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타인을 안아주듯 나를 안았다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6월
평점 :
성용 (흔글) 작가에게
당신의 글을 읽으면서 '어쩜 이리 생각이 깊을까?'를 몇 번인가 혼자 중얼거렸는지 모른다오.
감어인(監於人) !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어 보라는 고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오. 나 자신을 비추어보는 사람이 어린아이이면 어떻고 청춘이면 어떠하겠소.
잠시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말이오.
그대는 '완벽해지기 위해서 애쓰지 않을 것'이라 했소.
'우리는 종종 인생을 완벽히 맞추려 애쓰곤 한다. 조각이 부족해서 맞춰지지 않는 것인데도 자신이 완벽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 탓하기도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스쳐갔소.
하나는 그대 또래의 청춘들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소. 어른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청년들에게 하면 지금은 '꼰대'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기에. 내가 대학 때와 비교를 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들을 겸비했지만, 세상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나, 청춘이 가진 특권은 누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오. 또래들끼리 완벽이 아니라 지금은 다양한 조각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진정으로 듣고 싶은 생각이었소.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삶의 조각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구려.
완벽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조각들을 붙여 보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말이오.
아직 뚜렷한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 또한 만들어갈 조각이 많이 남아 있음에 감사하며 지내려 하오.
그대가 좋아하는 것을 나열한 것을 보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 보았소.
별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고, 연두색을 좋아하고, 책 냄새를 좋아하고, 책이 있는 풍경을 좋아하고, 어린아이의 웃음을 좋아하고, 갓 구운 빵 냄새를 좋아하고, 술잔에 술 따르는 소리를 좋아하고, 흰 구름이 있는 하늘이 좋고, 껌 씹는 것을 좋아하고, 가끔은 남자들만의 수다를 좋아하고,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강의 듣는 것과 기회가 주어지면 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단어 사냥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러고 보면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사람은 자기기 좋아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 인생이라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하나도 틀리지 않소.
사람들이 나를 기억할 때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기쁜 일이오.
흔히 직장을 그만두면 견장을 뗀다고 이야기하오. 견장을 떼고 나서도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음을 본다오.
상대에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하는 것도 수평적 소통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소.
그대가 옮겨 놓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대사도 내 '삶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어 좋았다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하지만,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삶의 목적이다.'
한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하는 글이었소.
끝으로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하나 하고 마치려 하오.
그대는 작가로서의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왠지 글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모아 놓았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구려.
(글을 모아서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지만, 그것도 못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할 상황은 못 되는 줄 알면서 하는 말이오)
그러다 보니 글은 가끔은 훈계조가 되는 듯한 느낌이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경험을 글로 녹여내면 그런 느낌은 없어지지 않을까 싶소.
아무쪼록 내가 20대, 아니 30대에도 하지 못한 일을 하는 그대가 부럽소.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되시길 응원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