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 2016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 멘션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45
루카 토르톨리니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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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둘러봐도 아파트 단지만 빽빽하게 들어찬 곳. 요즘 아이들이 '집' 하면 떠올리게 될 이미지가 아닐까요. 무슨 아파트, 몇 단지, 몇 평에 사는지로 각자의 집이 구분된다는 게 좀 삭막한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게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초록 숲을 얼마나 많이 잘 꾸며 놓았는지, 아이들의 놀이터를 얼마나 참신하고 안전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집에서 학교나 학원, 마트,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 등이 얼마나 가까운지, 나중에 집값의 오름세가 될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얼마나'가 기준이 되어버린 집의 이미지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 다른 집을 꿈꾸어보는 시간! 바로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을 읽어 나가는 지금입니다.

자코모네 집은 물건이 많아 빈틈이 없는 곳이고요, 마테오네 집은 좁은 곳인데 그곳에서 자그마치 열한 명이 삽니다. 로레나네 집은 수백 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고요, 신델네 집은 나무와 쇠붙이로 만든 오두막처럼 생긴 곳이에요. 밈모네 집은 넓고 아름다우며 바이올린 연주 소리도 들려오는 곳이면서 동시에, 삶은 양배추 냄새가 풍겨오는 곳입니다. 오타비오네 집은 영화관 위에 있어서, 오타비오 말로는 소리만으로 영화 속 장면들을 상상한다고 하네요. 문제는 상상과 실제 영화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예요.

이제 릴로네 별장 이야기를 해볼까요? 릴로 말로는 그곳이 바닷가에 있어서 창문을 열고 곧장 바다로 다이빙을 한다는군요.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시모네가 사는 집은 여름에는 덥지만 겨울에는 따뜻한 곳이에요. 좀 어둡고 깜깜하고 조용해서 '침묵의 집'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줄리아네 집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인데요, 줄리아는 집에서만 지낸다고 해요. 왜 밖으로 나가지 않을까요? 그게 궁금해져요. 마르코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호텔에 살아요. 호텔이 집인 셈이지요.

마지막으로 클라우디아네 집을 소개할게요. 이곳에는 종이와 연필, 붓과 물감이 가득한 방이 하나 있고요, 클라우디아가 어른이 되면 이 방에서 일하게 될 거예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집이지만 그 집 내부와 주변 경관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클라우디아는 기분이 좋아질 듯해요. 독자들이 그렇듯이요.

이 그림책을 보면서, 어릴 때 살던 집이 떠올랐어요. 부모님, 언니와 함께했던 아주 작은 공간이었고, 뚱땅뚱땅 아이들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던 곳이었지요. 지금 살고 있는 집 구석구석도 눈으로 살펴보게 되고요, 앞으로 살고 싶은 집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되네요. 집은 결국 소리로 넘쳐나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노랫소리, 음악이 흐르는 소리, 자연이 부르는 소리, 그리고 소음마저도. 그런 생각 때문일까요? 그래서 소리가 없는 시모의 집이 좀 의아스럽게, 나아가 좀 슬픈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로레나의 집과 밈모의 집, 릴로의 별장에 놀러가고 싶네요. 다양한 집들을 떠올려보는 시간! <나의 집, 너의 집, 우리의 집> 속 그림과 글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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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바람그림책 127
구도 노리코 지음, 유지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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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의 표지와 책 소개를 보자마자, 이야기와 그림체 모두 아이가 즐겁게 볼 만한 그림책이라 생각했어요. 예상대로 이 그림책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답니다.

장수풍뎅이 아저씨가 매미 씨에게 전화를 했네요. "오늘 밤"인 것을 확인한 후, 여러 곤충들로 전화 릴레이가 한창입니다. 여러 마리의 꿀벌과 애벌레들이 음식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요, 방울벌레 아저씨들은 서로 연주를 맞추어봅니다. 반딧불이는 둥그렇게 모여서 어떻게 날아오를지 의논을 해요. 장수풍뎅이 아저씨는 어떤 역할을 맡았을까요?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듬직한 모습이라 제일 눈에 띄었어요.

매미 씨는 정든 집과 작별하고 땅속에서부터 땅위로 영차영차 올라옵니다. 이 책에서는 나무에 매달려 껍질을 벗고 날개 달린 모습이 될 때까지의 과정도 보여주고 있어요. "드디어 해냈어. 맴맴!" 하고 좋아하는 매미 씨를 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이후에는 밤의 축제 장면이 펼쳐집니다. 앞서 곤충들이 매미 씨를 축하하기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자리이지요.

차근차근 어른으로 성장한 매미 씨, 그리고 이를 기쁘게 축하해주는 곤충들을 보면서 흐뭇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매미의 생태를 알게 되고, 이웃 곤충들에 대한 흥미를 돋울 수 있겠고요, 아이들과 함께 보는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매미 씨의 일생에서 사람의 한평생을 떠올려볼 수 있을 듯해요. 어떤 기념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서로의 시간과 노력, 물질을 기꺼이 내어놓는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도 새삼 일깨우게 됩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긴 반면, 여름 한철 나무 위에서 맴맴 소리 내는 시기는 짧다고 하지요. 무더워지는 요즘, 조만간 매미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겠어요. 올해부터는 좀 더 귀를 기울여서 들어봐야겠어요.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그림책 속 매미 씨 이야기를 나누어볼 수도 있겠어요.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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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지키는 곰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조시엔카 지음, 서남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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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작가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자연물 같아요. 달과 관련된 그림책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고요. <달을 지키는 곰> 앞표지에서는 꽉 찬 하얀 달과 볼록 배가 나온 백곰이 왠지 닮아 보여요. 달빛이 곰의 갈 길을 비추어주는 게 아니라 곰이 하늘 위 달을 지킨다니,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주인공인 곰 에밀은 달 지킴이에요. 계단을 아흔세 개나 올라 플라타너스 가지 위에서 달에게 인사를 한 후에, 에밀은 밤마다 자기 일에 충실하지요. 흐린 구름을 걷어내고 달 주변을 맴도는 박쥐들을 몰아냅니다. 달에게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도 가졌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달이 점점 작아져서 걱정스러워졌어요. 에밀은 달에게 배고픈 것인지, 슬퍼서 그런 것인지 묻습니다. 반딧불이의 수수께끼 덕분에 달의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지만, 어느새 달의 모습은 사라지기 직전까지 갑니다. 에밀은 달 지킴이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그림책입니다. 달의 모양이 작게 변하는 이유를, 살이 빠졌거나 슬픈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가 누군가의 야윈 얼굴을 보면서 "어디 아파? 얼굴이 안 좋네." 하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무리 지킴이를 자처했지만 달의 변화를 막을 수 없었듯이, 우리가 누군가를 우리 자신의 힘으로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한계가 있는 일인지도 생각해보게 됐어요.

이 그림책에는 커다란 초록 새가 나오는데요, 그 새가 아주 중요한 말을 남겨요.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들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야."

달이 다시 볼록해진 둥근 모습으로 바뀌듯이, 꽃이 피고 졌다가 다시 피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를 보여주는 말인가 싶기도 하고요.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대목일 거예요. 어쩌면 추상적인 내면 상태를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오래전 묻어버린 꿈이나 잊고 있던 우정이나 소중하게 붙들었던 가치 같은 것들이요.

굳이 이런 의미 부여가 아니라도, 달 지킴이로서 달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에밀의 마음이 느껴져서 참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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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하고 싶은데 맑은아이 8
이미현 지음, 김이조 그림 / 맑은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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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림책들이 있어요. 오늘 아이와 함께 읽은 그림책도 그랬습니다. 피아노를 너무 잘 치고 싶은데 매일 같은 곡, 동일한 손가락 연습을 하는 것을 꽤나 지루하게 느꼈던 제 모습이 슬그머니 생각났어요. 그림책 속 주인공 구리구리를 보면서요. 제목 <나도 잘하고 싶은데>는 바로 그 아이의 속마음이지요. 무슨 사연일까요?


어느 날 구리구리가 개굴개굴, 크게 울어요. 숲속 친구들이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생쥐처럼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래요. 그리고 두더지처럼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서고요, 토끼처럼 어려운 퍼즐을 다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네요. 그러면서 그림이나 자전거, 퍼즐을 잘 못했던 이유도 덧붙이지요. 그림을 그리다가 연날리기를 했고, 자전거를 타다가 꽃밭에서 꽃물을 들였으며, 퍼즐을 맞추다가 모래놀이를 했기 때문이었어요. 친구들은 구리구리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해 보라고 말해줍니다.


드디어 구리구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됩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그림책으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고요, 구리구리는 좋아하지만 그만하고 싶은 마음, 계속 해야지 하는 마음과 갈등하지요. 결말은 흐뭇하게 마무리됩니다.


이 그림책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누군가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잘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유아,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는 어른들도 어릴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저는 산만해 보이는 듯한 구리구리 모습이 자연스럽게 다가왔어요. 아이 때는 좀 이래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연날리기, 꽃물 들이기, 모래놀이를 즐겁게 했잖아요. 자유롭게 아이 스스로 그때그때 마음이 끌리는 놀이를 찾아 할 수 있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렇다고 지나치게 산만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참 어렵기는 해요. 아무튼 구리구리가 스스로 격려했던 말로, 그림책 소개를 마칩니다.


'할 수 있어! 힘을 내자!'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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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극장에 놀러 오세요
구사나리 지음, 송지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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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덕분에 그림책 세상을 알게 된 이후, 언젠가부터 제가 보고 싶은 그림책을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대체로 저도 아이도 모두 즐거운 독서이지만 때때로 아이만을 위한 그림책이 유독 눈에 띌 때가 있어요. <꿈 극장에 놀러 오세요>도 그랬습니다. 책 표지와 대략의 줄거리를 보자마자 영유아들에게 딱 알맞는 책이겠구나 싶었지요. 지금부터, 귀여운 그림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볼게요.


미래가 잠이 들면, 꿈 극장이 열려요. 관객들은 미래 방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퍼즐 한 조각, 곰 인형, 슬리퍼 한 짝, 풍선 한 개, 연필 두 자루이지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꿈 극장을 구경하는 자리 순서를 정한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슬리퍼가 큰 역할을 하지요. 연필 둘이 건네는 말도 미래에게 영향을 주는 듯하고요. 나머지 친구들도 어떤 역할이 있지 않나, 유심히 살펴봤는데요, 모두 아기자기한 소품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꿈에서 날마다 신나게 놀던 미래 공주 앞에 괴물이 나타납니다. 괴물 때문에 왕궁이 흐트러지자, 미래 공주는 심술쟁이 괴물이 싫다고 소리치는데요, 그 말에 괴물은 펑펑 울면서 주변을 눈물바다로 만들어 버리지요. 위기에 빠진 미래 공주는 급기야 꿈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꿈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저와 함께 그림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후, 아이는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으로 특정 페이지를 펼치더라고요. 바로 꿈 이야기에서 미래가 괴물과 친구 되기로 한 장면이었지요. 꿈의 결말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에요. 아마 커다란 괴물이 전혀 무섭게 보이지 않아서 더 웃게 되었을 거예요.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하는데요, 이 그림책에서 꿈 이야기가 어떻게 현실 이야기로 이어지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미래 공주는 미래 자신이고요, 심술쟁이면서 울보인 괴물의 정체도 그림책 끝부분에 나오지요.


미래가 괴물과 친구 되는 결말처럼, 그렇게 모든 게 명쾌하고 흐뭇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현실 속 복잡한 문제들이 먼저 꿈에서 해결되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면서요. 아이들이 예쁜 꿈만 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취학 아이들과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이었습니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으로, 개인의 주관대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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