소설 분야다. 웹소설은 주류 장르가 편중되어 있는데, 남성향의 판타지와 액션, 여성향의 로맨스 외에는 거의 모든 장르가 마이너에 속한다. 따라서 블루 오션을 피해야 할 분야다.


"돈이 되는 이야기는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고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는 주제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103쪽)


작가는 주제에 집착하지 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말한다. 주제와 재미를 모두 잡는 베테랑 작가가 아니라면, 주제보다는 재미 쪽에 방점을 두자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면 주제가 자연스럽게 표현되기 마련이라고. 로그라인, 기획 의도, 주제 등의 요소가 잡혔다면 기획서의 시놉시스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세계관보다 주인공의 목표, 그것을 방해하는 약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이야기 구조를 12단계로 나누는데,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제안한 '영웅의 여정' 구조화 방식을 끌어온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어 2단계, 3단계, 기승전결 단계, 5막 구조, 영웅의 여정 12단계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좋은 영화를 이야기 구조화하는 연습을 시도하라고 제안한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단계별 이야기를 기획서 형태로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로그라인, 시놉시스, 캐릭터 소개가 재미를 보여주기 위한 요소라면, 주제, 기획 의도, 타깃은 전문성을 보여주는 요소다. 따라서 심사위원에게 최대한 전문적으로 보이도록 정량적 혹은 정성적 기대 효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계 수치나 그래프, 도표, 최신 기사, 외부 자료 등이 활용될 수 있다. 기획서와 함께 제출하는 원고는 3화까지 만들어두면 좋고, 이를 위해 작가는 초반부 서사를 어떻게 풀어갈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여준다.


웹툰과 웹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명쾌하고 깔끔한 안내서다. 문서 템플릿을 다운로드해서 활용할 수 있고 우동이즘의 유튜브나 카페 등을 방문해볼 수 있다. 새내기 작가에게 전하는 조언은, 무엇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 공감이 많이 된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실패하는 일이 두려워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 목표를 낮추고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당장 적용해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웹소설도 많이 읽고 자신의 웹소설을 줄기차게 쓰고 있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얼른 데뷔부터 하라고 권유하면서. 그리고 나의 경우 특정 이야기 장르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만들 때 이 책에 제시된 탄탄한 기획서를 참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소장용으로 가지고 싶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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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술사
박은주.양지열.김만권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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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일단 언론에 대한 비판서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저자들은 PD, 변호사, 정치철학자 3인으로, 프롤로그에서 제목의 의미를 풀어준다. 이 책을 읽기 위한 기본 전제라고 생각하기에, 그 내용을 소개해본다.



"탈진실의 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거짓말 기술자들, 새로 생겨난 개소리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거짓말과 개소리를 암묵적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를 '언론술사'들이라 부릅니다."(8쪽)



거짓말과 개소리는 어떻게 구분될까. 저자들은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2016 번역본)에 사용된 개념을 끌어온다. 거짓말은 진실의 맥락을 따르는 척 노력하지만, 개소리는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필요한 맥락을 예술가처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에 적용하자면, 권력자와 청중은 자기 이익에 부합하다면 진실과 무관한 개소리도 기꺼이 내뱉고 받아들이고 있기에, 오늘날은 '개소리의 시대'라 칭할 만하다. 저자들은 언론이 거짓말에 맞서고 개소리를 걸러내는 '제4의 권력'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다해주기를 바라며, 진실에 이르는 길을 함께 찾아보고자 나섰다.


세 명의 저자들이 각자 맡은 영역이 분명한 책이다. 전반적인 구성을 보면, PD는 언론에 관한 이슈를 사진자료, 영화 소개 등의 개요로 선보이고, 변호사는 연상되는 그림을 읽어주며 해당 주제를 서술하고, 정치철학자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며 핵심 문제를 정리,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구성 방식과 각 주제별 내용을 보면, 한 가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접근했기에 흥미로울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책에서 제시된 이슈에 별 관심이 없던 독자들에게도 '언론술사'들의 행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듯하다. 이는 분명히 이 책의 장점이자 독특한 지점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담아낸 내용의 무게와 비중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팬데믹 시대 가짜 뉴스를 퍼나르는 언론의 모습부터 여론몰이, 검언유착, 재난 보도, 친일 보도, 대북 보도, 사생활 보도의 문제점, 5.18 광주와 6월 민주항쟁 당시의 언론,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모습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지만, 우리 시대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식견을 담아주기를 기대했다. 제시된 많은 자료(사진, 그림, 책 소개)는 핵심 주제 언저리에 머물면서, 그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우회적 혹은 상징적 장치로 기능하거나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점을 꿰뚫고 파고들 때는 에둘러 말하는 방식보다 직설 화법이 많은 내용을 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들이 글을 쓴 의도를 헤아려본다면, 프롤로그 중 "언론이 맞는 고난 위에 비난을 더하기 위한 책이 아니에요."라는 표현과 연관성이 있겠다. 어쩌면 저자들은 독자들이 혹 날이 선 비판 내용에 공분과 갑갑증이 생기지 않도록, 그림도 감상하며 쉬어가면서 읽도록 배려한 것일지 모르겠다. 이들의 친절한 경어체를 따라가면서, 논리와 표현을 들여다본다.


여론조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이게 여론조사의 결과이니 옳다'가 아니라, '그 여론의 판단이 얼마나 민주적 삶의 원리에 부합하는가'부터 살피는 것이다. 저자들은 징벌적손해배상제에 대한 입장을 질문 형태로 서술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하지만, 기본적 사실에도 충실하지 않은 보도를 해왔던 모습을 보면 과연 언론의 자유가 오보할 자유, 확인 없이 보도할 자유인가. 국민들의 정파적 태도를 부추기며 진영 간의 혐오와 적대감을 확산하는 보도를 내보낸 책임은 없는가.


검찰은 언론의 주요 취재원으로, 언론은 비리 수사와 재판 등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에 대해 빠른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문제는 검찰 말만 믿고 받아쓰기하듯 기사를 써대는 것이다. 검언유착으로 재판 전에 여론 법정에서 유죄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법정도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언론은 검사 한쪽의 입장을 보도할 게 아니라, 검사와 피고인이 어떤 주장을 펼치고 어떤 증거를 내놓는지, 그 안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찾아야 한다.


친일 보도와 관련한 내용은 역사적 배경 설명과 함께 서술되어 있다. 저자들은 역사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감각을 잃어가는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친일'을 일삼던 이들이 자신들의 행적을 가리고 사회적 지탄을 돌리는 데 '반공'과 '반북' 프레임을 사용했다는 것, 그런 프레임이 작동될 수 있었던 배경은 사회적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 그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는 사실을 명시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 대신 밥그릇 싸움만 하던 이들 언론사는, 정파적 이익에 따라 분단을 조장하고 군사독재를 지지했으며 여전히 정파성의 틀에 갇힌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일 보도를 비롯해 대북 보도는 언론사에 한정된 문제를 넘어서는, 우리 사회의 첨예한 부분인 듯하다. 그만큼 언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저자들은 보편복지, 아동학대 사건, 인종 차별, 노동문제 등을 다루는 맥락에서, 언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언론술사'의 범주 속에 거짓과 막말을 쏟아내는 언론뿐 아니라 그것을 수용하는 청중도 포함시켰다는 점을 상기해본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언론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 비난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현재 언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이슈가 기사화될 때 과연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비판적으로 읽어내면 좋을지 모색해보려는 듯 보인다. 물론 언론이 사실에 대한 심층 보도를 하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전제가 되어 있지만.


오래전 정파가 다른 두 신문사의 주요 기사 혹은 사설을 비교하며 읽은 적이 있다. 헤드라인을 어떻게 달았는지, 메인 사진을 무엇으로 내걸었는지 주의 깊게 보기도 했다. 이 책을 보면서, 가짜 뉴스가 팽배한 오늘날, 기사화된 내용들에 좀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곧 선거철이 다가올 텐데, 그때 나도 모르게 '언론술사'가 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상 마음속 깊이, 우리 정치와 언론에 대한 피로도가 가중되는 느낌부터 배제하는 게 절실하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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