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책이 마음에 들어올 때는 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마음 스트레칭>이라는 제목과 내용 소개에 눈길이 오래도록 머문 까닭은, 최근 가족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나도, 가족도 각자의 문제로 바짝 긴장되어 있다가 서로 뾰족하게 상대방을 찌른 경우였다. 둘 중 어느 한쪽이 말랑하고 폭신했다면 어땠을까. 내심 상대방이 먼저 그래주기를 기대하지만, 결국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 누구 때문에 갈등이 생겼다는 결론만큼 쉬운 게 어디 있나. 설령 그런 일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안에서 튕겨낼 수는 없었나. 만약 내 안에 갈등의 씨앗이 오랜 시간 내재되어온 것이라면? 일단 내 마음을 풀어주는 게 급선무다.
이 책의 저자는 도쿄의 인지행동요법센터의 대표이자 임상심리학 연구자다. 이 책은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마음의 개선을 통해 치료하는 인지행동요법을 기반으로 했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갇힌 사고와 행동 패턴을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시점과 방식, 행동 패턴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마음의 긴장을 푸는 것을 '마음 스트레칭'이라 칭했다. 국내외 심리학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제목부터 행동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몸의 스트레칭이 매일 필요하듯이, 마음도 그렇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내용이 간략하고 명쾌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전과 다른 기분, 행동, 몸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저자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 마음으로 이 책을 리뷰해본다.
평소에 회복 탄력성이 참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 회복 탄력성이란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게 아니라 때로는 그 스트레스가 나를 지나가도록 내버려두는 힘,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라 풀어주니, 뭔가 숨쉴 틈을 찾은 느낌이랄까. 주먹 꽉 쥐고 회복 탄력성을 기르자는 게 아닌 듯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저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 탄력성을 가지기 위한 행동을 몇 가지로 제안한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작은 목표를 세우고 매일 실천에 옮기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마음의 메마름을 체크하는 항목 열 가지를 통해 마음의 수분도를 확인할 수 있다. 체크 결과 아직 마음의 건조 비상경보 수준은 아니었지만 메마름과 촉촉함이 혼재된 상태였다. 마음의 촉촉함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저자는 열심히 하지 않기, 적당히 하기를 제안한다. 마음을 건조하게 만드는 사람, 일, 그 외의 문제들을 대하는 태도를 당장 바꿀 수 없으니, 천천히 하나씩 하라고. "회복은 장기전"이라는 말도 마음에 와닿는다. 이렇듯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쳤다면, 불안과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볼 수 있다. 자신의 분노 유형 발견하기, 분노 폭발을 피하는 일곱 가지 방법, 분노 기록장 작성법의 예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의 자신에게 주목하기 위한 방법인 '마음챙김' 개념도 언급하는데, 옳고 그름이나 효용성의 평가를 하지 않고 오직 바라보고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다. 지금 이곳의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요가 동작도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판단을 보류하면 한 걸음 내디기가 쉽다는 저자의 말에서, 잠시 생각이 머문다.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산다. 동시에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을까 불안해 하면서도 어떤 선택의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돌아보면, '빨리 결정해야 하는데' 하는 조바심을 가진 선택의 결과가 좋았던 적이 없다. 저자는 괴롭거나 힘든 심리 상태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아, 일단 멈추자!', '그런 생각은 괄호 안에 넣어버리자!'라고 보류하면, 오히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판단의 여지를 만들어낸다는 맥락이다.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없다면 머리가 아닌 손으로 생각하는 방법도 있다.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종이에 적어보기다.
자신 안에 문제의 원인이 없는 경우 생각을 바꿔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가령 주변 영향 때문이라면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책망하지 말라는 내용도 나온다. 마음의 문제는 사고방식뿐 아니라 환경이나 행동, 감정, 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기에, 주변의 문제, 감정을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도 함께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의욕 상승 방법과 시트 작성법의 사례도 나와 있다. 완벽주의와 고정관념으로 어떤 일에 머뭇거리게 된다면 낮은 목표를 세워 실행해보자는 제안에 귀기울여볼 수 있다. 결국 저자는 어떤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 부정적 생각, 우울한 마음, 불면 등 몸의 변화, 타인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식이라면 자신의 사고방식부터 마음, 몸, 행동을 돌아보고 개선하자고 말한다. 뭉친 마음을 풀고 유연해지도록!
편안하게, 그리고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굳게 만드는 것들을 바꾸어보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얼마전 가족과의 갈등으로 인해 침울해졌는데, 그럴수록 활기차게 움직이고 평소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돌아볼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몸 스트레칭이 마음을 이완해주고 마음 스트레칭이 몸을 가뿐하게 해주는 듯하다. 결론은 매일 몸과 마음을 살피자는 것! 특히 오늘도 마음이 뭉치지 않기를 소망해보고 실천해본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