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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우동이즘의 잘 팔리는 웹툰, 웹소설 이야기 만들기 - 아마추어 작가와 지망생을 위한 프로 데뷔 노하우!
우동이즘 지음 / 한빛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요즘은 '잘 팔리는'이 붙어 있는 책 제목이 자주 보인다. 다른 말로 하면 '돈이 되는', '상품성 있는'이 될 터인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식의 제목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확실하고 명쾌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몇 년간 꾸준히 웹소설을 쓰고 있는 지인이 있어서다. 인터넷에 글을 정기적으로 올리기도 하고 공모전에 내보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꽤 방대한 분량을 써온 것 같은데, 지인은 "아직 실력이 부족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웹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거냐는 나의 질문에, "나중에 그렇게 되면 좋겠지." 하고 말할 뿐이다. 장르 불문하고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실력이 부족하니 계속 그 실력을 쌓아야 하고 언젠가 잘 쓰게 되면 인정받겠지.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무한반복 같은 노력이 분명 빛을 발할 때가 오겠지만, 때로는 그 노력의 테두리에서 저만치 떨어져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예전, 아니 지금의 나처럼. 웹소설 분야는 아니었지만 나도 그런 생각을 해왔고, 어느 순간 지속적인 글쓰기도, 공모전에 내보겠다는 열의도 없어져버렸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에 몰두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보는 글 정도에 머무는 상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이야기 만들기'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아주 사라진 게 아니었구나 싶다.
이 책을 쓴 우동이즘은 실제로 웹툰 두 편을 연재, 완결한 작가다. 머리말에서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미루라고 말한다. 다른 작법서에서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는 표현을 본 듯한데, 작가의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일단 프로 작가로 데뷔부터 하라는 것이다. 현실적인 조언 아닌가. 목차를 보면 기획서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2부의 제목만 봐도 그렇다. 1부는 "잘 팔리는 이야기는 탄탄한 기획서로부터 나온다", 2부는 "실전 기획서 만들기"다.
작가가 정의하는 좋은 기획서란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획서다. 이 책에 제시된 작품 기획서 형태는 비단 웹툰과 웹소설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문학 등 다른 이야기의 기획에도 적용될 수 있다. 책 속에는, 콘텐츠 마케팅에서 가장 효율적인 단 한 줄의 문장인 로그라인의 예가 제시되어 있다.
한강 밤섬에서 벌어지는 캐스트 어웨이-영화 <김씨 표류기>
이런 식으로 다양한 작품을 분석해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습작 과정처럼 시도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기존 작품의 로그라인을 두고, 변형해보는 방식이 나와 있다. 위 영화의 키워드는 표류, 생존, 한강인데, 조난 장르를 만들기 위해 다른 키워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장소를 바꾸어보는 것이다. 앞서 '한강' 대신 화성, 옥탑 등.
작가는 뻔한 내용의 로그라인과 키워드를 가지고, 장소, 인물, 상황, 직업, 시대, 장르 순서로 키워드 변형을 하는 연습을 보여준다. 어떤 이야기를 창작할지 막연하다면, 그런 방식으로 점차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가자는 것이다. 키워드 조합과 변형이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데뷔작을 내기 위해서 처음 낸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만족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를 만족시킬 이야기를 만들자는 말이다. 지루하거나 뻔한 클리셰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이질적인 키워드를 끼워넣거나 인물에 초점을 두고 키워드를 만들거나 키워드의 스케일 혹은 세부사항을 변형할 수 있다. 책에서는 여덟 가지의 키워드 발상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 소재를 활용할 때의 주의점도 제시하고 있다. 이야기의 타깃층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이채로운 부분은 웹소설 분야다. 웹소설은 주류 장르가 편중되어 있는데, 남성향의 판타지와 액션, 여성향의 로맨스 외에는 거의 모든 장르가 마이너에 속한다. 따라서 블루 오션을 피해야 할 분야다.
"돈이 되는 이야기는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고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는 주제와 상관없이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103쪽)
작가는 주제에 집착하지 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라고 말한다. 주제와 재미를 모두 잡는 베테랑 작가가 아니라면, 주제보다는 재미 쪽에 방점을 두자는 것이다. 또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면 주제가 자연스럽게 표현되기 마련이라고. 로그라인, 기획 의도, 주제 등의 요소가 잡혔다면 기획서의 시놉시스 단계로 넘어간다. 이때 세계관보다 주인공의 목표, 그것을 방해하는 약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이야기 구조를 12단계로 나누는데, 크리스토퍼 보글러가 제안한 '영웅의 여정' 구조화 방식을 끌어온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어 2단계, 3단계, 기승전결 단계, 5막 구조, 영웅의 여정 12단계까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 좋은 영화를 이야기 구조화하는 연습을 시도하라고 제안한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단계별 이야기를 기획서 형태로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로그라인, 시놉시스, 캐릭터 소개가 재미를 보여주기 위한 요소라면, 주제, 기획 의도, 타깃은 전문성을 보여주는 요소다. 따라서 심사위원에게 최대한 전문적으로 보이도록 정량적 혹은 정성적 기대 효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계 수치나 그래프, 도표, 최신 기사, 외부 자료 등이 활용될 수 있다. 기획서와 함께 제출하는 원고는 3화까지 만들어두면 좋고, 이를 위해 작가는 초반부 서사를 어떻게 풀어갈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여준다.
웹툰과 웹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명쾌하고 깔끔한 안내서다. 문서 템플릿을 다운로드해서 활용할 수 있고 우동이즘의 유튜브나 카페 등을 방문해볼 수 있다. 새내기 작가에게 전하는 조언은, 무엇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라 공감이 많이 된다. 고민이 길어질수록 실패하는 일이 두려워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일단 시작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 목표를 낮추고 가벼운 것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당장 적용해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웹소설도 많이 읽고 자신의 웹소설을 줄기차게 쓰고 있는 지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얼른 데뷔부터 하라고 권유하면서. 그리고 나의 경우 특정 이야기 장르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만들 때 이 책에 제시된 탄탄한 기획서를 참고하고 싶어서, 이 책을 소장용으로 가지고 싶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