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와 고래 뒹굴며 읽는 책 1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이상경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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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서 사는 아주 작은 포유동물 생쥐, 물에서 사는 가장 큰 포유동물 고래. 이 둘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헤어지면 다시 보기 힘든 사이이기는 하지만 짧은 만남에서 두 친구는 서로를 존경하고 좋아하게 된다. 생쥐는 고래의 <풍부한 목소리, 당당함, 힘, 친절함>에 대해 존경을 표했고, 고래는 생쥐에게서 <빛나는 눈, 나직나직한 목소리, 굳은 의지, 부드러움>을 발견한다.

두 동물의 이야기가 산만하지 않고 마치 한 편의 철학동화를 읽고있는 듯 느끼게 한다. 읽고 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와 동감을 표시하는 <음~>하는 목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었다. 정말 따뜻한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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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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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씨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몰랐다. 그가 이토록 기발한 상상력이 있는줄은 말이다.

인간에게 오감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감각에 비해 후각은 그 중요함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참고로 내 아버지는 후각 세포가 없어서 냄새를 맡지 못하신다. 우스개소리로 말씀하시길, 어릴적 긴긴 겨울밤 친구들과 모여서 놀고 있다가 저녁 대신으로 먹은 고구마때문에 방귀가 나올려고 하면 참았다가 소리나지 않게 방귀를 뀌었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들이 누가 방귀를 뀐 범인이냐고 하는 바람에 정말 놀라셨단다. 분명 소리도 안났는데 저 놈들은 어떻게 귀신처럼 내가 방귀뀌었다는 것을 알았지. 하는 놀라움에 사로잡혀 있다가 나중에서야 냄새라는 것이 무엇이지 알았다고 한다.

이만큼 후각이라는 것은 없어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아버지의 후각세포를 모두 물려 받았는지 난 냄새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 한 명은 아직도 나에게 냄새로 기억된다. 그리고 지나가다 그 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절로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볼 정도니까.

그런 의미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는 나에게 정말 많은 감동과 정말 그럴 수도 있을거라는 공감마저도 갖게 한 책이다. 냄새를 향한 주인공의 갈망, 그리고 그가 냄새를 이용해서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상상은 정말 기발하다. 특히 살인을 하고 나서 사형장으로 끌려 가다가 그의 향수 냄새에 의해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이 완전한 동물적 욕정에 몸을 맡기는 장면에서는 그 향수가 욕심이 날 정도였다.

아무튼 이 소설은 진짜 소설답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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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떠나는 21세기 미래여행
이원복 지음 / 김영사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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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미래가 정말 가까워 보인다. 이 책이 씌여진지 벌써 몇년이 지났고, 또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새해가 새로 밝았어도 만화처럼 세상이 갑자기 변한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낙관하고 있다가 언제 화살처럼 빨리 변하는 세상에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적응은 하지 못하더라도 각오는 하고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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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5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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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한 모임에서 소설을 읽고 느낌을 이야기하는 일이 있었다. 모임의 인원은 약 7명 정도. 우리는 이청준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때 한 남자 선생님이(나이는 30대 중반) <눈길>이라는 소설이 아주 재미있다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결코 부모의 도움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남자. 그래서 그 남자는 가난하게 살고있는 어머니에게 절대로 죄책감이 없다. 아니 없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혼자서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오래되어서 아주 낡고 낡은 서랍장 하나를 두고 사는 어머니에게 결코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될 수 있는대로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일은 없도록 한다. 어머니가 그렇게 궁색하게 사는 것은 모두 그의 형이 사업에 실패해서 집안을 말아먹었기 때문이고, 형에게 치여 한 번도 자신에게는 변변한 교육한번 시켜주지 못한 어머니에게 자신은 일말의 책임이 없어야 했다.

그가 그토록 그런 사실을 다짐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어머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아내의 압력에 견디지 못하고 어머니가 살고 있는 시골에 내려가게 된날 밤, 그는 어머니와의 대화가 못내 불편해서 여느때처럼 일찍 잠에 든다. 그런 그가 잠이 깬 것은 한 밤중 어머니와 아내의 두런 거리는 이야기 소리 때문이었다.

...그래서요? 재촉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답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바로 그 날 새벽의 이야기이다. 형의 실패로 시골의 집까지 팔아야 했던 그 때 그는(결혼하기 전의) 시골에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그 때 그 집은 팔려 있었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자신의 막내 아들에게는 숨기고 싶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시골 고향집에서 막내 아들에게 마지막 밥을 지어서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집을 산 사람에게 부탁한다. 아들이 오기로 했으니 그 집에 하루만 있으면 안돼냐고? 아들이 집이 팔린 사실을 모르게 하루만 내 집인척 하면 안돼냐고.

어머니는 집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저녁을 지어놓고. 그러나 아들은 그 집이 이미 팔렸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그 방에는 낡은 서랍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 날 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을 들고, 그는 결코 책임감에 시달리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가 어머니에게 새벽에 다시 올라가겠노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말리려다가 그리하라고 말씀하신다.

눈이 아주 많이 내려서 소복히 쌓인 새벽, 캄캄한 새벽 아무도 다니지 않아 하얀 도화지 같은 길을 두 사람이 걸어간다. 차가운척 하는 아들과, 아들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과 사랑을 시골사람 다운 무뚝뚝함으로 채운 나이드신 어머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걸어간 두 사람이 정류장에 섰고, 버스가 왔고, 아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남은 것은 나이 드시 어머니.

.....그래서요? 어머니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긴. 눈이 쌓이 그 길을 아들이 찍어놓은 발자국만 밟으면서 돌아왔지.

어머니는 아들이 남긴 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넣으면서 그 발자국만 찍으면서 돌아왔단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는 그 다음 날 올라가야 했다. 아들은 책임감을 느끼면 안돼므로...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 남자 선생님은 울었다. 엉엉. 손으로 벌개진 눈을 닦으면서. 그리고 그 남자 선생님은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그 선생님은 다리가 약간 불편한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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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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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님의 소설은 소설로 평가되기 이전에 나에게는 '성석제 지음'이라는 말에서 이미 평가된다. 또 어떤 기발한 내용이 나올까. 항상 기대되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기발하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고를 때도 '성석제'라는 이름이 없으면 사지 않을 정도로 성석제님의 광팬인 나는 역시 또 <순정>을 사서 읽었다.

역시... 어떻게 이렇게 말을 잘하지? 어떤 전문가는 그의 작품을 <스토리 텔링>이라고 말하는데, 딱 그 표현이 맞는것 같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읽는 순간순간, 성석제라는 사람이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서, 글자가 말로 들리는 것 같다.

내용은 너무 간단한 도둑의 이야기.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아주 척박한 환경에서 도둑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치도.

읽으면서 감탄하는 것은 인물들의 이름도 대단한 각본에 의해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가 생각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반전을 보여주었던, 주인공이 경찰서 앞에서 대단한 경찰에게 들려준 사건경위가 모두 즉석에서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알았을 때 '이야기를 짓느라고 얼마나 머리가 빨리 돌아갔을까'하면서 감탄했는데, 성석제님의 소설 또한 그런 느낌이다.

아무튼 한 번 읽어보지 않고는 그 재미를 모를 것이다. 또 하나 이 책을 읽고 재미를 느꼈다면 그의 소설집 <새가 되었네>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 소설집 속에 들어있는 (첫사랑)이라는 소설은 내가 성석제님의 팬이 된 계기가 되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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