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최고의 엄마 아빠인지 알려 줄까? - 아주 특별한 엄마 아빠들,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자연 속 탐구 쏙 2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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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탐구 쏙 시리즈 두 번째다. 첫 번째 그림책 <내가 왜 커다란지 알려 줄까?>에 이어 이번에는 <내가 왜 최고의 엄마 아빠인지 알려 줄까?>인데, 글작가와 그림작가 모두 전작과 동일하다. 큰 판형에 섬세하고 예쁜 그림체, 각 동물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체가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책 표지만 봐도 기대감이 샘솟는다. 더구나 이번 주제는 동물의 가족, 특별한 엄마 아빠다. 황제펭귄, 여우, 오랑우탄, 흰동가리, 홍학, 붉은캥거루, 금화조, 늑대, 가시해마가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 아쿠아리움에서 만나본 가시해마의 이야기 먼저 들어봐야지.

가시해마의 수컷은 알을 품을 수 있는 육아 주머니가 있다. 아빠는 엄마가 수정해준 알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임신 기간은 대략 한 달 정도. 아빠가 새끼를 낳는데 무려 100-200마리(크기는 2.5센티미터 정도)나 된다. 수많은 새끼 해마를 육아 주머니에서 밖으로 밀어 보내기 때문에, 힘이 필요해서일까. 수컷이 알을 품고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암컷을 배려하는 본능인 것 같아서 아빠 해마가 멋져 보인다. 같은 어류인 흰동가리는 어떨까. 아빠는 엄마가 낳은 알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알을 400-1500개 낳는데 아빠는 그중 불량한 알을 골라 먹는다고. 상한 알이 다른 알까지 오염시키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한편 흰동가리는 태어날 때 모두 수컷이었다가 무리 안에 암컷이 없으면 가장 큰 수컷이 암컷으로 변한다고 한다. 따라서 암컷은 무리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늑대 엄마는 새끼가 태어나고 삼 주 동안 보금자리에서 함께 있고 그동안 아빠가 먹이를 구해 온다. 매년 4월 엄마는 새끼를 네 마리에서 여섯 마리 낳는데, 새끼는 아직 귀도 안 들리고 앞도 보지 못하지만 냄새를 맡을 줄 안다. 엄마 젖만 먹던 새끼는 한 달이 지날 무렵 엄마 입에서 반쯤 소화된 먹이를 핥을 수 있다. 태어난 지 두 달 후면 뒹굴며 놀 수 있다. 여우는 어떨까. 여우 엄마가 어린 여우들과 지낼 동안 아빠가 먹을거리를 구해 오는 것은 늑대와 동일하다. 다만 엄마는 출산 후 첫 주 동안 새끼 곁에 머문다. 한 달이 지나면 새끼는 굴 밖으로 나가서 놀 수 있다.

주머니에 아기를 넣고 다니는 캥거루는 모두 암컷이다. 임신 중에도 주머니에 아기를 넣을 수 있다고 하니, 둘째 임신 상태로 첫째를 아기띠로 안고 다니는 능력자랄까. 아무튼 새끼는 33일 후 엄마의 주머니를 알아서 찾아 들어가는데, 이때 눈도 보이지 않고 크기도 2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엄마의 젖을 찾아 먹는다. 엄마 주머니에서 생활하는 기간은 3개월, 새끼는 주머니를 화장실로도 쓴다. 주머니가 더러워지면 엄마가 냄새를 맡고 혀로 지저분한 찌꺼기나 배설물을 핥아낸다. 혀 말고 팔처럼 생긴 앞다리로 청소해줄 수는 없을까. 캥거루처럼 엄마 이야기로 가득한 포유류는 오랑우탄이다. 엄마는 8년간 젖을 먹이며 새끼를 돌본다. 엄마는 새기에게 먹어도 될 열매와 식물을 알려주고 나뭇가지 사용 방법이나 나무 위 둥지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캥거루 아빠, 오랑우탄 아빠는 어디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지...

금화조의 수컷만 노래할 수 있고 암컷은 노래를 못한단다. 부리 색깔 차이도 특이한데, 어린 금화조의 부리는 까만색, 다 자란 암컷의 부리는 주황색, 수컷의 부리는 붉은색이다. 수컷은 자신만의 노래가 있고 아들은 아빠처럼 똑같이 따라하다가 새로운 음을 추가한다. 자기가 만든 노래가 마음에 들면 평생 그 노래만 부른다고. 재미있다. 엄마와 아빠는 번갈아가며 알을 품고 밤이 되면 둘이 함께 둥지에 앉는다. 2주 후 알이 부화하면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며 새끼 곁을 지키고 먹이를 구해 온다. 금화조의 먹이는 씨앗 위주인데, 새끼를 튼튼하게 키우려고 곤충을 잡아와서 먹인다. 3주가 지나면 새끼는 둥지를 떠나지만 종종 둥지로 돌아오다가, 35일이 지난 후에는 독립해서 살아간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며 둥지를 지키는 것은 홍학도 마찬가지다. 한 달이 지나면 알 껍데기에서 빠직 소리가 들리고 알을 다 깨고 나오는 데 24시간에서 36시간이 걸린다. 회백색 빛깔의 새끼 홍학이 참 귀엽다. 엄마와 아빠 둘 다 새끼에게 젖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특색 있다. 또 다른 조류 황제펭귄 가족은 어떨까.

황제펭귄 엄마는 알을 낳기 위해 많은 힘을 썼기에 지방을 보충하러 바다로 돌아가고, 두 달간 아빠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품는다. 이때 아빠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이나 빠진단다. 온전히 알 품기에 집중되는 시간이 대단하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 새끼는 이틀간 부리로 알을 쪼고, 알을 깨고 나온 새끼에게 아빠가 온기와 먹이를 준다. 엄마는 뱃속 가득 먹이를 먹고 돌아와 매일 먹이를 조금씩 토해 내어 새끼에게 준다. 그 사이, 아빠는 먹이를 먹으러 4주 동안 바다로 떠난다. 이후에는 엄마 아빠가 돌아가면서 새끼를 돌본다. 알을 품는 것, 새끼가 알을 깨어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을 보면,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숭고한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주변에 쉽게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그렇기에 자신을 아끼고 세월을 아끼며 힘껏 살아야 하는 것일 텐데...

엄마 아빠, 그리고 새끼에 대한 내용 위주로 리뷰했지만, 전작과 동일하게 책 속에는 각 동물의 크기, 서식지, 먹이, 속도, 천적, 특징 등이 나와 있으니 관련 내용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동물들의 엄마 아빠 모두 최선을 다해 새끼를 돌본다. 그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재미있었고 의문이 든 부분도 있었으며 우리 인생에 빗대어보기도 했다. 끝으로, 나도 아이에게 최고의 엄마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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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강아지 아무개의 마법 - 1942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2
완다 가그 지음,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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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할 무렵, 신간 그림책을 제외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막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스테디셀러, 그리고 칼데콧 수상작을 기준 삼았다. 그 과정에서 동시대 작가가 아니기에 미처 몰랐던 작품, 정말 읽게 되어 고맙다고 느낄 만한 그림책을 만나기도 했다. 칼데콧 영예도서인 <투명 강아지 아무개의 마법>의 작가 완다 가그(1893-1946)는 20세기 초 미국 그림책의 황금기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제목부터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했다. 투명 강아지가 되는 마법을 부려서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인가, 제멋대로 상상도 해본다.

그림책의 분량이 꽤 많다고 느꼈는데, 자세히 보니 국문과 영문 합본이다. 페이지마다 섞여 있는 형태는 아니고, 먼저 국문으로 읽고 나서 영문으로 읽어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강아지는 아무개라고 불렸다. 엄마 잃은 강아지 삼 형제 중 하나다. 귀가 뾰족한 강아지, 귀가 곱슬곱슬한 강아지가 아무개의 형제들이다. 아무개는 형제들과 어울려 즐겁게 뛰어놀았고 행복했다. 형제들은 아무개에게 "우리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해주었고, 아무개는 자신이 보이지 않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아이와 사내아이가 형제들을 데려간 후, 아무개는 그 뒤를 따라갔다. 자기도 형제들처럼 보살핌을 받고 싶고 좋아하는 우유와 뼈다귀도 얻고 싶었다. 그러다가 길을 잃고 구멍 뚫린 고목나무 안으로 들어간 아무개는, 갈까마귀가 구해준 마법의 책으로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데...

예상했던 내용의 반전이다. 마법으로 투명 강아지가 되는 게 아니라, 주문을 외워서 선명한 강아지가 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즐거워할 요소가 많은 그림책이다.

지붕이 뾰족한 강아지 집에는 귀가 뾰족한 강아지가 살았고,

지붕이 꼬불탕한 강아지 집에는 귀가 곱슬곱슬한 강아지가 살았지.

형태를 묘사한 이런 식의 대구와 반복이 재미있고, 낭독해주면 리듬감이 저절로 느껴진다. 투명 강아지의 형태를 짐작할 수 있는 그림 힌트도 나온다. 지붕이 둥근 강아지 집, 흰 공처럼 묘사된 아무개를 보면 귀가 둥근 강아지라고 추측할 수 있다. 반복되어 나오는 마법의 주문도 흥미를 더해준다. 9일간 해 뜰 때마다 계속해야 하는 주문과 동작, 그에 따라 점점 형태가 그려지는 강아지 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귀가 둥근 점박이 강아지를 그리는 과정을 차례로 보는 느낌이기도 하다. 글맛과 그림멋이 살아 있는 그림책이라 할 만하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에 충실한 그림책이다. 요즘에는 다양한 그림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중 목적 의식이 강하게 드러난 책들도 있는 듯하다. 가령 어떤 책들은 아이들에게 특정 가치를 가르쳐주기 위한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나 이야기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모양새다. 굳이 어떤 가치, 교훈을 끄집어내지 않아도 이야기와 그림 자체로 즐거운 그림책, <투명 강아지 아무개의 마법>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이에게는 딱 여기까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싶어진다. 존재감에 대해서...

존재감 없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람,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사람, 자기 인생인데도 엑스트라로 사는 사람일까. 자신의 뜻과 의지와 상관없이 왕따, 외톨이가 되어버린 사람일까. 때로는 자발적으로 존재감 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자꾸 숨고만 싶은 마음, 이 순간 투명인간이 되고 싶은 심정이 들 때도 있듯이. 초등학교 때, 학교 교사의 부당한 꾸지람에 '아주 작은 사람으로 변해서 사람들에게 안 보이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창피함과 부끄러움이 스스로의 존재감을 작게 만들어버린 일화다. 지금은? 빙글빙글 도는 마법의 주문으로, 그동안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선명하게 만들어내고 싶다. '이게 나다움이다.'라는 확실한 모습이, 그 누구보다 내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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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남산을 어떻게 찾아갈까? - 달문이의 지리 여행
조지욱 지음, 김미정 그림 / 담푸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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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지구본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지구본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괜찮은 휴식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위한 지구본을 사려다가 아직 어리니까 먼저 벽면에 붙이는 세계 지도를 구매했다. 다른 한 면에는 우리나라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그림 지도다. 그런 그림을 세계 대륙별, 국내 지역별로 부각시켜 보여주는 지리 그림책이 나왔다. 그뿐 아니라 태양과 여덟 개의 행성도 보여준다. 어떻게? 달이 남산을 찾아가는 여행길로.

<달은 남산을 어떻게 찾아갈까?>는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만든 어린이 인문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당한 분량의 정보가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의 글작가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로 이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리책을 여러 권 썼다. 그림작가는 지리와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책은 동요로 시작한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아이가 요즘 자주 부르는 동요 '달'이 나와서 반가웠다. 둥근 보름달인 달문이가 캄캄한 우주에서 두리번거리던 중 지구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지구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런데 살짝 의문이 들기는 한다. 우주 한복판에서 들려온 노래가 어떻게 지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알았지?)

달문이는 뜨거운 태양, 줄무늬 목성, 고리가 예쁜 토성, 여름 하늘빛 천왕성, 깊은 바닷빛 해왕성, 작은 잿빛 수성, 낙엽빛 화성, 개나리빛 금성을 지나 초록빛 지구를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크기와 모양, 색깔이 다양한 행성의 특징을 간략히 알 수 있다. 달문이가 지구를 찾은 순간 더 크게 들려오는 동요.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문이의 목적지가 '남산'으로 구체화된다. 달문이는 똑똑해서 남산이 아시아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태평양을 지나 일곱 개의 대륙을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대륙 모양을 음식에 비유한 표현이 재미있다. 스테이크를 닮은 오스트레일리아, 만두를 닮은 남극, 아이스크림을 닮은 남아메리카, 프레첼을 닮은 북아메리카, 닭다리를 닮은 아프리카, 바나나 송이를 닮은 아시아. 드디어 아시아를 찾은 달문이에게 동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똑똑한 달문이는 남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을 찾는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하나씩 찾아가보는데...

판다가 댓잎을 먹는 중국, 오랑우탄이 장난 치는 인도네시아, 낙타가 물 마시는 사우디아라비아, 코끼리가 나무에 등을 비비는 인도, 말이 달리는 몽골,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흔드는 일본, 야크가 풀 뜯는 네팔을 지나, 드디어 반달가슴곰이 겨울잠 드는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이쯤 되면, 달문이가 남산이 있는 서울을 찾게 되리라는 짐작도 가볍게 해볼 수 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그리고 경기도로 오기 전에 북한의 양강도와 자강도, 평안도를 거친다. 저만치 남산 타워가 보이는 서울 야경, 동요처럼 달문이가 남산 위에 떠 있다.

광활한 우주에서 출발해 초록 행성 지구로, 아시아 대륙으로, 대한민국으로, 경기도로, 남산 타워로 오는 과정이 흥미롭다. 어린이 독자는 달문이와 함께, 간략한 정보 글을 읽고, 중심에 배치된 그림 지도, 지도 속 지명과 작은 그림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럽게 지리에 익숙해질 듯하다. 한마디로 지리 퍼즐 조각 맞추기 같은 그림책이랄까. 아이는 이 책에서 분할되어 설명된 대륙들이 하나로 연결되면 세계 지도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각 지역들이 연결되면 우리나라 지도가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지구본에서 남산 찾기를 해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달문이가 우주에서 남산까지 여행했다면, 아이는 남산에서 우주까지 여행을 해보고 싶어할 테지. 가고 싶은 곳, 알고 싶은 곳이 점점 많아지게 만드는 지리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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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스트레칭 -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30가지 방법
시모야마 하루히코 지음, 손민수 옮김 / 리스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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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책이 마음에 들어올 때는 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마음 스트레칭>이라는 제목과 내용 소개에 눈길이 오래도록 머문 까닭은, 최근 가족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나도, 가족도 각자의 문제로 바짝 긴장되어 있다가 서로 뾰족하게 상대방을 찌른 경우였다. 둘 중 어느 한쪽이 말랑하고 폭신했다면 어땠을까. 내심 상대방이 먼저 그래주기를 기대하지만, 결국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 누구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는 결론만큼 쉬운 게 어디 있나. 설령 그런 일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안에서 튕겨낼 수는 없었나. 만약 내 안에 갈등의 씨앗이 오랜 시간 내재되어온 것이라면? 일단 내 마음을 풀어주는 게 급선무다.

이 책의 저자는 도쿄의 인지행동요법센터의 대표이자 임상심리학 연구자다. 이 책은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마음의 개선을 통해 치료하는 인지행동요법을 기반으로 했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갇힌 사고와 행동 패턴을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시점과 방식, 행동 패턴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을 '마음 스트레칭'이라 칭했다. 국내외 심리학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제목부터 행동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몸의 스트레칭이 매일 필요하듯이, 마음도 그렇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내용이 간략하고 명쾌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전과 다른 기분, 행동, 몸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저자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마음으로 이 책을 리뷰해본다.

평소에 회복 탄력성이 참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 회복 탄력성이란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때로는 그 스트레스가 나를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힘,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라 풀어주니, 뭔가 숨쉴 틈을 찾은 느낌이랄까. 주먹 꽉 쥐고 회복 탄력성을 기르자는 게 아닌 듯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저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 탄력성을 가지기 위한 행동을 몇 가지로 제안한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작은 목표를 세우고 매일 실천에 옮기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마음의 메마름을 체크하는 항목 열 가지를 통해 마음의 수분도를 확인할 수 있다. 체크 결과 아직 마음의 건조 비상경보 수준은 아니었지만 메마름과 촉촉함이 혼재된 상태였다. 마음의 촉촉함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저자는 열심히 하지 않기, 적당히 하기를 제안한다. 마음을 건조하게 만드는 사람, 일, 그 외의 문제들을 대하는 태도를 당장 바꿀 수 없으니, 천천히 하나씩 하라고. "회복은 장기전"이라는 말도 마음에 와닿는다. 이렇듯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쳤다면, 불안과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 자신의 분노 유형 발견하기, 분노 폭발을 피하는 일곱 가지 방법, 분노 기록장 작성법의 예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의 자신에게 주목하기 위한 방법인 '마음챙김' 개념도 언급하는데, 옳고 그름이나 효용성의 평가를 하지 않고 오직 바라보고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지금 이곳의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요가 동작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판단을 보류하면 한 걸음 내디기가 쉽다는 저자의 말에서, 잠시 생각이 머문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산다. 동시에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을까 불안해 하면서도 어떤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돌아보면,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을 가진 선택의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다. 저자는 괴롭거나 힘든 심리 상태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아, 일단 멈추자!', '그런 생각은 괄호 안에 넣어버리자!'라고 보류하면, 오히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판단의 여지를 만들어낸다는 맥락이다.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없다면 머리가 아닌 손으로 생각하는 방법도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종이에 적어보기다.

자신 안에 문제의 원인이 없는 경우 생각을 바꿔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령 주변 영향 때문이라면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책망하지 말라는 내용도 나온다. 마음의 문제는 사고방식뿐 아니라 환경이나 행동, 감정, 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기에, 주변의 문제, 감정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도 함께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의욕 상승 방법과 시트 작성법의 사례도 나와 있다. 완벽주의와 고정관념으로 어떤 일에 머뭇거리게 된다면 낮은 목표를 세워 실행해보자는 제안에 귀기울여볼 수 있다. 결국 저자는 어떤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 부정적 생각, 우울한 마음, 불면 등 몸의 변화, 타인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식이라면 자신의 사고방식부터 마음, 몸, 행동을 돌아보고 개선하자고 말한다. 뭉친 마음을 풀고 유연해지도록!

편안하게,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굳게 만드는 것들을 바꾸어보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얼마전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해 침울해졌는데, 그럴수록 활기차게 움직이고 평소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돌아볼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몸 스트레칭이 마음을 이완해주고 마음 스트레칭이 몸을 가뿐하게 해주는 듯하다. 결론은 매일 몸과 마음을 살피자는 것! 특히 오늘도 마음이 뭉치지 않기를 소망해보고 실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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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 - 우리 아이 평생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박소연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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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치아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잇몸만 있던 입 안에 작은 치아가 하나둘 생기더니, 어느새 유치가 꽉 들어차 있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하다. 지금처럼 예쁘게 잘 유지되어야 할 텐데, 하는 책임감도 함께 솟아난다. 앞으로 영구치가 날 때까지 어떻게 관리해주면 좋을지, 그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말, 내가 치과 치료로 물질적 비용, 시간, 에너지를 소모하고 기분마저 축 처지는 일을 겪은 이후, 이런저런 치과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아이를 위한 정보 면에서는 아쉬움을 느꼈다. 거의 1년 만에 그 아쉬움을 달래줄 책을 만난 셈이다.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의 저자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전문의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질문과 답변 방식의 구성이다. 신생아 때부터 만 10세 아이 치아의 궁금증이 수록되어 있다. 신생아를 둔 부모는 필독서로 준비해두면 좋겠다. 유치가 나는 순서, 영구치가 나는 순서도 그림으로 자세히 나와 있고, 귀여운 치아 캐릭터 및 그림이 곳곳에 나와 있어서 아이와 함께 봐도 좋겠구나 싶다.


치과 검진은 언제부터 받는 게 좋은지부터, 충치 예방에 불소가 효과가 있는지, 어차피 빠질 유치를 치료해야 하는지, 유치가 약하면 영구치가 약한 것인지, 양치질과 관련해 치약과 칫솔, 치실에 대한 궁금증까지 여러 질문을 담은 책이다. 이런 일반적인 사항부터 특별한 치과 치료, 구강 악습관, 치아 손상, 치아 수술 및 교정 등 개별적인 사항도 나와 있다. 현재 3개월마다 한 번씩 점검차 소아치과를 방문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치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살펴본다면 여러모로 유익하리라고 본다.


저자는 1차 영유아 구강 검진 시기인 18개월쯤 유치 어금니가 나기 시작하기에, 늦어도 그때는 반드시 치과 검진을 받으라고 권한다. "이가 흔들리는데 언제 뺄까요"라는 질문을 보고서, '바로 빼주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며 답변을 읽어 나갔는데, 이가 흔들린다고 무조건 빼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 엑스레이를 찍은 뒤에 영구치가 충분히 올라왔는지 확인한 다음 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으면서 유치가 쓰러질 정도로 많이 흔들릴 때. 그래야 아이가 가장 안 아프게 이를 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밥 먹다가 빠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저자의 답변을 보니 흔들려도 좀 기다렸다가 빼게 되니 그렇겠구나 싶다.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진료실 스케치'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에세이 느낌의 글이다. 특히 '유치의 생'을 풀어낸 글에서는, 유치의 역할을 서술한 후 유치의 생을 보며 부모의 생을 떠올렸다는 대목이 와닿았다.


"간혹 너무 오래 유치가 막고 서 있는 경우 영구치는 방황을 하다가 나갈 힘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뽑히는 쪽은 영구치가 됩니다. (중략)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잘 자라서 자신의 역할을 할 때까지 품 안에서 잘 보호하고 있다가 아이가 세상을 향해 나가고 싶을 때는 묵묵히 뒤로 물러나주는 것이 아닐까요."(42쪽)


부모가 고집스럽게 버티면 자식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잃고 그때 부모가 뽑히든 자식이 뽑히든 모두 비극이 된다는 말이다. 유치가 부모, 영구치는 자식에 비유된 셈인데, 자연만물도 그렇고 우리 신체 구조도 그렇고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이 대목을 공감하며 읽었다. '소아치과의 주체'에 대한 글에서는 한 아이의 교정 치료에 대해 의사 본인과 보호자끼리 이야기가 오갔던 예화를 담고 있다. 아이가 성인보다 작다고 생각까지 작은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저자는 충치 예방에 불소가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불소치약은 만 2세부터 사용을 권장한다. 치과에서 시행하는 불소 도포는 치아가 약하거나 충치가 있을 때 치과에 내원하면 된다. 불소의 충치 예방 효과는 40-60퍼센트 정도로, 소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충치의 진행 속도를 억제하거나 치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치아 보호의 보조제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구치 관리 항목에 관심이 간다. 영구치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치과 치료의 여러 사례 가운데는 만 5세인데 신경치료 소견을 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에 따른 답변은 신경치료를 꼭 해야 하는 경우를 제시한 것이다. 웃음가스 치료도 소개되어 있다. 아산화질소와 산소의 혼합물로 이것을 들이마시면 아이들이 잘 웃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웃음가스는 안전하되 약한 진정 방법이라서, 코에 덮는 흡입 마스크를 잘 쓰고 있어야 하는 등 아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치과 치료의 공포와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들에게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구강 관리의 기본 사항도 알려준다. 360도 회전 칫솔이나 전동칫솔에 대한 질문, 양치질 방법과 횟수에 대한 궁금증에 답변하고 있다. 저자는 항암치료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360도 회전 칫솔은 아주 부드러운 칫솔모로 되어 있어 일반 아이들의 칫솔질로는 약하다고 말한다. 또한 전동칫솔의 경우 일반 칫솔과 효과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손재주가 발달하지 않은"(이 표현이 모호하기는 하다. 연령대 명시는 없다.) 아이가 전동칫솔을 쓰면 치태가 더 잘 제거되고 특히 어금니 안쪽 면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로 답변을 대신한다.


이 책을 통해 유치가 나는 과정부터 충치 예방, 영구치 관리, 다양한 치과 치료, 기본적인 구강 관리, 손가락 빨기를 비롯한 구강에 좋지 않은 습관 교정, 치아를 다친 경우, 치아 수술 및 교정, 특별한 질환과 관련한 치과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차례에 나온 질문 내용을 보고, 아이의 치아에 해당하는 사례 및 답변을 찾아 읽는 방법도 있겠다.


일찌감치 아이에게 치아 모형을 사준 적이 있다. 그것을 보여주며 칫솔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그 치아 장난감을 가지고 직접 칫솔질을 해보더니, 자기 치아를 스스로 닦으려고 하고, 엄마 치아를 닦아주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앞으로 아이의 칫솔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사 후 "치카하기 싫어." 하고 말할 때도 있다. 지루한 반복이니 그럴 수밖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책에 나온 구강 관리의 기초 상식을 상기해본다. 간식이나 식사 후에 곧장 양치질하기. 그나저나 흥미 유발용 전동칫솔을 하나 구매해볼까 싶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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