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의 삽목
마쓰시타 류노스케 지음, 마미영 옮김 / 반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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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의 빙하호 ‘루프쿤드 호수’에서 발견된 200년전 유골의 DNA와 4년전 실종된 여동생의 DNA와 일치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메인줄거리 소개부터, 등장인물따라 바뀌는 시선으로 흐름과 사건이 입체적이고, ‘반전은 이것이다.’하며 예측해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읽게 하며, 깔끔하다 싶은 결말까지,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든 소설이었다.


     미스터리인지, 판타지인지, SF인지 그 오묘한 경계를 추리소설처럼 내달린다. 이야기가 휘몰아치는데 도저히 다음이야기를 예측할 수가 없고, 또 너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소설을 주로 읽는 나에겐 ‘뒷이야기가 궁금해.’라는 마음이 책을 읽는 재미에 큰 요소인데, 그 부분을 너무 잘 충족시켜주어서 오랜만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고 집중해서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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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페페페
짐리원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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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망하는 지금의 지구를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은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간다. 요란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그들의 삶은 빛난다. 살고 있기에, 살아가고자 하기에.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쉽다가도 또 어떤 새롭고 기발한 세계가 나울지 기대가 되었다. 이야기들은 전반적으로 신비롭고 잔잔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인류멸종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대부분 시대적인 배경을 예측하기 힘들었는데 미래 같기도 하고 현재 같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더 이야기 속 세계의 종말이 실감났고 슬펐고 아름답다 느껴졌다. 어느 미래의 모습이라기보다 현재의 숨겨진 세계 같기도 해서 더욱 애달프게 다가왔다.


   투명한 이무기가 오래된 아파트를 감싸고 살며, 오리는 플라스틱을 먹고 소화시킨다. 환경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잃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예찬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살아간다, 사라져가는 세상 속에서도.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의 모습들을 보여주며 나의 의견을 묻는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알아내기를 바란다.


   ‘SF로서의 상상력을 어떻게 풀어 나가는가.’에 대한 과정이 여느 이야기에서도 보지 못해서 더욱 좋았고, 과격한 도파민이 난무하지 않아서 더 색다르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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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루팡
박상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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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사고나 의료계의 내부 비밀에 대한 조사를 (다소 불법적인 방법으로)해내어 환자와 보호자에게 희망을 주는 ‘의료 브로커’인 승재, 그리고 뒤늦게 합류하게 된 배우 지망생이었던 승재의 여동생 승아. 그들의 활약은 들키지 않아야 하면서도 꼭 증거를 찾아야 하기에 그 아슬아슬한 위험에 나도 함께 빠져 있는 듯하게 생생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 제목들 같은 소제목들이 현실감을 높여준다. 티격태격한 현실남매 케미의 두 의료 브로커의 모습에 정말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 아닐까 싶어지며 오싹해 지다가도 그들의 든든한 활약에 희망을 얻는다.

 

   평소 장르소설을 좋아하는데, 그건 일종의 현실로부터의 도피이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몸과 마음의 피로가 나아지는 것처럼, 현실에서 만나기 어렵거나 현실에 없는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마음이 리셋 되어 지루한 일상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의료문제. 어쩌면 현실에 분명 있을 것임에도 세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라, 현실감과 장르문학의 낯선 감각이 동시에 들어 더 흥미로웠다. 의학드라마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일 듯하다.

 

   진지하게 의료계의 어두운 비밀들을 캐내면서도, 현실남매 두 주인공의 유쾌한 관계에서 재미가 피어난다. 마냥 우울하고 어둡고 슬픈 이야기는 싫다면 더욱 추천하는 책이다.

 

   다 읽은 뒤, 프롤로그를 다시 읽으니 마음이 웅장해진다.

 

[이 책은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장르문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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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이트 ㅣ 토치 3부작 1
모이라 버피니 지음, 강동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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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 인권의 정의는 다르고 삶은 평등하지 않다. 현재와는 다른 미래, 현대에는 없는 능력을 표현함에도 사람은 여전하다. 이기적이었다가도 이타적일 수 있고, 권력에 잠식되어 진실을 보지 않으려 할 수도 있고, 당연하다 배운 것들 중 틀린 것을 발견해낼 수도 있다. 변화하고,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하나 될 때 세상은 변하게 될 것이다.

 

   《송라이트》는 현 인류가 환경오염과 핵전쟁으로 멸망하고 수천 년 뒤, 살아남은 인류의 모습을 그린다. 그들 중 일부에게는 ‘송라이트’라는 능력이 발현된다. 일종의 텔레파시로 상대와 함께 있는 것처럼 상대의 오감을 모두 체험할 수도 있고, 대화할 수도 있으며 능력에 따라 높은 하늘 위나 바다 속 동물들과도 교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 ‘엘사’가 사는 브라이틀랜드에서는 송라이트 능력이 불법이다. 송라이트를 가진 이들 ‘토치’가 붙잡히면 ‘비인간’으로 분류되어 감정과 자아를 잃은 ‘크리설리드’가 된다. 더불어 여자는 문자를 배울 수 없고, 전쟁터에 나가는 남자들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녀, 엘사에겐 송라이트가 있다. 먼 곳, 송라이트로 찾아온 소녀 나이팅게일과 연대한다. 진실을 가리는 권력, 다름을 틀리다 표현하는 권력이 가르친 억압과 차별을 당연하다 여기었던 엘사와 또래 아이들의 삶을 위한 탈출과 자유, 성장 이야기 이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빛난다. 인물들은 생생하고 얽혀있는 관계 속에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도부터 나오는 책은 언제나 짜릿하다. 다음권이 절실하다. 긴 이야기는 읽는 기간만큼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서 더 애틋하고 더 즐겁다. 책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세상은 그 책 속에만 있어서 이야기가 끝나는 게 늘 아쉽다. 앞으로 두 권의 이야기가 더 남았다 하니 애틋한 마음안고 기다려 보려 한다.

 

      《송라이트》를 읽으며, 책으로도 영화로도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메이즈러너’, ‘헝거게임’, ‘다이버전트’등등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래 어느 시대, 그 이야기만의 특정 기술이 발달된 현대와는 또 다른 세계 속에 푹 빠져들어 여행하게 되는 마음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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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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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얼마나 많은 삶을 관찰한 것일까. 혹은 그녀도 많은 삶을 겪어보며 여러 번 환생한 것은 아닐까 싶을 만큼 인물들이 생생하다. 쉽게 상상하지 못할 삶들이 가득 담겨있다. 지극히 평범한 불행, 불행한 보편의 가족,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숨겨진 사연들을 들여다보았다.

 

   복수를 꿈꾸며 스스로 생을 멈추고 모든 기억을 가진 채로 ‘오연린’으로 다시 태어난 ‘오주희’. 자신의 삶을 불태워 이루고자 하는 그녀의 복수가 향하는 곳이 어디일까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결국 그녀는 복수에 성공한 것일까? 이것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우울의 감정을 표현한 말들이 참 생생했다. 우울은 죽어가는 감정이라 생각했는데, 책에 쓰인 문장들은 너무나도 생생해서 그 대비로 더욱 우울하고도 빛이 났다. 기괴한 상황에 대한 아리따운 비유표현이 기괴함을 완화시키기도 하고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너무 우울하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어쩜 이런 문장을 쓸까 싶었다. 납작하지 않고 풍성한 문장들이 불편해 하는 소재마저 읽게 만든다.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에서 왜 그런 소재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언급하지만 그 설득 이전에 이미 납득했다. 이 이야기는 소재와 상관없이 그 그대로 온전한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담은 청예 작가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진정한 복수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나의 걸음 하나하나로 함께 온전히 망가져 가는 것이 진짜 복수일까, 원망의 상대는 잊고 나만의 행복을 찾는 것이 진짜 복수일까. 각자의 선택일 뿐이다. 같은 선택을 한다 한들 모두가 같은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죄 짓지 않고도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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