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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나리오 기획자의 생각법 - 14년차 기획자가 제시하는 직업 실전과 창작에 관한 조언
이진희 지음 / 들녘 / 2021년 6월
평점 :
제목이 참 좋다. 게임 시나리오라는 주제가 신선하고 기획자라는 단어가 주는 권위도 단단하고 생각법이라니 유용하기까지. 시나리오 기획자가 되는 꿀팁이 가득할 것이라는 기대를 잔뜩 안고 펼쳐든 책 안에서 정작 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흥미롭게 본 부분은 저자가 책과 그리기를 매우 좋아했었다는 것, 그 중에서도 독서의 진짜 맛을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부분이었다.
게임을 어려서 좋아했지만 내 주번에서는 함께 즐길 사람이 없었고, 게임은 남자애들이 피씨방에서 즐기는 것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둘러보면 너도나도 게임을 한다. 게임의 종류와 스타일은 다 다르지만 이제 명절에 가족이 모여 수다를 떨고 함께 아이피티비 영화를 감상하는 것보다 각자 핸드폰을 들고 게임을 하며 밤을 쉰다.
아! 예전에 게임이 남자애들만 했다는 것은 취소다. 남자애들과 50대 중년들?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버지의 최애 취미는 넷마블 고스톱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가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더라도 뭘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을텐데 저자의 선경험 덕분에 아… 게임 시나리오와 일반 소설이나 글이 다르고 게임의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영화의 스케일을 다루는 것과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이었다.
저자가 자주 강조하는 부분은
게임 스토리는 구현 가능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아무리 창작실력이 뛰어난 창의성의 대가일 지라도 , 게임으로 만들 수 없거나 만들기 힘든 스토리를 내 놓으면 그간의 노력은 다 물검품이 된다. 이런 부분은 내가 애쓴만큼 포기가 어려운 순간들에 결정을 내려야 하고, 또 어떤 결정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냉혹하면서도 현실적인 세계이구나 싶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막연하게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도 글쓰기이지 라고 생각했을 텐데 끄적임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것을 새롭게 바라보려 하고 주변에서 기획거리를 찾아보고 구상해 보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상과 기획은 어찌보면 한끝차이일 수 있다. 내 공상을 기획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흔히 아무것도 안하기 마련이다. 공상은 쉽고 기획은 어려우니까.
어릴적 좋아했던 게임이 있는데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 씨디를 넣어서 하는 게임이었고, 내 소유가 아니고 누군가에게 빌려서 했던 것 같다. 그 게임 안에서 A에서 B로 가는 길을 가기 위해 동굴을 통해야 했는데 당연히 흐름대로라면 그 동굴을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옆에 난 길을 보고 이건 뭐지? 하고 가보니 다음 스토리 장소로 연결이 되고 동굴의 출구가 있는 것이다. 아! 이런 하고 신나게 갔다가 결국 레벨이 안되어 진행이 안되는 바람에 내 스스로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고, 동굴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레벨이 올라 그다음 스토리로 진행이 가능해 졌다. 이 작은 경험이 게임을 안하는 사람들은 저저저 뭔 헛소리야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인생에 있어서 작은 등대들 중 하나처럼 삼고 있다. 힘들어도 견뎌야 하는 것이 있고, 빠른 길이라고 해서 다 좋은게 아니라는.. 뭐… 그런…
이런 경험조차도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도 말해 본 적이 없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니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인문학과 역사와 미술과 철학, 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기를 권하는 것을 보고 그래.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철학이 있고,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철학이 있다면 게임이 절대 나쁜 것이 아니지 하고 감사를 느껴본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열심히! 무조건 열심히 해서 서울대를 가세요.라는 조언에서 웃음이 났다.
뭐든 열심이 최고를 위해 이리저리 노력해봐.
최고를 경험해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멋진 조언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