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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남산을 어떻게 찾아갈까? - 달문이의 지리 여행
조지욱 지음, 김미정 그림 / 담푸스 / 2021년 10월
평점 :
언젠가 지구본을 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지구본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괜찮은 휴식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를 위한 지구본을 사려다가 아직 어리니까 먼저 벽면에 붙이는 세계 지도를 구매했다. 다른 한 면에는 우리나라 지도가 그려져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그림 지도다. 그런 그림을 세계 대륙별, 국내 지역별로 부각시켜 보여주는 지리 그림책이 나왔다. 그뿐 아니라 태양과 여덟 개의 행성도 보여준다. 어떻게? 달이 남산을 찾아가는 여행길로.
<달은 남산을 어떻게 찾아갈까?>는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만든 어린이 인문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적당한 분량의 정보가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의 글작가는 고등학교 지리 교사로 이미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지리책을 여러 권 썼다. 그림작가는 지리와 관련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책은 동요로 시작한다.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아이가 요즘 자주 부르는 동요 '달'이 나와서 반가웠다. 둥근 보름달인 달문이가 캄캄한 우주에서 두리번거리던 중 지구에서 들려오는 이 노래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지구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그런데 살짝 의문이 들기는 한다. 우주 한복판에서 들려온 노래가 어떻게 지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알았지?)
달문이는 뜨거운 태양, 줄무늬 목성, 고리가 예쁜 토성, 여름 하늘빛 천왕성, 깊은 바닷빛 해왕성, 작은 잿빛 수성, 낙엽빛 화성, 개나리빛 금성을 지나 초록빛 지구를 발견한다. 그 과정에서 크기와 모양, 색깔이 다양한 행성의 특징을 간략히 알 수 있다. 달문이가 지구를 찾은 순간 더 크게 들려오는 동요.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문이의 목적지가 '남산'으로 구체화된다. 달문이는 똑똑해서 남산이 아시아에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태평양을 지나 일곱 개의 대륙을 하나씩 찾아가게 된다.
대륙 모양을 음식에 비유한 표현이 재미있다. 스테이크를 닮은 오스트레일리아, 만두를 닮은 남극, 아이스크림을 닮은 남아메리카, 프레첼을 닮은 북아메리카, 닭다리를 닮은 아프리카, 바나나 송이를 닮은 아시아. 드디어 아시아를 찾은 달문이에게 동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똑똑한 달문이는 남산이 대한민국에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아시아에서 대한민국을 찾는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하나씩 찾아가보는데...
판다가 댓잎을 먹는 중국, 오랑우탄이 장난 치는 인도네시아, 낙타가 물 마시는 사우디아라비아, 코끼리가 나무에 등을 비비는 인도, 말이 달리는 몽골,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흔드는 일본, 야크가 풀 뜯는 네팔을 지나, 드디어 반달가슴곰이 겨울잠 드는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이쯤 되면, 달문이가 남산이 있는 서울을 찾게 되리라는 짐작도 가볍게 해볼 수 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그리고 경기도로 오기 전에 북한의 양강도와 자강도, 평안도를 거친다. 저만치 남산 타워가 보이는 서울 야경, 동요처럼 달문이가 남산 위에 떠 있다.
광활한 우주에서 출발해 초록 행성 지구로, 아시아 대륙으로, 대한민국으로, 경기도로, 남산 타워로 오는 과정이 흥미롭다. 어린이 독자는 달문이와 함께, 간략한 정보 글을 읽고, 중심에 배치된 그림 지도, 지도 속 지명과 작은 그림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럽게 지리에 익숙해질 듯하다. 한마디로 지리 퍼즐 조각 맞추기 같은 그림책이랄까. 아이는 이 책에서 분할되어 설명된 대륙들이 하나로 연결되면 세계 지도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각 지역들이 연결되면 우리나라 지도가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지구본에서 남산 찾기를 해보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달문이가 우주에서 남산까지 여행했다면, 아이는 남산에서 우주까지 여행을 해보고 싶어할 테지. 가고 싶은 곳, 알고 싶은 곳이 점점 많아지게 만드는 지리 그림책이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