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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해! 그 반대 ㅣ 이마주 창작동화
이상교 지음, 허구 그림 / 이마주 / 2021년 1월
평점 :
이상교 작가님의 동시를 좋아한다. 칠십이 훌쩍 넘은 연세에도 계속 창작활동을 하시는 모습도 좋아 보인다. 이번 작가님의 신간 <싫어해! 그 반대>는 동화다. 이 책은 초등학교 어린이들, 특히 저학년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그린 창작동화 시리즈로, 출판사에서 소개한 주제어는 '우정, 이해, 배려'다.
제목만 봤을 때는, "싫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 무엇이든 반대로 말하는 아이에게 일어나는 재미있는 소동일까 싶었다. 그런데 내용을 다 읽고 나니, "싫어해!"는 그냥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 어쩌면 의미 없는 표현에 불과했다. 주인공 단지가 사실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 반대"였다. 그 반대라면, "좋아해!"다.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 에피소드는 초등학교 시절 누구나 겪어본 일이 아닐까. 단지는 이런저런 별명으로 불리기 딱 좋은 자기 이름이 싫어서, 은근히 전학생 예리나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애써 감추고, 오히려 예리나 때문에 삼총사의 우정이 깨질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 그래서 왠지 얄밉게 여기는 마음만 내비친다. 그러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예리나도 함께하는 사총사가 된다.
단지가 친구들이 보는 식물도감을 흘낏 보던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다. 책표지의 그림이 바로 돼지감자꽃이다.
샛노란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눈에도 탐스럽고 밝은 느낌의 꽃이었습니다.
"돼지감자를 뚱딴지라고도 부른대. 뚱딴지!"
예리나가 이어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나는 갑자기 두 귀가 밥그릇만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38쪽)
단지는 컴퓨터로 돼지감자를 검색하고 뒤이어 '뚱딴지'라는 다른 뜻도 찾는다. 결국 '뚱딴지'는 "가을꽃이 매력적인 귀화 식물"과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한 말이나 행동", 두 가지 뜻을 가진 같은 발음의 말이라는 것을, 작가는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어쩌면 '뚱딴지'는 단지가 언니와도 티격태격, 친구들에게도 툴툴대지만 실상 예리나를 배려하고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표현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장면이 책을 덮은 이후에도 인상적으로 남았나 보다.
어릴 때는 자기 이름이 얼마나 예쁜 뜻을 담고 있는지, 자기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스스로 모를 때니까. 여러 번 말해줘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할 때니까. 이름 때문에 속상해 하는 단지가 귀여우면서도 귓속말로 알려주고 싶다. "네 이름은 참 멋지다. 너는 참 예뻐!"라고.
앞서 언급한 '어떤 일'에 대해서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좀 의아스럽다고 느꼈다. 단지가 예리나를 배려하는 장면 설정이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을 가져본다. 이후 예리나가 단지에게 했던 반응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이런 대목이 아이와 폭넓게 이야기를 나눌 지점이기도 해서, 결과적으로 유익하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것, 그게 참 어렵다는 생각 한 조각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