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 하나 얻으려고 일 년 그 꽃 보려고 다시 일 년 - 짧은 시의 미학 김일로 시집 <송산하> 읽기
김병기 지음 / 사계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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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2016.11.13

 

꽃씨 하나

얻으려고

보려고 다시

김병기

여운이 강한 아름다운 제목은 김일로 선생님의 시 중에 한편이다.

경구처럼 짧지만 내뱉었을 때 아름답고 조화로운 단시!

우리나라에도 일본 하이쿠처럼 짧은 한글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바쇼에 관한 일화와 그의 유명시를 다룬 그림책을 통해 처음 접한 하이쿠의 매력에 반했는데

김일로 선생님의 시도 참으로 매력적이다.

김일로 선생님의 시집  송산하 읽기는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저자를 김 병기 선생으로 봐도 무방하다.

[송산하]는 김일로 선생님이 고희가 되서 출간한 시집이다.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에 비해  잠깐 머물다 자연의 한 줌 일부로 돌아가는 인간을 나그네로 화자화하여 저자의 마음을 보여준다.

짧은 한글시와 그 한글시를 쓴 저자의 속마음을 7언의 한시로 다시 쓰는 이중의 작업이 이루어진 작품인데 7언의 한시는 한글시의 한자 번역이 아닌 또 다른 한시임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한자를 배우지 못해 7언의 한시를 해독하지 못하는 학생들과 독자들을 위해 김일로 선생님의 7언한시를 한글시로 다시 바꾸고 그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풍부한 해설을 달았으며 연관된 중국 송당시대의 시인과 한시 및 한시와 관계된 일화들을 소개하여 한시의 매력을 전달한다.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시

제목의 시처럼 송산하의 시들은 매우 아름답다. 정제되고 압축한 언어들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녹인 시들은 그 시를 낭송할 때 선명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한글시 파트에선 이미지가 7언한시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느껴지는 한글과 한자의 콜라보형태를 띄고 있는 독특한 형태로 우리  옛시조의 서정성이 느껴진다.

파아란 보리 이랑은

산으로 기어오는

밀물인데

꿈을 캐는

연분홍 치마 //  한글시

난춘채몽소녀시(暖春採夢少女時)  //한시

따뜻한 봄날

꿈을 캐던 소녀 시절 //  김병기 선생님이 한시부분을 다시 한글로

진흙물에

몸을 담고

하늘을

받들어

저리

고운 웃음

하화소안만고청(荷花笑顔萬古淸)

연꽃의

웃는 얼굴은

만년 세월 속에서

항상 저리 맑으리

한시파트를 함께 읽어야 김일로 선생님의 연꽃 애찬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글세대인 나는 한자를 떠듬떠듬 읽기도 바쁘다. 다행히 김병기 선생님께서 한시를 풀이해주시며 송나라 사람 주돈이가 쓴 애련설의 시를 인용해서 김일로 시인의 시를 풍부하게 해설해준다. 김병기선생님의 번역시 또한 읽고 낭송하기 아름다운데 한시에 대한 조예가 깊어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병기 선생님의 빼어난 서예 감상 및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발음이 비슷한 우리말을 통해 한시를 자연스럽게 익혔던 한시와의 인연에 관한 에피소드들도 함께 들어볼 수 있다.

아이들과 아름다운 한글시와 한시를 감상하고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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