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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출간 소식을 듣고 올해 들어서 가장 기대했던 책이다. 한중 여성 SF작가의 단편소설집, ‘몸’이라는 주제로 어떠한 세상을 펼쳐갈지 나의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결론적으로는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았다. 나의 상상은 아주 단편적이었고, 6인6색의 이야기는 깊고도 아름다워서 여섯곳의 평행우주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몸이 없거나, 몸을 빼앗겼거나, 몸을 되찾고자 하거나, 몸을 떠나 여행하거나, 몸을 갖고자 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현재의 내가 몸이 있기에 느끼고 알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고통을 가진, 감각을 가진 몸이 결국은 ‘자유’인 것을 공통적으로 그린다. ‘살아있다’는 느낌, 고통을 느끼는 감각, 몸에서부터 나오는 자의식까지. 찬란한 미래에는 어떤 ‘몸’이 존재할지, 현재 가진 몸을 스스로 어떻게 여겨야 하는지,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돌아본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비슷한 주제로도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능력에 감탄했다. 김이삭 번역가님은 단편소설집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에서 다양한 문체의 소설을 보여주셔서, 번역 또한 무척 기대되었다. 중국어 작품의 작가 본연의 색을 잘 살려 번역 해 주실 것 같았기에.
개인적으로 김초엽 작가님의 <달고 미지근한 슬픔>이 가장 좋았다. 평범하고도 차분한 세계를 다루는 듯하지만,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은 빈틈 속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발견하는 작가님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