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노인 - 나는 58년 개띠, '끝난 사람'이 아니다
이필재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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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노인

이필재 지음

지금은 기레기라고 불리는 조중동 대형언론사 중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보낸 저자가 조직에서 은퇴하여 현장에서 책을 쓰고 강의하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삶과 시대를 바라본 이야기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일화 및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기자생활을 통해 저자가 살아온 삶의 풍경과 저자의 삶의 원칙들을 읽어낼 수 있다.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 문장

삶이란 부모로부터 멀리 달아나는 시간 226쪽

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타박하기 보다는 부모로부터 멀리 달아나도록 부모가 만든 능력주의 세상을 내면화한 결과가 더 지옥 같은 세상으로 다가왔으니 그 세상을 극복하도록 지지해야겠다.

살다 보면 양지 아래 그늘이 있었고, 그늘 안에도 양지가 있었다. 양지가 그늘이고 그늘이 양지임을 받아들이기까지 짧지 않은 세월이 걸렸지만, 그게 다 공부였지 싶다. 그걸 깨닫고 나니 양지가 아닌 곳에 있는 순간에도 사는 것이 좋다 173쪽

저자의 글이 아닌 두산회장의 말을 인용한 글이다.

행복이 화두가 되어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어디 삶의 과정이 그런가? 양지와 그늘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을 긍정하는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다.

기업은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계속 기업이다. 사람을 내보낸 것도 기업으로서는 존속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172쪽

두산회장의 인터뷰를 고사한 일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난 두산회장을 잘 모른다. 그 회장은 직원 정리를 맨 나중으로 고려하며 진짜 해고할 때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이 저 글에 동의한다. 그런데 한국 기업이 존속을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한 과정은 정리해고였다. 노동자들의 권리도 매우 취약한 한국에서 많은 대기업이 존속과 주주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일 먼저 희생시킨 사람들이 직원이었음을 생각할 때 한국의 육식공룡같은 기업문화에서 저런 말은 비정규, 상시 구조 조정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성찰 없는 능력주의는 세습주의를 낳는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 세습화를 지탱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하고 있다 70쪽

내가 사는 지역은 두가지 가치가 공존하다. 공공성을 복원하려는 동네의 다양한 시도도 있고

초등 저학년이 영어학원을 여러 개를 다닐 정도로 사교육도 많이 한다. 경기도 초중고에 혁신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가 많이 생겼지만 몰입식 사교육도 함께 심화되었다. 초등 1학년 중에 영어학원을 안 다니는 아이가 거의 없다. 아이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남들도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국가적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담론이 부재하고 입시정책만 있는 능력주의가 팽배한 한국에서 개개인들의 부모가 자녀들의 사교육에 몰입하는 부분을 탓하기는 어렵다.

감상

58년 개띠인 저자는 가부장제구조속의 혜택과 동시에 폭력와 야만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였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가정에서 아들과 딸을 차별하지 않고 가족에게 소소한 심부름조차 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 가져오라는 심부름은 여성인 나도 우리 딸들과 남편에게 잘 시킨다. 그걸 시킨다고 권위적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저자는 58년 개띠 남성이자 아버지이기에 부권의식을 예민하게 의식하여 가정에서 노력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또한 직장에서 그 구조를 깨려고 노력하였다. 촌지를 받지 않겠다는 초심을 직장 평생 실천해왔다는 사실에 나라가 망하지 않은 이유는 이런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야만과 폭력, 그리고 가부장제하의 남녀차별이 심했던 세상. 58년 개띠의 세상은 그런 세상이 맞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제도적인 가부장제구조의 억압보다는 자본주의에 포획되어 공공성이 사라진 각자 도생의 생존경쟁에 의한 능력주의가 가져온 불공정이 더 문제며 기생충의 인물들처럼 부자든 가난하든 단일한 욕망만이 지배하는 사회가 더 문제라고 생각해서 그런 문제가 결국 20대, 30대의 남녀갈등과 세대갈등으로 표면화되어 누가 더 약자인지 약자논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이 오바마 이후 트럼프 당선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한 이유를 백인 하층민에게 전가하면 답이 없는 것과 같다.

처음엔 제목이 매우 거슬렸다. 스스로가 진보적 노인이라니! 진보가 누더기가 된 세상에서 진보를 말하고 있지만 책을 읽어보니 기자로서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을 일평생해온 저자의 태도와 퇴직하고도 여전히 현장에서 글쓰기를 이어 나가고 있고 기성세대로써 원인과 책임에 대한 성찰을 통해 흐름을 되돌리려는 자세와 사회에서 복원해야 할 가치인 공동체적 연대와 배려의 가치를 고민하며 시대정신으로 바라보고 노력하는 면에서 진보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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