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오나 - 전라도 강진 상엿소리꾼 오충웅 옹의 이야기 민중자서전 1
김준수 글.그림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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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2012.11.07

5

이제 가면 언제오나

김준수 지음

내 나이 마흔 살이다. 30살 이후의 나이는 생각해 본적도 없었는데 30살에서 십 년을 더 살았다. 적잖은 나이라 날씨가 추워지는 이 때 부음소식을 듣게 된다. 어릴 때는 죽음에 대해 막연하였다면 지금은 죽음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되고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죽음의 의식죽음에 대한 인식은 망자에 대한 슬픈 애도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인데 이런 인식이 조선시대 유교적인 풍습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가면 언제오나]는 알마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전라도 강진 상엿소리꾼 오충웅 옹의 삶을 다루고 있다.

오충웅 옹은 사라져 가는 상엿 소리꾼이다.

상엿소리는 장례 의식 때 상여를 메고 가는 상여꾼들이 부르는 일종의 노동요다-본문 97p-

화려한 꽃상여와 상여의식을 겉치레로 치부하여 없어져도 좋은 의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을사람들의 상부계로 초상시 드는 비용과 노동력을 서로 품앗이 해주는 마을 전통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상부계도 사라지고 병원의 장례식장으로 간소화 되어서 옛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

오충웅 옹의 탄생부터 성장과정과 삶의 일대기를 그의 구수한 전라도 지방어로 담아내면 저자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7할은 잘 모르는 전라도 지방어와 낯선 상엿소리에 관한 용어들이 나와서 우리나라 말임에도 잘 읽혀지지 않고 생경하지만 독특한 지방어를 감상할 수 있다.

옛날엔 노래를 잘 부르면 당골네(무당)이라고 놀렸다고 한다. 장례의식의 상엿소리를 주관하던 무당을 두려워하지 않고 천시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 났던 오충웅 옹은 노래에 미쳐 악극단을 따라다니는 유랑생활과 오일장의 약장사를 따라다니며 노래를 했다. 노래를 너무 좋아했지만 딴따라를 천시하는 당시의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 음악공부를 할 수 없었고 부모의 뜻에 따라 결혼을 하여 가정을 갖게 되고 후에 음악을 좋아하던 오충웅 옹은 생계를 위해 상여 소리꾼이 된다.

자신이 살고 싶은 바람대로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온 오충웅 옹은 결혼만큼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과 하지 못했다.

노래하는 예인을 당골네로 치부하며 천시하던 당시의 풍습과 서민들의 결혼문화, 6.25전쟁 등의 시대상들이 그의 삶 속에 보여진다.

과장 없이 사실대로 담담하게 보여주는 흑백의 사진과 76세의 오충웅 옹의 삶의 이야기는 묘한 여운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오충웅 옹은 영웅도 아니고 대단한 위인도 아니지만 한 전라도 작은 마을을 지켜온 민중이다. 그 자유롭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분이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한 곳에 정착하여 남들이 천시하는 소리 상여꾼을 하며 자식을 돌보며 가정을 지켰다. 그 분의 삶은 우리 부모와 조부모의 삶과도 닮아 있다.

마을이 해체되듯 전통적인 상여소리꾼도 점차 사라지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상엿소리와 전통적인 죽음의 의식을 알게 되었고 이제가면 언제 오나로 시작되는 상여소리가 이제는 좀 더 친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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