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2
송언 글, 한병호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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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평귄

2012.06.09

송언 / 한병호 그림

황해도 송도 땅에 도술을 잘 부리는 전우치란 도사는 구름을 타고 다니며 흰 범, 푸른 용, 신선으로 변해서 세상을 놀라게 한다.

현대도 마찬가지지만 대다수 한국 시민들의 삶은 팍팍하고 고달프다. 오늘날의 한국의 백성들은 해마다 치솟는 물가, 주택 값, 아이들 교육비로 허덕이며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살아간다.

조선시대에도 백성들은 매우 고달팠다.

먼 남쪽 땅에서 머리 셋 달린 괴물의 노략질과 흉년으로 굶어 죽는 백성들이 수두룩했다.

여기서 말하는 머리 셋 달린 괴물은 일본인 왜구를 지칭하는 듯하다.

굶주림과 왜구의 침략질로 고통에 빠진 백성들은 모른채 사리사욕만 채우는 부패한 벼슬아치들을 돼지가 되어 귀때기를 물어뜯게 하거나 유흥으로 세월을 탕진하는 양반들에게 옷을 홀랑 벗기는 골탕을 먹인다.

옥황상제로 변장하고 임금을 속여 황금으로 궁전을 짓게 하여 굶주린 백성에게 나누어주기도 한다.

전우치가 벼슬아치와 임금을 속이는 모습은 익살스럽고 재미있으며 통쾌하기까지 하다.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부패한 관리들에게 고작 돼지로 귀때기를 물어뜯게 하거나 벌거벗기는 벌은 모욕만 주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임금이 벌한 수준은 펄펄 끓는 기름에 던져 튀겨 죽이는 매우 가혹한 벌을 내린다.

죽이려고 하나 도술이 워낙 탁월하여 죽일 수 없어서 벼슬을 내려 임금의 신하로 통제하고자 한다.

전우치의 도술과 인기는 하늘을 치솟아 반란군에 의해 모함을 당하자 임금은 전우치를 제거하려 하고 전우치는 이만 물러가나이다. 부디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임금이 되소서.”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이 그린 그림족자 속으로 사라진다. 전우치의 입을 통해 백성들이 원하는 말을 대신 하고 있다.

놀라운 도술을 가진 전우치는 왜 부패한 세상을 갈아 엎지 않고 산으로 들어가 버린 것일까?

첫 번째는 전우치가 실존인물이라는 사실에 있다. 실제 입으로 나비를 만들어 내는 신통한 능력이 있었지만 백성들을 현혹시킨다는 죄명으로 옥사하였다는 사실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둘째는 시대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 통치하던 조선시대에 평등하고 깨끗한 세상에 대한 염원으로의 혁명적인 사상으로 성숙되지는 못하였다.

셋째는 개개인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는 신선과 염세주의적인 도교의 영향으로 탐관오리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해학적이고 무해한 골탕수준으로 끝나고 결국 도를 닦으러 산으로 들어가고 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시대의 백성들이 바라는 영웅의 상을 전우치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겪고도 골탕만으로 위로를 받은 백성들이 참으로 순박하고 어리석게 느껴진다.

오늘날엔 한 명의 위대한 영웅에 대한 기대 심리보다는 한 표의 올바른 투표로 바른 정치인을 뽑아 시민들을 위해 제대로 일할 일꾼을 뽑는 일이 필요하다. 옛날이나 오늘날이나 정치인을 잘못 뽑으면 백성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과거에는 백성이 바꿀 수 없었지만 오늘날은 우리가 선거를 통해 바꿀 수 있기에 아이들에게 역사적인 정치조건과 오늘날의 정치조건들을 비교하며 읽어 나갈 수 있다.

교훈을 떠나서 전우치의 기이한 환술과 도술담이 익살스럽게 묘사되어 그림책 장면마다 변신한 전우치를 아이들과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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