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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타임슬립
최구실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11월
평점 :
표지,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주인공의 모습,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현대판 인어공주(왕자인가?). 타임슬립에 로맨스를 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평소 로맨스를 잘 안 읽는 편인데, 타임슬립이 곁들여지니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뒷이야기는 자꾸 궁금해지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에 주인공들도 입체적이라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며 주인공들을 따라 사랑하고, 내달리고, 함께 살아간 기분이었다.
2021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우연처럼 인연처럼 경찰서에서 마주친 교복 입은 남과 직장을 그만 둔 은우다. 마스크 없이 거리를 다닐 수 없었던 시기를 낯설어하는 남은 2121년도에서 왔다고 한다. 위태롭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은우는 그와 함께 살게 된다.
가끔 책으로 출간된 로맨스는 육체적으로 격정적이거나 서로간의 트러블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나는 그런 로맨스를 읽고 싶지 않다. 그저 사랑하는데도 아까운 시간, 상대의 그리고 본인의 마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내세우는 이 책만의 로맨스가 마음에 들었다. 청소년 소설로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구석구석 담겨있는 철학적이면서도 새침한 비유표현들이 무척 좋았다. 유쾌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가득했다.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문장을 수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복잡하지 않고 담백하게 담아낸 타임 패러독스가 책을 관통하는 감성과도 닮아 있어서 좋았다. 얼핏 결말이 아쉬우면서도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은우 그리고 남과 함께하는 이야기 내내의 분위기와 닮아있는 결말이란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 담긴 BGM 덕분에 마치 살아있는 책을 마주 한 것 같았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질척하지도 않은 로맨스에 타임슬립을 곁들이고, 반전으로 완성한 몰입도 높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