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는 무엇일까. 읽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와서 따스한 빛을 밝혀주는 이야기가 모두 동화인 것은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동화가 갖는 본연의 서정적임을 가득 담은 책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세상의 끝은 찾아온 주인공. 사랑하는 이에게 변함없는 태양빛을 주고자 외로운 섬에서 매일 불을 지피는 불지기. 별과 생명이 연결되는 상상, 별 속을 유영하는 상상, 태양을 직접 밝히는 상상, 모든 것이 경이롭다. 몽환적인 듯 포근한 그림과 함께한 이야기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상상력의 세상 속을 여행하는 이 이야기는, 현실에서 한 차원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현실 속의 나를 위로하고 자라나게 한다. 어른도 여전히 마음속의 사랑과 용기가 자라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이야기였다.


   불지기가 외로움 속에서도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듯,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위한 의지와 신념이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불지기에겐 태양이. 나에겐 무엇이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탐정 허균 - 화왕계 살인 사건
현찬양 지음 / 래빗홀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식과 사건이 오밀조밀 잘 엮여있는 조선배경 역사 추리소설이다. 자유분방하고 음식에 진심인 자칭 탐정 허균’. 허균과 함께 자란 똑똑한 부검 의생 이재영’. 찬모로 왔으나 다모의 일에도 재능을 보이는 눈치 빠르고 명석한 작은년’. 할말은 꼭 다해야하는 세 주인공의 케미는 읽는 내내 깔깔 웃게 만들었다가 진지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다.


    음식에 진심인 한국인들에게 딱 맞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역사책에서 휘리릭 넘겨보았던 허균의 인생이 책속에서도 구석구석 숨어있어서 이 책이 진짜 역사인 듯, 픽션인 듯 읽는 재미를 더했다. 개인적으로는 지독하게 찾아온 책태기를 잊고 오랜만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은 책이었다. 나는 이런 스토리를 원했던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음식에 진심이며 한국적인 추리소설 애호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의 역사소설은 역사자체가 스포일러인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은 역사는 역사인 채로 재미를 더하고 이야기의 진행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초반에는 휘몰아치는 개그적 요소들이 가득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사건이 깊어지고 이야기도 어두워진다. 마냥 철없게 밝기만 한 책이 아니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자마자 후속편이 기다려지는책, 얼른 다시 세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다.


     래빗홀의 책은 항상 표지부터 마음을 끄는데, 다 읽고 나서 보면 좋았던 표지가 더 좋아진다. 이 책도 마찬가지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이라는 그림 - 찬란한 계절을 사랑하게 만드는 명화 속 여름 이야기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로서의 그림은 항상 어렵고 멀게 느껴졌지만, 계속 문외한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책으로 한데모아 소개 해준다면 항상 읽어보게 된다. 내가 모르는 낯선 세계를 탐험할 땐 가이드가 있으면 좋으니까. 책을 읽어나가며 그림에 대해 배우고 나만의 심미안을 가져 볼 수 있을지 기대한다.


   《여름이라는 그림은 누구나 공감할만한 아름다운 그림을 먼저 보여주며,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길지 않게 작가의 이야기나 그림에 담긴 숨은 사실들을 알려주고, 자연스레 나의 느낌을 묻는다. 가이드는 너무 세세하거나 과하면 듣는 개인의 생각과 판단을 없앤다.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는 거북함이 없이, 적당한 친절함으로 안내해주며 나에게 그림을 감상할 자유를 준다. 아는 그림도 모르는 그림도 여름이라는 주제 속에 다정하게 반짝거린다.


   여름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볼 책이었다. 하지에 태어났지만 반소매 티를 입는 순간부터 여름이 얼른 끝나길 바랄만큼 여름을 싫어하는 사람인 나에게, 한여름인 지금 현재에 머물러 주변을 살피고 주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책이었다. 에어컨 아래에서 바라보는 여름의 풍경은 청량하고도 아름다워서 진짜 계절을 착각하곤 한다. 그림으로 표현된 여름의 풍경들을 한데 모아보며,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뜨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는듯한 더위 속에서도 직접 마주할 여름의 순간들을 알아차릴 시선을 갖게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의 귀여운 판다그림에 반해서 펼쳐 든 책. 그림에서도 느껴지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순수함이 글에도 담겨있다. 사랑스럽고 귀여우면서 긍정적 기운이 가득한 그림으로 휘리릭 한번, 다정하고 유쾌한 글만 천천히 또 한 번. 곁에 두고 마음이 허기질 때마다 펼쳐들고 싶은 책이었다.


   우당탕탕 좌충우돌. 그 사이에 피어나는 반짝거리는 나만의 일상. 나를 위한 삶은 하나밖에 없어서, 결국 내가 그 모든 것을 외면하지 않고 잘 돌보아야 한다. 마냥 멋들어진 SNS에 뽐내기 좋은 단편의 삶을 내 보이고 싶을 법도 한데, 작가님은 부족한 나도 엉뚱한 나도 모두 소중한 나로 받아들인다. 그런 마인드를 동경하고만 있을 뿐, 행동으로 마음으로 해내지 못해서 굉장히 멋지다고 느꼈다. 살아가다 만나는 넘어짐, 슬픔, 우울, 지침의 순간들을 유연하게 넘어갈 지혜가 담겨있다.


   다정하고 호탕한 동네 언니와 나란히 산책하며 나누는 수다 같은 느낌이어서 책이 더욱 더 든든하게 다가왔다. 혼자서로서도 괜찮을 만큼, 내가 나를 사랑하는 나만의 방법을 알아차리게 해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간 소식을 듣고 올해 들어서 가장 기대했던 책이다. 한중 여성 SF작가의 단편소설집, ‘이라는 주제로 어떠한 세상을 펼쳐갈지 나의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결론적으로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았다. 나의 상상은 아주 단편적이었고, 66색의 이야기는 깊고도 아름다워서 여섯곳의 평행우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몸이 없거나, 몸을 빼앗겼거나, 몸을 되찾고자 하거나, 몸을 떠나 여행하거나, 몸을 갖고자 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현재의 내가 몸이 있기에 느끼고 알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고통을 가진, 감각을 가진 몸이 결국은 자유인 것을 공통적으로 그린다. ‘살아있다는 느낌, 고통을 느끼는 감각, 몸에서부터 나오는 자의식까지. 찬란한 미래에는 어떤 이 존재할지, 현재 가진 몸을 스스로 어떻게 여겨야 하는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돌아본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비슷한 주제로도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능력에 감탄했다. 김이삭 번역가님은 단편소설집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에서 다양한 문체의 소설을 보여주셔서, 번역 또한 무척 기대되었다. 중국어 작품의 작가 본연의 색을 잘 살려 번역 해 주실 것 같았기에.


    개인적으로 김초엽 작가님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이 가장 좋았다. 평범하고도 차분한 세계를 다루는 듯하지만,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은 빈틈 속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는 작가님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