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기획 가이드 - 포스트 코로나
노동형 지음 / 청년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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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K-콘텐츠기획에 관한 '가이드'에 걸맞게 360쪽 분량으로 자세한 내용을 담았다. 특정 직업군에 한정된 책이 아니라 직장에서 기획서를 작성할 때 참고할 기본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기획서 작성시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K-콘텐츠의 트렌드와 전망을 읽고 싶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여러 분야의 책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라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먼저 콘텐츠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문자, 음성, 영상 등의 다양한 정보 형태가 통합되어 생성, 전달, 처리되도록 하는 시스템 및 서비스에서 활용되는 정보서비스 내용물을 가리킨다."(94쪽)

이 책은 특히 문화콘텐츠에 주목한다. 그것은 생활양식, 역사적 기록, 이야기, 경험 등과 같은 문화의 원형적 요소에 창의적 기획력을 가미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상품이다. 종류로는 방송, 영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음악, 출판 등이 있고, 디지털 영상, 이러닝, 디지털 음악, 전자출판, 콘텐츠 유통, 어플리케이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클라우드 컴퓨팅, AR, VR, AI, 블록체인 등의 디지털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문화콘텐츠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문화콘텐츠 기획자, 창작자는 CPDN(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현상) 생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즉, 콘텐츠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계하며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디바이스로 향유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콘텐츠의 연결, 창조적 융합을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시대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시장과 삶의 변화, 글로벌 콘텐츠의 다양한 사례,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문화콘텐츠의 개념과 개요를 보여줬다면, 나머지 절반 이상의 비중은 기획 프로세스를 다룬다. 콘텐츠기획의 세계에서 정상에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몸집이 크면서도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고 상승 기류를 이용하는 롤러코스터식 비행으로 히말라야를 넘는다는 쇠재두루미를 비유한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넘어 2등과의 초격차를 벌이기 위해서는 쇠재두루미처럼 변화의 흐름을 타고 앞날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차별화되고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있어야 한다."(55쪽)

콘텐츠기획 과정은 시장조사, 아이템 선정, 아이디어 차별화, 스토리텔링, 기획의 5단계다. 트렌드 읽는 방법, 아이템 수집 방법, 아이디어 발상법, 즐거운 기획 방법 등 재미있고 실용적인 내용들이 많다. 스토리텔링과 관련해서는 새롭게 대두되는 개념인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언급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의미한다. 가령 유명인을 모델로 쓰던 광고가 요즘은 일반인을 활용한 다양한 채널의 광고로 만들어지는 경우다.

제목과 내용 모두 실용성을 지향하는 책이어서 더 그랬을까, 중간중간 '기본'을 강조하는 대목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콘텐츠기획은 크게 생각하기, 글쓰기, 말하기의 3단계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기'다. 저자에 따르면, 창의적인 생각을 잘해야 글쓰기, 말하기를 부수적으로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 통찰력의 중요성을 상기해본다. 기획을 잘하기 위한 기본은 목표 설정, 개념 정립, 시간 관리라 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시간 관리'다. 일본 디자이너가 개발했다는 만다라트 계획표를 소개하고 있는데, 한번 적용해볼까 싶다.

저자는 콘텐츠의 틀을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로 확장해야 더 큰 스토리,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관상용 잉어 코이를 예로 든다. 그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비단 콘텐츠에 한정된 말은 아닐 듯하여.

"치어였을 때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연못에서 기르면 25cm 정도 자라고, 강에서 자라게 되면 120cm까지도 성장하게 된다."(269쪽)

어떤 분야가 되었건 이 책을 통해, 기획의 기본을 점검하고 실제를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문화콘텐츠를 기획한다면, 우리가 평상시에 웃고 즐기며 넘겨버리는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차별화된 것을 발견해내는 안목을 키울 수도 있을 듯하다. 당장 어떤 기획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든 문화콘텐츠의 양상을 살피고 어떤 세상으로 변모할지 기대해보는 책으로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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