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디자인 씽킹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디자인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는 디자이너의 커리어를 '일식 요리사'에 비교하곤 합니다. 막내 주방 보조 시절에는 채소를 다듬거나 생강 절임을 담그는 정도의 일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채소를 다듬는 요리사'라고 경계를 긋는 요리사는 없습니다. 초밥 장인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놓치지 않고, 경계 없이 일을 습득하여 결국 손님 앞에 멋지게
오마카세(주방장 특선 요리)를 대접하는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디자이너 커리어에 대해서 '일식 요리사'에 비유한 이 말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독자 모두에게 자기의 커리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글이다.
아무도 자기의 일에 대해서 스스로 '경계'를 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생각의 크기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임하느냐에 따라서 당장 내일 변화는 가져오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축적의 힘을 믿는다.
책 내용 중에서 챕터 4, '디자이너가 리더가 된다면'을 의미있게 읽었다.
이 챕터에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는 리더로서의 장점을 이야기한 내용이 있다.
요약하면 세 가지다.
첫째, 공감 및 소통 능력이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문제 해결의 첫 단계는 문제를 겪는 당사자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 능력이다. MRI를 만든 엔지니어가 어린아이의 두려움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했다면 여전히 아이들은 진정제를 맞고 MRI 검사를 받을 것이다.
둘째, 창의성과 빠른 구현 능력이다.
디자인 씽킹 단계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내는 게 네 번째 프로세스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머리에 있는 생각을 끄집어 내는 기술을 갖췄듯이, 리더 또한 자신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빠른 적응력이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경계가 없는 시대다. 시장의 요구를 재빠르게 파악해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능을 만들어 내듯이 리더 또한 조직원의 요구나 시장이 요구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이 필요하다.
저자는 현재 미국 디지털 디자인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라고 소개되어 있다.
미국에서 한국인이 주목받는 소식은 언제 들어도 반가운 소식이다.
'디자인이란 삶을 살아가는 철학을 만드는 것,
그래서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작가가 밝혔듯이 그의 삶의 철학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