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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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석제님의 소설은 소설로 평가되기 이전에 나에게는 '성석제 지음'이라는 말에서 이미 평가된다. 또 어떤 기발한 내용이 나올까. 항상 기대되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기발하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고를 때도 '성석제'라는 이름이 없으면 사지 않을 정도로 성석제님의 광팬인 나는 역시 또 <순정>을 사서 읽었다.

역시... 어떻게 이렇게 말을 잘하지? 어떤 전문가는 그의 작품을 <스토리 텔링>이라고 말하는데, 딱 그 표현이 맞는것 같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읽는 순간순간, 성석제라는 사람이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글자가 말로 들리는 것 같다.

내용은 너무 간단한 도둑의 이야기.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아주 척박한 환경에서 도둑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치도.

읽으면서 감탄하는 것은 인물들의 이름도 대단한 각본에 의해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가 생각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을 보여주었던, 주인공이 경찰서 앞에서 대단한 경찰에게 들려준 사건경위가 모두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알았을 때 '이야기를 짓느라고 얼마나 머리가 빨리 돌아갔을까'하면서 감탄했는데, 성석제님의 소설 또한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한 번 읽어보지 않고는 그 재미를 모를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을 읽고 재미를 느꼈다면 그의 소설집 <새가 되었네>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 소설집 속에 들어있는 (첫사랑)이라는 소설은 내가 성석제님의 팬이 된 계기가 되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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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Let 다이 1
원수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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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너무 가슴이 절절하다고 해야 하나? 다이의 거친 사랑이 그렇고, 다가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제희의 가슴속에 숨긴 뜨거운 사랑이 또한 그렇다. 이 세상에 있는 빛은 암흑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증명되고, 마찬가지로 암흑또한 빛이 있기 때문에 그 존재가 증명된다.

밤과 낮은 결코 공존할 수 없지만 잠깐 동안의 만남에 가장 아름다운 노을과 여명을 우리에게 주듯이, 다이와 제희의 만남은 결코 순조롭지 않기 때문에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공포와 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희는 한사코 그 사랑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공포가 두려워도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까지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읽고있는 나조차도 그렇다. 둘이 만나지 않으면 만나는 장면을 보고 싶고, 만나 있으면 그 만남이 빨리 깨지길 바란다. 어쩌면 제희와 다이를 너무 사랑하는 내가 두 사람에게 가지는 질투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장편만화를 쓰는 작가들이 왜 그렇게도 끝을 맺기 싫어하는지, 그래서 다음편의 책이 나오기까지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함과 동시에 그 다음 권이 곧 완결편일까봐 두렵다. 나조차도 제희와 다이처럼 복잡한 심리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보고싶지만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렇지만 너무나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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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오점케이알 살인사건
한국 추리작가 협회 엮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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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추리소설이 가지고 있는 그 냉정함이나, 그 안에 숨어있는 인간애에 대한 갈구, 소외, 외로움 등이 상당히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보통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사건인 살인이 어떻게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발로한 것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살인사건은 가까운 사람에 의한 범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씨오점케이알 살인사건>은 뭐라고 할까요,좀 맹숭맹숭하다고 표현하는게 적당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애증도, 또 특별한 이유도, 그렇다고 정교한 계획도 없는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가슴에도, 차가운 머리에도 이렇다할 자극을 주지 않았다고 해야 겠지요.

물론 모든 작품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류성희가 지은 <사쿠라 이야기>는 이 책의 선정기준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추리소설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좀 의문스럽긴 하지만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또 <까메오>라는 작품은 가장 엽기적이고 흥미진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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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5 - 완결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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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만화를 유치하다고 할 수 있는가. 만화는 소설보다 더 자유로운 상상력 안에서 쓰는 것이고 또한 가장 열린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박희정의 <호텔 아프리카>가 그러하다.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 나오는 아름다운 이야기 <호텔 아프리카>는 읽고있는 사람마저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싶도록 만드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감성을 건드리지만 또한 나의 이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주인공의 학창 시절, 그의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가 그렇다.

'손으로 해를 가려봐라....'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에서 나는 정말 눈을 옆으로 살짝 비켜서 해와는 다른 눈부심을 지닌 너무나 편안한 하늘과 같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누가 그렇게 편안하게 나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고 박희정이라는 만화가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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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거인 - 문화마당 4-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최윤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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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고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특히 그 책의 내용 중에서 아직도 마해송, 이원수, 방정환 선생님들의 글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고 그것들이 얼마나 현실에 맞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한다.

요즘에 나온 동화중에서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할 그런 불행한 이야기나, 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동화를 보면 조금 답답하다. 물론 이 세상에는 가난한 이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은, 가난한 아이들도 결코 가난때문에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아주 어린아이들은 세상을 아름답고 정의로운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유괴범을 따라가고...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이 읽어도 궁상맞을 정도의 책을 어린이의 문체로만 쓴다고 해서 그것이 어린이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공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기뻤다. 비룡소에서 나온 <개구이와 두꺼비....>시리즈는 나도 많이 좋아하는 책이고 채인선씨가 쓴 <내 짝꿍 최영대>, 또 작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굉장히 재미있었던 <나쁜 어린이표> 등은 내가 수업할 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어서 더욱 반가웠다.

아무튼 누군가가 독자서평에서 미리 써놓은 '어린이 책 고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생각에는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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