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Let 다이 1
원수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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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너무 가슴이 절절하다고 해야 하나? 다이의 거친 사랑이 그렇고, 다가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제희의 가슴속에 숨긴 뜨거운 사랑이 또한 그렇다. 이 세상에 있는 빛은 암흑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증명되고, 마찬가지로 암흑또한 빛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증명된다.

밤과 낮은 결코 공존할 수 없지만 잠깐 동안의 만남에 가장 아름다운 노을과 여명을 우리에게 주듯이, 다이와 제희의 만남은 결코 순조롭지 않기 때문에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공포와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희는 한사코 그 사랑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공포가 두려워도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까지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읽고있는 나조차도 그렇다. 둘이 만나지 않으면 만나는 장면을 보고 싶고, 만나 있으면 그 만남이 빨리 깨지길 바란다. 어쩌면 제희와 다이를 너무 사랑하는 내가 두 사람에게 가지는 질투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편만화를 쓰는 작가들이 왜 그렇게도 끝을 맺기 싫어하는지, 그래서 다음편의 책이 나오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함과 동시에 그 다음 권이 곧 완결편일까봐 두렵다. 나조차도 제희와 다이처럼 복잡한 심리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보고싶지만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렇지만 너무나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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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오점케이알 살인사건
한국 추리작가 협회 엮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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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그 냉정함이나,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애에 대한 갈구, 소외, 외로움 등이 상당히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보통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인 살인이 어떻게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발로한 것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가까운 사람에 의한 범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씨오점케이알 살인사건>은 뭐라고 할까요,좀 맹숭맹숭하다고 표현하는게 적당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애증도, 또 특별한 이유도, 그렇다고 정교한 계획도 없는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가슴에도, 차가운 머리에도 이렇다할 자극을 주지 않았다고 해야 겠지요.

물론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류성희가 지은 <사쿠라 이야기>는 이 책의 선정기준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추리소설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좀 의문스럽긴 하지만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또 <까메오>라는 작품은 가장 엽기적이고 흥미진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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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5 - 완결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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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화를 유치하다고 할 수 있는가. 만화는 소설보다 더 자유로운 상상력 안에서 쓰는 것이고 또한 가장 열린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가 그러하다.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 <호텔 아프리카>는 읽고있는 사람마저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싶도록 만드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감성을 건드리지만 또한 나의 이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학창 시절, 그의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가 그렇다.

'손으로 해를 가려봐라....'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에서 나는 정말 눈을 옆으로 살짝 비켜서 해와는 다른 눈부심을 지닌 너무나 편안한 하늘과 같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누가 그렇게 편안하게 나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박희정이라는 만화가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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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거인 - 문화마당 4-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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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특히 그 책의 내용 중에서 아직도 마해송, 이원수, 방정환 선생님들의 글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고 그것들이 얼마나 현실에 맞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한다.

요즘에 나온 동화중에서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할 그런 불행한 이야기나, 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동화를 보면 조금 답답하다. 물론 이 세상에는 가난한 이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은, 가난한 아이들도 결코 가난때문에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아주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아름답고 정의로운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괴범을 따라가고...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이 읽어도 궁상맞을 정도의 책을 어린이의 문체로만 쓴다고 해서 그것이 어린이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공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기뻤다. 비룡소에서 나온 <개구이와 두꺼비....>시리즈는 나도 많이 좋아하는 책이고 채인선씨가 쓴 <내 짝꿍 최영대>, 또 작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굉장히 재미있었던 <나쁜 어린이표> 등은 내가 수업할 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아무튼 누군가가 독자서평에서 미리 써놓은 '어린이 책 고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생각에는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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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섬 한국문학대표작선집 8
이문열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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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소설<익명의 섬>은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 줄거리나 구성이 그러하다. 빠른 전개와 독특한 인물들, 그리고 너무나 특이한 배경이 그러하다.

그 곳은 씨족 마을이다.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만 모여사는 ... 그곳에 나(교사)는 발령을 받고 내려가게 된다. 20대 중반의 첫 부임지가 나에게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준다. 특히 사람들이 모두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깨철이'라고 부르는 사내가 그러하다. 처음 그녀가 그 마을의 옹색한 정류소에 내렸을 때 그녀의 눈을 찌르던 깨철이의 눈빛은 그 후에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는, 그리고 또한 그녀가 그를 보는 그런 눈빛과 달랐다. 그는 항상 멍한 얼굴에, 더러운 옷차림에, 너무나 여유로운 한 마디로 거지의 모습으로 그 마을에 나다닌다. 모두가 씨족인 마을에서, 그래서 모두 일가 친척인 마을에서 익명으로 존재할 수 있는 깨철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나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모두가 밥을 먹여주고 - 특이 아낙네들이 - 모두가 잠을 재워준다.

'내'가 발견한 이상한 사건은 드디어 발생한다. 어느 날 그 마을의 젊은 남자 하나가 깨철이를 개패듯 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깨철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변의 다른 남자들이 '이 병신이 무슨 짓을 했겠는가? 그래 봐야 자네만 손해지. 이 사람은 병신이아' 그러나 그 말은 웬지 그곳에 둘러서 있는 모든 남자들의 자기 암시처럼 들렸고, 더 뒤에 아무 말없이 서 있는 여자들은 오히려 때리는 사람을 향한 악의 가득찬 눈빛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 며칠 뒤 개울가에서 여인네들이 하는 말은 '나'의 의심을 더해준다.

'**네 아들, 깨철이 닮지 않았는가? '

그녀는 어렴풋이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직접 그 사실을 전말을 온몸으로 확인하게된다. 애인이 오지 않아 허탈해하고, 온몸이 열에 달뜬 날, 깨철이는 그녀를 찾아온다. 처음에는 반항하던 그녀는 결국 받아들인다. 아니, 즐긴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읽고 나서 깨림칙한 것이 있다. 분명 깨철이는 너무나 서로를 잘 아는 시골 마을에서 유일한 익명의 섬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여인들에게는 자신의 성욕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익명의 섬이며, 동네의 남자들은 모두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지만 못난 깨철이보다 자신들이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깨철이를 병신이라고 암시하면서 동정하는 척한다.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오로지 여인들이 성욕을 풀기 위해서 정말 사람같지도 않은 것처럼 묘사되는, 그러나 성욕을 확실히 풀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깨철이에게 현혹되어야 하는지, 여자라는 것이 그럴만큼 강한 성욕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만 해결되면 그 숨막히는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또 왜 여자만 그러는지...

작가 이문열이 반페미니스트라고 오해를 받고 있지만,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혹시 정말 - 그 자신은 인식하고 쓴 것이 아니겠지만- 그에게 그런 성향이 있는건 아닌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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