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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 - 우리 아이 평생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박소연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1년 10월
평점 :
아이의 치아를 볼 때마다 신기하다. 잇몸만 있던 입 안에 작은 치아가 하나둘 생기더니, 어느새 유치가 꽉 들어차 있는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까지 하다. 지금처럼 예쁘게 잘 유지되어야 할 텐데, 하는 책임감도 함께 솟아난다. 앞으로 영구치가 날 때까지 어떻게 관리해주면 좋을지, 그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말, 내가 치과 치료로 물질적 비용, 시간, 에너지를 소모하고 기분마저 축 처지는 일을 겪은 이후, 이런저런 치과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아이를 위한 정보 면에서는 아쉬움을 느꼈다. 거의 1년 만에 그 아쉬움을 달래줄 책을 만난 셈이다. <슬기로운 어린이 치과 생활>의 저자는 현재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전문의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질문과 답변 방식의 구성이다. 신생아 때부터 만 10세 아이 치아의 궁금증이 수록되어 있다. 신생아를 둔 부모는 필독서로 준비해두면 좋겠다. 유치가 나는 순서, 영구치가 나는 순서도 그림으로 자세히 나와 있고, 귀여운 치아 캐릭터 및 그림이 곳곳에 나와 있어서 아이와 함께 봐도 좋겠구나 싶다.
치과 검진은 언제부터 받는 게 좋은지부터, 충치 예방에 불소가 효과가 있는지, 어차피 빠질 유치를 치료해야 하는지, 유치가 약하면 영구치가 약한 것인지, 양치질과 관련해 치약과 칫솔, 치실에 대한 궁금증까지 여러 질문을 담은 책이다. 이런 일반적인 사항부터 특별한 치과 치료, 구강 악습관, 치아 손상, 치아 수술 및 교정 등 개별적인 사항도 나와 있다. 현재 3개월마다 한 번씩 점검차 소아치과를 방문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치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미리 살펴본다면 여러모로 유익하리라고 본다.
저자는 1차 영유아 구강 검진 시기인 18개월쯤 유치 어금니가 나기 시작하기에, 늦어도 그때는 반드시 치과 검진을 받으라고 권한다. "이가 흔들리는데 언제 뺄까요"라는 질문을 보고서, '바로 빼주어야 하지 않나?' 하고 생각하며 답변을 읽어 나갔는데, 이가 흔들린다고 무조건 빼지는 않는다는 내용을 보게 됐다. 엑스레이를 찍은 뒤에 영구치가 충분히 올라왔는지 확인한 다음 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으면서 유치가 쓰러질 정도로 많이 흔들릴 때. 그래야 아이가 가장 안 아프게 이를 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밥 먹다가 빠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저자의 답변을 보니 흔들려도 좀 기다렸다가 빼게 되니 그렇겠구나 싶다.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진료실 스케치'라는 글이 실려 있는데, 에세이 느낌의 글이다. 특히 '유치의 생'을 풀어낸 글에서는, 유치의 역할을 서술한 후 유치의 생을 보며 부모의 생을 떠올렸다는 대목이 와닿았다.
"간혹 너무 오래 유치가 막고 서 있는 경우 영구치는 방황을 하다가 나갈 힘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뽑히는 쪽은 영구치가 됩니다. (중략)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잘 자라서 자신의 역할을 할 때까지 품 안에서 잘 보호하고 있다가 아이가 세상을 향해 나가고 싶을 때는 묵묵히 뒤로 물러나주는 것이 아닐까요."(42쪽)
부모가 고집스럽게 버티면 자식은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잃고 그때 부모가 뽑히든 자식이 뽑히든 모두 비극이 된다는 말이다. 유치가 부모, 영구치는 자식에 비유된 셈인데, 자연만물도 그렇고 우리 신체 구조도 그렇고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 이 대목을 공감하며 읽었다. '소아치과의 주체'에 대한 글에서는 한 아이의 교정 치료에 대해 의사 본인과 보호자끼리 이야기가 오갔던 예화를 담고 있다. 아이가 성인보다 작다고 생각까지 작은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저자는 충치 예방에 불소가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데, 불소치약은 만 2세부터 사용을 권장한다. 치과에서 시행하는 불소 도포는 치아가 약하거나 충치가 있을 때 치과에 내원하면 된다. 불소의 충치 예방 효과는 40-60퍼센트 정도로, 소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충치의 진행 속도를 억제하거나 치아를 단단하게 만드는 치아 보호의 보조제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영구치 관리 항목에 관심이 간다. 영구치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치과 치료의 여러 사례 가운데는 만 5세인데 신경치료 소견을 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에 따른 답변은 신경치료를 꼭 해야 하는 경우를 제시한 것이다. 웃음가스 치료도 소개되어 있다. 아산화질소와 산소의 혼합물로 이것을 들이마시면 아이들이 잘 웃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웃음가스는 안전하되 약한 진정 방법이라서, 코에 덮는 흡입 마스크를 잘 쓰고 있어야 하는 등 아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치과 치료의 공포와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들에게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이 책은 구강 관리의 기본 사항도 알려준다. 360도 회전 칫솔이나 전동칫솔에 대한 질문, 양치질 방법과 횟수에 대한 궁금증에 답변하고 있다. 저자는 항암치료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360도 회전 칫솔은 아주 부드러운 칫솔모로 되어 있어 일반 아이들의 칫솔질로는 약하다고 말한다. 또한 전동칫솔의 경우 일반 칫솔과 효과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손재주가 발달하지 않은"(이 표현이 모호하기는 하다. 연령대 명시는 없다.) 아이가 전동칫솔을 쓰면 치태가 더 잘 제거되고 특히 어금니 안쪽 면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로 답변을 대신한다.
이 책을 통해 유치가 나는 과정부터 충치 예방, 영구치 관리, 다양한 치과 치료, 기본적인 구강 관리, 손가락 빨기를 비롯한 구강에 좋지 않은 습관 교정, 치아를 다친 경우, 치아 수술 및 교정, 특별한 질환과 관련한 치과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차례에 나온 질문 내용을 보고, 아이의 치아에 해당하는 사례 및 답변을 찾아 읽는 방법도 있겠다.
일찌감치 아이에게 치아 모형을 사준 적이 있다. 그것을 보여주며 칫솔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그 치아 장난감을 가지고 직접 칫솔질을 해보더니, 자기 치아를 스스로 닦으려고 하고, 엄마 치아를 닦아주겠다며 나서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앞으로 아이의 칫솔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식사 후 "치카하기 싫어." 하고 말할 때도 있다. 지루한 반복이니 그럴 수밖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책에 나온 구강 관리의 기초 상식을 상기해본다. 간식이나 식사 후에 곧장 양치질하기. 그나저나 흥미 유발용 전동칫솔을 하나 구매해볼까 싶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