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한잔하실래요? 강석기의 과학카페 1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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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

2012.04.21

 

 과학 한잔 하실래요?

 

카페테리아의 은은한 커피 향이 풍기는 카페 메뉴처럼 구성된 컨셉이 신선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의 기호에 맞게 편집되어서 다양한 커피메뉴의 목차만 봐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인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 한잔의 커피가 가져다 주는 여유처럼 이 책은 머리 아프고 복잡한 과학 이론이 아니라 최근의 핫 이슈부터 유명과학자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와 사진과 영화, 생활 속에 숨겨져 있는 과학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파트와 파트가 이어지고 있지 않고 소 파트도 독립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좋아하는 커피 순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어려운 화학기호가 나오면 건너뛰고 읽어도 괜찮다.

나는 에스프레소-모카커피- 카푸치노-카페라테-카페 콘파냐 순으로 읽었다.

아라비아의 항구도시 모카에서 유래한 모카커피를 좋아하는데 에스프레소의 내용이 흥미로워서 먼저 읽었을 뿐이다.

각 파트에 해당하는 커피의 유래나 커피 이름이 붙여진 어원과 커피한잔이 그려져 있어서 갈색의 색지와 조화를 이루며 커피한잔을 마시며 읽게 된다.

카페 콘파냐에선 과학자의 숨겨진 일화가 나온다.

내가 좋아한 과학자 파인만의 글은 이미 알고 있는 일화지만 다시 기억을 더듬어 읽는 즐거움도 있었고

씨 없는 수박을 발명했다 정도로 알고 있던 우장춘 박사의 육종연구의 업적이 그렇게 대단함을 알게 되기도 한다.

퀴리가 남편의 제자와 불륜이었던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사건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폴란드 이민자 여성과학자의 프랑스 당국의 차별과 냉대를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커피 맛처럼 과학의 뜨거운 논쟁거리인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내용도 최근에 신문지상에서 이슈화되었던 내용들이라 이미 봤던 기사였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NASA에서 비소를 이용하여 증식하는 박테리아를 발견한 사건이 별로 대수롭지 않았었는데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큰 논란이라는 것을 알았다.

줄기배아세포로 동물복제나 장기들을 연구하는 줄 알았는데 시험관 고기 개발을 연구하는 학자도 있다니 신기하다.

저자가 이과계통 전공자라서 과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풍부하고 어려울 수 있는 지식을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잘 풀어 쓰고 있다. 깊이가 깊지는 않지만 다양한 소재 속에 숨어있는 과학을 끄집어 내어 우리 일상에 얼마나 과학이 밀접해 있는지 그의 풍부한 지식 보따리로 가늠할 뿐이다.

 

저자는 <네이처지>,<사이언스지>의 흥미로운 논문의 내용을 많이 소개하는데 유전정보와 분자구조를 해독하고 연구하는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저자가 이과를 전공한 사람이라 과학연구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지만 나는 과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루브 골드버그 장치가 떠오른다.

구제역, 조류독감, 광우병 같은 질병에 대한 대안 중에 하나가 시험관 고기 햄버거나 시험관 고기 스테이크라니? 근육을 배양한 고기라 혈관이 없어 노르스름한 인공 고기에 붉은 색 색소를 첨가하고 고기질감과 맛과 똑같게 하기 위해 다른 재료를 첨가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연구가 정말 필요한 일일까?

구제역, 조류독감,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이 만든 인위적 시스템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음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시험관 고기 햄버거를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까? 과학은 발전했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한쪽에선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 다른 쪽에서 굶어 죽고 있는 것이다.

분명 아이폰, 세탁기, 인터넷 등으로 우리의 삶이 편리해졌지만 이런 도구를 전세계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극히 적은 잘 사는 나라의 사람들만이 혜택을 받고 있다.

게놈 해독으로 노화와 질병을 정복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 다국적 기업이 인간의 유전정보 해독을 독점하여 통제할까 두려워 그들의 연구가 마냥 즐겁지 않다.

에스프레소의 쓴 커피 맛처럼 과학자들의 치우쳐진 연구들이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다.

과학자들의 생명공학분야의 연구에 대해 개인적으로 회의적이지만 최근 과학의 동향들을 쉽게 알 수 있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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