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3
김진경 글, 강우근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황제펭귄

2012.08.25

5

토끼전

김진경 글/강우근 그림

토끼전은 구토지설이라는 설화를 통해 민간인들 사이에 전래 내려오다가 판소리, 한글소설,한문소설 등 다양하게 전해지면서 50여가지가 넘는 판본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황제펭귄에서 새로 나온 토끼전은 여러 이본들 중 1912년 세창서관 <별쥬부젼>을 원전으로 원전의 내용에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녀들에게 이야기하듯 구수하고 맛깔스런 구어체로 이야기를 서술한다.

민심은 뒷전이고 백성들 돈으로 궁전을 새로 짓고 잔치 벌여 신나게 놀아 병까지 얻은 용왕.

그런 용왕을 위해 벼슬아치들은 하오나 하오나하면서 하나같이 입으로만 임금에게 아부를 떨지만 선뜻 나서지 않고 몸을 사린다.

낮은 벼슬아치인 자라가 왕에게 충심으로 토끼의 간을 구하려 토끼 그림 한 장을 들고 무작정 산을 헤매며 돌아다닌다.

관료와 임금이 부패해도 그 정권이 유지되는 이유는 이런 우직하지만 충직한 자라 같은 관료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민화에서 본 듯한 익살스럽고 희화화한 판화형식의 화려한 그림은 구수한 글과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자라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토끼의 반짝 빤짝 튀어나온 눈을 통해 이미 자라의 꾀임에 넘어가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자라한테 속아서 눈앞이 캄캄한데도 살길을 찾아 꾀를 내어 죽음을 모면하는 토끼의 지혜로움에 감탄하게 된다. 나라면 지레 겁먹고 체념하여 용왕의 약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용왕 앞에서 대담하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토끼의 배포에 놀라게 된다.

토끼는 비록 높은 벼슬을 얻지는 못하나 바다용왕이 베푼 산해진미를 맛보고 무사히 육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옛다 내 똥이 몸에 좋으니 이거나 가져가라!” 까만 똥을 싸는 토끼의 모습에 아이와 박장대소를 했다.

유교사상이 강조된 신분제 조선사회에서 왕의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을 더 중시하고 당당하게 항의하는 토끼의 모습은 통쾌하면서도 시대를 뛰어넘는 자아상을 담고 있어서 자못 놀라게 된다.

자라처럼 사심 없이 용왕의 충성을 위해서 토끼를 속이고 토끼의 목숨을 희생하는 게 당연할까?

오늘 날에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 신분제사회에서조차 자신의 목숨은 소중하다. 희생해도 괜찮은 목숨이 어디 있겠는가?

힘없고 약한 백성들은 토끼의 꾀를 통해 부패한 관리와 임금을 조롱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지나친 칭찬과 헛된 욕심을 조심하자는 교훈과 함께 토끼전을 통해 선조들의 날카로운 해학미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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